아프리카코끼리가 죽은 자리에 뼈가 남아 있다. Courtney Reed 제공 아프리카코끼리가 죽은 자리에서는 생태계가 한 번 파괴됐다가 다시 번성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체에서 나온 영양분이 과다해 토양에서 독성 물질로 작용했다.미국 산타바바라캘리포니아대(UC산타바바라)와 남아프리카 환경관측네트워크(SAEON)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아프리카코끼리 사체 주변의 토양과 미생물, 생물다양성 등을 조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데이브 톰프슨 SAEON 연구원은 2009년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수컷 아프리카코끼리 '알렉산더'의 사체를 발견했다. 아프리카코끼리는 현존하는 육상동물 중 가장 크며 무게는 3~8톤(t)에 달한다.
톰프슨 연구원은 아프리카코끼리의 사체가 '고래 낙하'처럼 주변 생태계를 비옥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했다. 고래 낙하는 거대한 고래의 사체가 가라앉으면서 심해에 다량의 영양분을 공급하는 현상이다.
아프리카코끼리의 사체는 고래 낙하와는 사뭇 다른 영향을 미쳤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코끼리 사체는 땅을 짓눌러 식생을 파괴했다. 코끼리 사체를 찾은 청소동물에 의해 사체 주변의 식생도 상당 부분 훼손됐다.
연구에 참여한 데론 버크파일 UC산타바바라 교수는 "코끼리 사체가 식물 군집을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상태로 만든다"고 말했다.
사체는 이후 수개월에 걸쳐 분해됐다. 사체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장소에서는 토양의 질소 농도가 최대 3000배까지 상승했다. 질소는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핵심 영양소 중 하나지만 과량의 질소는 토양에 암모늄과 같은 형태로 남아 독성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식물이 잘 자라지 못했다.
코끼리 사체 주변의 미생물들은 활발하게 대사하며 증식했다. 빠르게 증식하는 소수 미생물 종이 우점하게 되면서 미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했다.
시간이 지나 토양의 화학적 특성이 안정되자 식물 군집에서도 빠르게 증식하는 소수 종이 우점하면서 다양성이 감소하는 양상이 관측됐다. 이런 양상은 코끼리가 죽은 지 약 8년이 지난 장소에서도 관측됐다.
식물의 잎을 분석한 결과 코끼리 사체가 있던 자리에서 자란 식물의 영양가가 그 외 지역보다 더 높았다. 초식동물들이 영양분이 풍부한 먹이가 있는 사체가 있던 자리를 자주 찾았다. 초식동물이 남긴 배설물은 해당 지역을 더 비옥하게 만들었다.
아프리카코끼리는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의 '위기'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아이작 스미트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공원관리청(SANParks) 선임연구원은 "대형동물이 죽은 뒤에도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거대 초식동물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크루거 국립공원의 대형 동물 사체 연구는 이러한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고 했다.
<참고자료>
doi:10.1073/pnas.260533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