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직 전환 후 소방인력 1만8000명 증가…국비 부담은 여전히 10% 안팎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6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의 도장공장 화재 현장을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동안 소방관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시급히 전문 소방인력을 확충하고 그 소방인력들이 꾸준히 기량을 길러야 한다.”
2017년 12월 25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을 찾은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다. 그는 당시 지방 소방인력의 열악한 현실을 지적하면서 소방인력 확충과 장비 보강을 정부에 촉구했다.
약 9년이 지난 2026년 10월 13일. 경기도지사가 된 추미애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방 예산을 두고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의 인건비와 사업비가 경기도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취지였다.
추 지사의 발언이 논란을 빚으면서 과거 발언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소방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던 정치인이 정작 도지사가 되자 소방 예산을 골칫거리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실제 2017년 당시 언론보도를 확인한 결과 추 지사의 발언은 사실로 확인됐다.
2017년 12월 2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추 대표는 제천 화재 현장에서 적절한 소방 장비와 인력이 신속하게 투입됐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화재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소방인력이 4명뿐이었다는 설명을 듣고 지방 소방인력의 열악한 현실을 지적했다.
추 대표는 전문 소방인력 확충에 이어 “장비 보강도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방인력과 장비 부족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그렇다면 9년 전 추 대표의 발언과 현재 추 지사의 발언은 서로 모순되는 것일까.
우선 그동안 소방인력이 실제로 얼마나 증가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1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의 취지는 달성되고 있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소방공무원은 2017년 4만8042명에서 2024년 6만6802명으로 1만8760명 증가했다. 소방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인구도 같은 기간 1091명에서 766명으로 줄었다.
소방예산도 크게 늘었다. 지방 소방예산은 2019년 5조5000억원에서 2025년 8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추 대표가 촉구했던 소방인력 확충은 이후 상당 부분 현실화한 셈이다.
문제는 늘어난 인건비와 소방예산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소방공무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4월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국가가 소방 업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지역별 소방서비스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소방공무원의 신분은 국가직으로 바뀌었지만 예산은 여전히 지방정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5년 지방 소방예산에서 국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7%에 그쳤다. 국가직 소방공무원 인건비에 대한 국비 지원 비중은 8.6%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국가직 전환에도 소방예산의 지방재정 의존도가 높다며 국가의 재정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 지사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문제 삼은 것도 이러한 재정 구조였다. 그는 내년도 경기도 소방공무원 인건비가 1조1000억원, 사업비가 약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의 인건비 대부분을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2017년의 소방인력 확충 요구와 2026년의 국가 재정 부담 확대 요구가 정책적으로 충돌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방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그 비용을 국가가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은 동시에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 지사가 이번 국감에서 소방인력 감축이나 소방예산 삭감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추 지사의 표현이 적절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소방예산의 지방재정 의존도를 지적하려는 취지였더라도 소방조직 자체를 ‘골치 아픈 재정 빨대’에 빗댄 것은 소방공무원들의 반발을 부를 만했다.
과거 집권여당 대표로서 소방인력 확충을 강조했던 추 지사는 이제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의 책임자로서 그 비용을 부담하는 위치에 서 있다. 소방인력 확충을 요구하던 시절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재정 분담 문제가 도지사가 된 뒤 현실적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온라인에서 확산하는 ‘추미애 의원과 추미애 지사가 싸운다’는 비판은 두 발언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소방인력 확충에 대한 입장 번복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발언의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해석이다. 추 지사의 발언에서 정작 비판받아야 할 대목은 소방예산의 국가 부담 확대를 요구한 사실이 아니라 소방조직을 재정 부담의 원인처럼 표현한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