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도 시간이 지나면 성분이 변하거나 미생물에 오염돼 피부 자극과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pexels화장대를 정리하다 보면 몇 년 전 구입한 립스틱이나 선물 받았는데 잘 안 쓰게 되는 아이섀도, 거의 쓰지 않은 기능성 세럼이 나온다. 얼마 쓰지 않았다는 생각에 버리기는 아깝고, 겉보기에는 멀쩡하니 계속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화장품은 오래 보관한다고 숙성되는 제품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성분이 변하거나 미생물에 오염돼 피부 자극과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미국피부과학회(AAD) 역시 오래된 화장품은 오염되거나 변질될 수 있다며, 제품별 사용 기간과 보관 상태를 확인하도록 권고한다.
냄새가 달라졌다면 아깝더라도 버린다
화장품을 열었을 때 시큼하거나 기름이 산패한 듯한 냄새, 평소와 다른 금속성 냄새가 난다면 사용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향이 있는 제품은 원래 향이 약해지거나 낯선 냄새가 섞여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식물성 오일이나 불포화지방산을 포함한 제품은 산화로 향과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
향이 변했다고 반드시 미생물에 오염됐다는 뜻은 아니지만, 제품이 원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반대로 냄새가 정상이라고 해서 안전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미생물 오염은 냄새만으로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색이나 질감이 달라졌다면 변질을 의심한다
화장품을 짰을 때 기름과 수분이 따로 나오거나, 원래 매끄럽던 제형에 덩어리와 알갱이가 생기거나, 크림이 지나치게 묽어졌다면 사용을 멈추자. 파운데이션이 층층이 분리되거나 립스틱 표면에 이전과 다른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색이 달라지는 것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비타민 C 세럼처럼 산화에 민감한 성분을 포함한 제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짙어질 수 있다. 다만 제품에 따라 원래 색이 다르고 성분 특성도 다르므로, 색 변화만으로 변질 여부를 확정할 수는 없다. 제품 설명에 안내된 정상 색상과 보관 조건을 확인하고,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면 사용을 중단하는 편이 좋다.
발림성과 효과가 달라져도 점검해야 한다
예전에는 부드럽게 발리던 파운데이션이 뻑뻑해지고, 립스틱이 갈라지거나, 마스카라가 심하게 뭉치고 가루처럼 떨어진다면 제품의 상태가 달라졌을 수 있다. 피부에 바른 뒤 갑자기 따갑거나 화끈거리고 붉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사용을 멈춰야 할 신호다.
기능성 제품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자외선 차단제는 성분이 변하면 표시된 자외선 차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비타민 C, 레티노이드, AHA·BHA 등 활성 성분을 함유한 제품도 빛과 공기, 열에 노출되면서 안정성이 달라질 수 있다. 사용기한이 남았더라도 고온에 오래 노출됐거나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면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피부에 따가움이나 발진이 생겼다면 단순히 제품이 오래돼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성분에 대한 자극이나 알레르기 반응일 수도 있다. 일단 사용을 중단하고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피부과 진료를 받는다.
눈에 쓰는 화장품은 증상이 없어도 사용기간은 짧게
오래된 화장품 가운데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것은 눈 화장품이다. 마스카라와 리퀴드 아이라이너는 사용 때마다 눈 주변의 미생물에 노출될 수 있다. 제품을 반복해서 여닫거나 애플리케이터를 용기에 넣었다 빼는 과정에서도 오염 위험이 생긴다.
미국 FDA는 마스카라를 구입 후 약 2~4개월 안에 폐기할 것을 권고한다. 미국피부과학회도 마스카라는 약 3개월을 기준으로 교체하도록 안내한다. 제품에 표시된 사용 기간이 있다면 이를 우선 확인하되, 내용물이 말랐거나 뭉치기 시작했다면 더 일찍 버린다. 굳은 마스카라를 되살리려고 물이나 화장수를 넣는 것은 금물이다. 미생물이 들어갈 수 있고 방부 성분의 농도도 달라질 수 있다.
눈병이나 결막염 등 눈 감염이 발생했다면 사용하던 눈 화장품은 버리는 것이 좋다. 오염된 제품을 다시 사용하면 감염이 재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마스카라나 아이라이너를 공유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화장품 용기의 ‘열린 통’ 표시를 확인하자
화장품을 버릴 때는 감각적인 신호뿐 아니라 용기에 적힌 기간도 살펴야 한다. 국내 화장품은 제품에 따라 ‘사용기한’ 또는 ‘개봉 후 사용기간’을 표시한다. 사용기한은 표시된 날짜까지를 뜻하고, 개봉 후 사용기간은 용기를 연 뒤 권장되는 사용 기간을 뜻한다.
용기에 뚜껑이 열린 통 모양과 함께 ‘6M’, ‘12M’처럼 적혀 있다면 개봉 후 사용기간을 나타낸다. ‘12M’은 개봉 후 12개월이라는 의미다. 국내 관련 규정에서도 개봉 후 사용기간을 표시할 경우 제조연월일을 함께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제품을 열었을 때 날짜를 기록해두면 관리가 쉬워진다. 화장품 용기나 상자에 개봉 날짜를 적거나 휴대전화 메모에 기록해두자. 언제 샀는지, 언제 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제품은 무조건 안전하다고 가정하지 말고 표시 사항과 상태를 확인한다.
보관 습관이 화장품의 수명을 좌우한다
화장품은 직사광선과 고온을 피하고, 사용 후 뚜껑을 단단히 닫아 보관하는 것이 기본이다. 욕실은 습기와 온도 변화가 크기 때문에 제품에 따라 보관 장소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여름철 자동차 안처럼 뜨거워지는 곳에 화장품을 오래 두는 것도 피해야 한다.
손가락으로 내용물을 덜어 쓰는 제품은 손을 깨끗이 씻고, 가능하면 전용 스패출러를 사용한다. 스펀지와 브러시는 주기적으로 세척하고 완전히 말린다. 화장품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는 것도 오염을 줄이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아직 많이 남았다’는 이유로 사용 기간을 무작정 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화장품은 사용기한과 개봉 후 사용기간을 지키고, 그보다 먼저 냄새·색·질감·성능에 변화가 나타나면 미련 없이 정리하자. 피부에 바르는 제품은 끝까지 비우는 것보다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