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여전히 친일파 뜻 오해해"
"친일파 청산 늦어져 격차 문제로"
배우 하영이 8월 7일 KBS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자기 집안이 4대째 의사 가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을 두고 일본에서 한국 사회의 '반일' 정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던 것과 관련해 일본의 한 역사학자가 "한국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에서 '친일파'란 단어의 의미를 이해해야 하며, 친일파 청산 논쟁을 현재 일본에 대한 반감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사학 연구자인 오노 야스테루 규슈대 준교수는 18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인터뷰에서 하영 증조부 논란에 대해 "일본에서는 여전히 (친일파라는 단어에 대해) 오해하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4월 일본에서 '친일파-매국과 애국의 한국사'라는 책을 출간했다.
하영은 지난 8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기 집안이 4대째 의사 가문이며, 증조부가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해 고종을 진료했다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그런데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친일 행적을 보인 안상호(1872~1927)로 알려지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하영이 그릇된 역사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과 함께 친일파 청산 논쟁으로 번졌다.
친일 세력 청산을 주장하는 반일행동 회원들이 2022년 3월 23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앞에서 친일 청산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당시 이 논란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일부 인사들은 '한국에서 현대판 연좌제가 일어나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언론 보도로 인해 일본 사회에서는 '한국 사회는 왜 이렇게까지 반일 감정이 높은가'라는 반응도 나왔다.
오노 준교수는 그러나 "'친일파'는 한국에서 일본을 좋아하거나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라며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기 전부터 사용된 말이기 때문에 '매국노'라는 의미로 쓰인 지 120년 정도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친일파 청산 작업이 노무현 정부 때부터 본격화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때문에 식민 지배 아래에서 부유하게 살았던 친일파들이 해방 이후에도 부를 늘려와, 한국 사회에서는 불평등 문제로도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오노 준교수는 한국에서 친일파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반일이냐 아니냐'라는 시각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의 근원은 일본의 식민지배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친일파 청산은 넓은 의미에서 한일 간 역사 문제"라면서도 "한국 내부에서 벌어지는 친일파 관련 논쟁을 현재의 일본에 대한 반감이나 비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