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오하이오에 최대 140조원 투자 발표에도
지역 주민들 “전기요금만 오를 것”·“극도로 실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에 있는 선거 유세에서 춤을 추고 있다. [AP][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때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던 오하이오주 유권자들에게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고 생산직 노동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덕에 세 차례 연속 대선에서 이 지역 승리를 거머쥐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지난 12일(현지시간) 다시 오하이오를 찾은 가운데, 과거 그를 지지했던 일부 유권자들은 대통령이 내세운 ‘AI 중심 산업 육성’이 제조업 부활 과 자신들의 고용 불안 해소로 이어질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히려 전기요금과 고용 부담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들 주민들은 식료품값 상승과 높은 주거비, 비싼 휘발유 가격으로 인한 자신들의 우선순위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 오하이오주에 새로운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잇따르면서 그 간극이 더욱 커졌다고 말하는 유권자들도 있다. 미국 산업 성장의 새 국면에서 과연 누가 혜택을 보느냐는 물음이다.
백악관은 바이엘과 혼다, 크리에이트 등 여러 기업이 오하이오주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며 경제 성과를 옹호했다. 이들 투자 가운데 상당수는 향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지만, 아직 채용이 이뤄지진 않은 상태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는 오하이오주 파이크카운티에 오픈AI를 위한 새로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데 최대 1050억달러(약 140조50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회의적이다. 오하이오주 나일스에 사는 윌리엄 에이켈(26)은 트럼프 대통령의 AI 산업 지원에 대해 “나는 AI와 데이터센터가 정말 지독하게 싫다”며 “AI가 일자리를 빼앗아 갈텐데, 그 다음에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할수 있겠느냐. 아마 AI를 수리하는 일 정도일까”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군 복무를 하며 안전하다고 느꼈다는 이유로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에이켈은 “트럼프는 AI를 돈을 더 벌 수 있는 수단으로 보는 것 같다”며 “그런데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그 돈은 다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여기에는 굶주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복서이자 인플루언서인 제이크 폴이 12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에서 열린 선거 유세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AFP]트럼프 대통령이 출마한 세 차례 대선에서 모두 그에게 표를 던진 열성 지지자 브라이언(54)의 실망은 더 컸다. 그는 “트럼프에게 극도로 실망했다”며 “내가 속아 넘어갔다”고 말했다.
약 25년간 용접공으로 일하다 일자리를 잃었다는 그는 지역 곳곳에서 철강공장이 문을 닫고, 뒤이어 자동차공장까지 폐쇄됐다고 토로했다. 한때 공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일부는 이제 월마트 매장에서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고 했다.
브라이언 역시 데이터센터 건설에 회의적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가동에 드는 추가 전력 비용을 기술기업들이 부담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신뢰하지 않는다. 브라이언은 “결국 이 모든 비용은 우리가 내게 될 것”이라며 “언제나 그랬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전기요금 상승과 소음 문제 등을 우려한다. 오하이오주 허버드의 한 주택 잔디밭에는 핼러윈 장식용 해골이 ‘데이터센터 반대(No Data Centers)’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민심은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교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하이오주 유권자들은 데이터센터 문제를 처리하는 데 적합한 후보로 민주당 셰러드 브라운 전 상원의원을 공화당 존 허스테드 상원의원보다 11%포인트 더 선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밴달리아의 버틀러 고등학교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하이오주를 방문해 허스테드 의원을 지원하는 유세를 할 때도 이 같은 온도 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처음에는 열광하던 군중은 트럼프 대통령이 데이터센터의 경제적 이점을 강조하기 시작하자 눈에 띄게 조용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데이터센터를 원한다”며 “보라. 오하이오에는 여기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엄청나게 많다. 단순히 이를 중단시킬 수는 없다. 그러면 데이터센터는 중국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과의 전쟁을 우려하는 트럼프 지지자도 있다. 국내에서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데 왜 미국이 또다시 중동 전쟁의 비용을 떠안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데이터센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충성 지지자조차 “트럼프 대통령은 현안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지금은 다소 반감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