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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착민, 서안서 유럽 외교관 공격…“책임자 처벌” 피해국 격앙

요약
  •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서안지구에서 올리브 수확 중이던 프랑스·벨기에·폴란드 외교관 일행을 공격했습니다.
  • 피해국들은 이번 사건을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 정책과 연관된 폭력으로 규정하며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지난 16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올리브 나무를 수확하는 가족에 대한 이스라엘 정착민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 군대가 발사한 최루탄을 피해 팔레스타인들이 도망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6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올리브 나무를 수확하는 가족에 대한 이스라엘 정착민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 군대가 발사한 최루탄을 피해 팔레스타인들이 도망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유럽 외교관 일행을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안지구 내 정착촌 확대와 정착민 폭력을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서방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양측 관계에 추가적인 악재가 될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라디오에 따르면 이날 서안지구 타이베 마을에서 올리브 수확 작업을 하던 프랑스·벨기에·폴란드 외교관들의 차량이 유대인 정착민들의 공격을 받았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베르나르 보두 프랑스 올누아에므리 시장은 AFP통신에 “정착민들이 이처럼 행동하는 배경에는 이스라엘 정부의 묵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영상을 확인한 뒤 즉시 수사를 시작했다”며 “피해자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진술을 확보하는 한편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외무부에도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강력히 규탄한다”며 “사건에 연루된 모든 이가 법의 심판을 받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덧붙였다.

17일에 촬영된 영상에서 캡처한 화면으로 프랑스 공무원들이 착용하는 것과 같은 파란색, 흰색, 빨간색 띠를 두른 남성이 차량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날 서안지구 타이베 마을을 친선 방문하던 중 이스라엘 정 17일에 촬영된 영상에서 캡처한 화면으로 프랑스 공무원들이 착용하는 것과 같은 파란색, 흰색, 빨간색 띠를 두른 남성이 차량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날 서안지구 타이베 마을을 친선 방문하던 중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공격을 받은 베르나르 보두 프랑스 올누아에므리 시장은 AFP통신에 “정착민들이 이처럼 행동하는 배경에는 이스라엘 정부의 묵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피해국은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 당국은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책임자들을 체포해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썼다. 막심 프레보 벨기에 외무장관도 X에 “공격을 당한 외교 사절단에는 벨기에 총영사도 포함돼 있었다”며 “이번 폭력은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벨기에는 정착촌 확장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로 삶의 터전에서 내쫓으려는 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폴란드 외교부 역시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에 깊은 분노를 표하며 강력히 규탄한다”며 “폴란드는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자행되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폭력에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고 강조했다.

서안지구는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 위치한 팔레스타인 영토로 가자지구와 함께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의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폭력은 최근 수년간 증가세다. 이스라엘 정부가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을 확대하는 흐름과 맞물린 현상이다. 국제사회 대다수는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정착촌을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정착민 폭력 관련 보고는 지난 10년간 해마다 증가했으며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급증했다. 특히 매년 가을 올리브 수확철에는 정착민들의 공격이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전날에도 서안지구 중심도시 라말라 북동쪽 아부 팔라 마을에서 총기로 무장한 정착민 약 80명이 워싱턴포스트(WP) 기자 등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6일 서안지구에서 올리브 나무를 수확하는 가족에 대한 이스라엘 정착민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 군대에 의해 총에 맞은 팔레스타인 농부를 이스라엘 군이 포위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안지구에서 올리브 나무를 수확하는 가족에 대한 이스라엘 정착민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 군대에 의해 총에 맞은 팔레스타인 농부를 이스라엘 군이 포위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정착민 폭력 확산은 이스라엘과 서방의 관계에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과의 갈등이 두드러진다. 영국이 지난달 8일 서안지구 정착촌에 대한 제재에 나서자 이스라엘은 영국에 30일 이내 예루살렘 영사관을 폐쇄하고 외교관들을 철수시키라고 통보했다. 네덜란드가 서안지구 정착촌 생산품 수입 금지 등 제재에 나선 데 대해서도 이스라엘은 지난달 27일 라말라 주재 네덜란드 외교관들의 면책특권을 박탈하는 등 맞대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자국 기자 폭행 사건과 이번 유럽 외교관 공격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이날 WP 기자 폭행 사건을 거론하며 “철저한 수사와 체포,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기소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허커비 대사는 평소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지지해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서안지구에서 마찰이나 위기가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매우 분명하게 여러 차례 말해 왔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총선을 앞두고 이스라엘 정치권도 이번 사건에 반응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i24뉴스 인터뷰에서 “특정 집단이 법을 무시하고 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듣지만 나중에 알고 보면 처음 알려진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여 이번 사건에 대해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정착민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선거 행보를 이어 왔다.

야권 선두 주자로 꼽히는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Yashar)당 대표는 이번 사건을 “이스라엘 정부의 비호 아래 자행된 유대인 테러”라고 규정했다. 아이젠코트 대표는 유대인 정착촌 확대에는 찬성하면서도 무장 정착민들의 폭력은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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