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파리가 불 탔다…프랑스 전역 수십년 만에 최악 폭동

요약
  • 프랑스 전역에서 고물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약탈과 방화 등 극심한 폭력 사태로 번졌습니다.
  • 파리 등 주요 도시의 상점과 공공기관이 파괴되었으며, 시위대는 '노란 조끼' 운동을 계승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 마크롱 대통령은 폭력 행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공언했습니다.
‘고물가’ 항의 집회, 약탈·방화·폭력으로 번져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위 현장에 경찰들이 배치돼 있다. 신화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위 현장에 경찰들이 배치돼 있다. 신화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대규모 시위가 약탈·방화·폭력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파리, 보르도, 릴, 리옹, 마르세유 등 주요 도시에서 주최 측 추산 80만 명(경찰 추산 50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치솟는 생활비와 연료비 급등에 항의했다. 

이날 시위는 지난달부터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학생 시위와 맞물려 과격 양상을 보였다. 파리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했다. 

르몽드는 “전례 없는 심각한 도심 폭력 사태”라고 지적했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고물가 항의 집회에서 분노한 시위대가 복합 가전 매장 프낙(fnac) 매장에 난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고물가 항의 집회에서 분노한 시위대가 복합 가전 매장 프낙(fnac) 매장에 난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오전 파리 북동쪽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린 시위는 참가자들이 초반에는 프랑스 국가 ‘라마르세예즈’를 악기로 연주하는 등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시위대가 루브르 박물관 일대 중심가에 진입하기 시작한 오후부터 일부 과격파가 폭도로 돌변했다. 

파리 중심가의 라파예트 백화점, 셀린느·디올 등 주요 명품 매장을 비롯해 휴대폰 매장, 슈퍼마켓 등이 폭도들의 표적이 됐다. 이들은 사다리나 시위대 진입 저지용 울타리를 들고 공성전을 하듯 매장의 문을 박살낸 뒤 마구잡이로 들어가 물건을 움켜쥐고 달아났다. 일부 폭도는 경찰차에 돌과 물건을 던졌다. 

방돔 광장, 샹젤리제 거리 등 파리 번화가는 복면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폭죽 등을 던지는 시위대와 최루가스, 물대포 등을 동원한 경찰이 충돌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광장에 주차된 승용차에는 누군가 불을 지르기도 했다.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파리시장은 “피해 규모가 막대하고 엄청난 수준”이라며 “파리 전역의 거리가 조직적으로 파괴됐다”고 우려했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위 도중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위 도중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위대는 2018년 정부의 유류세 인상 조치에 항의했던 ‘노란 조끼’ 운동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노란 조끼를 입고 나왔다.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 노동총연맹(CGT)은 이날 전국 1750곳에서 집회가 열렸다고 밝혔다. 

프랑스 제2 도시인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는 도심 상점들과 경찰서가 시위대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 심지어 시청 건물이 시위대에 한시적으로 뚫리는 일도 벌어졌다. 

시청에 난입한 사람들은 무정부주의를 상징하는 철자 ‘A’를 벽면에 그렸다. 1789년 프랑스혁명 당시 왕권 억압의 상징이던 바스티유 감옥이 군중의 습격을 받은 것에 빗대 “우리는 바스티유를 점령하러 간다”고 외치기도 했다. 

남서부 소도시 리모주에서는 시청이 시위대의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여 종탑 등 건물이 전부 불에 탔다. 18세기에 지어진 이 건물은 프랑스 국가 문화재이기도 하다. 리옹에선 관광 센터가 폭도들의 방화에 전소됐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소도시 리모주에서는 시청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소도시 리모주에서는 시청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내무부는 이밖에 툴루즈, 그르노블, 앙제 등 다른 도시에서도 약탈, 경찰관 공격, 시설물 방화, 정부 기관과 언론사를 겨냥한 공격 등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프랑스 전국에서 모두 합쳐 400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 현장 곳곳이 물리적 충돌로 얼룩지자 “프랑스에서 폭력은 설 자리가 없다”며 공공기물 파손과 약탈 행위를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경찰과 군사경찰이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극도로 격렬한 폭력’에 맞서 싸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공권력을 지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시위 현장에는 이번 행사를 조직한 ‘노란 조끼’ 운동의 일부 전직 핵심 인사들이 참여했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관광 명소인 알렉산데르 3세 다리 인근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AFP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관광 명소인 알렉산데르 3세 다리 인근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AFP 연합뉴스 고교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 요구를 적극 지지해 시위를 선동한다는 비판을 받는 극좌 성향의 대선 주자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도 모습을 드러냈다.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극우 진영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은 시위 중 폭력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을 극좌 세력으로 규정했다. 이어 이들이 시위의 본래 취지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르펜은 “정당한 사회적 요구가 또다시 극좌 세력과 멜랑숑 의원 등에 의해 볼모로 잡혔다”며 “이들은 폭력을 정당화하고, 무질서를 권리로 주장하면서 프랑스를 혼란에 빠뜨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직 ‘노란 조끼’ 운동 지휘부가 독려한 이날 시위에 수십만 명이 호응해 거리로 나온 만큼, 8년 전 전국으로 확산되며 마크롱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은 노란 조끼 운동이 내년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