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5주년 앞 동력 마련 주목…경색 중일 정상회담도 관심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베이징=뉴스1) 노민호 특파원 =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제33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중러 3자 정상회담과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비롯해 한중·중일 정상외교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올해 APEC 정상회의는 다음 달 18~19일 광둥성 선전에서 개최된다. 중국이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2001년 상하이와 2014년 베이징에 이어 세 번째다.
중국은 올해 '아시아태평양공동체 건설, 공동번영 촉진'을 주제로 개방·혁신·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아태공동체는 1993년 APEC 정상회의에서 이미 제시된 공동 비전으로, 중국은 의장국으로서 이를 구체화하고 역내 경제협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부각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회의는 미중관계 개선 움직임과 북중 밀착, 중일관계 악화 등 동북아 외교 지형이 변화하는 가운데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PEC 본회의뿐 아니라 이를 계기로 열릴 수 있는 양자·다자 정상회담에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17일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시에 2026 APEC '중국의 해'를 주제로 한 꽃 장식물이 설치돼 있다. 2026.10.18 ⓒ 신화=뉴스1러시아가 '풍선' 띄운 미중러 3자회담…성사 여부 촉각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3자 정상회담 성사 여부다. 현재 러시아 측이 회담 가능성을 잇달아 언급하며 이른바 '풍선 띄우기'에 나선 모습이다.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지난달 1일 미중러 3자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이 문제가 논의됐다"고 밝혔다. 그는 세 정상이 APEC에 참석한다면 3자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1일 발다이 국제토론클럽에서 3자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는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회담이 성사되려면 논의할 의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최 여부는 의장국인 중국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중국은 3자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엔 정상회담 가능성과 맞물린 외교적 움직임도 이어졌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 14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양국관계와 주요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16일 미국이 중국·러시아와 핵군축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러 3자 정상회담이 현실화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군축 등 국제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러시아 정상을 동시에 맞이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부각할 기회이기도 하다.
미중 정상회담도 관심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선전에서 다시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 갈등 관리와 인공지능(AI) 협력 등 기존 합의의 후속 조치가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스1 이은현 디자이너북미 정상회담도 주목…트럼프 평양행·美중간선거 변수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간 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주목된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백악관에서 다음 달 아시아 방문 기간 김 총비서와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와 잘 지낸다"며 재차 대화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도 올해 안에 김 총비서와 만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실제 회담이 이뤄진다면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이후 약 7년 만에 북미 정상이 다시 마주 앉게 된다.
다만 북한은 APEC 회원이 아닌 데다 김 총비서의 방중 계획도 알려지지 않은 만큼, 선전 정상회의 현장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참석을 계기로 중국을 방문한 뒤 평양으로 향하는 방안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김 총비서가 직접 중국을 방문하지 않고도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평양 방문이 현실화한다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수도를 찾는다는 상징성도 있다. 다만 현재까지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방북 계획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의 관건은 결국 북한의 호응 여부다.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고 핵보유국이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까지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도 이어갔다.
김 총비서 입장에서는 다음달 3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도 중요한 판단 변수가 될 수 있다.
선전 APEC 정상회의가 중간선거 이후 열리는 만큼, 김 총비서가 선거 결과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와 향후 대북 협상 여건을 살핀 뒤 회담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공화당의 의회 다수당 지위 유지 여부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미국 내 정치 상황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중관계가 한층 밀착하고 있다는 점도 지켜볼 대목이다.
지난 15일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완공 약 12년 만에 정식 개통됐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가 각각 영상으로 축사하는 등 북중 고위급 교류 확대가 경제협력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뒤 작년 11월 경주 정상회담 때 선물 받은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1.5 ⓒ 뉴스1 허경 기자한중 정상회담도 관심…수교 35주년 앞 관계 '복원 동력' 확보 중요한국으로서는 선전 APEC을 계기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관계 개선의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지가 관심사다.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경주 APEC과 올해 1월 베이징에서 잇달아 만나 관계 개선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회동은 그간의 합의를 구체화하고 내년 수교 35주년을 앞두고 관계 복원의 동력을 이어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한류 제한 조치인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의 점진적 해제 여부가 관심이다. 시 주석은 지난 1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양국 문화교류와 관련해 "석 자 얼음이 한 번에 녹지 않고, 과일은 익으면 저절로 떨어진다"고 언급했다.
오랜 기간 경색된 문화교류가 단기간에 정상화되기는 어렵지만, 여건이 성숙하면 점진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노재헌 주중대사도 지난달 29일 베이징 주중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중 문화예술 토크콘서트에서 "'석 자 얼음'을 녹이는 작업이 다양한 방면에서 시작됐다"며 "내년 한중 수교 35주년을 계기로 한중 문화교류의 전면적인 복원이 일어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내년은 1992년 한중 수교 35주년이다. 양국이 관계 복원의 성과를 가시화하기 위해서는 정상 간 정치적 동력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한미동맹을 둘러싼 현안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도 한중관계의 안정적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미 양국은 대미 투자와 중동 정세 대응 등을 놓고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공유 제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동맹 내 소통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강경화 주미대사는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한미 정보협력 문제와 관련해 "아직 미국 측이 기대하는 만큼 문제가 충분히 해소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백악관 고위급과의 소통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외교·안보의 기본축으로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한국 외교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특히 북한이 남북 대화에 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도 중요하다.
중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중일관계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뒤 급격히 악화했다. 중국은 해당 발언의 철회를 요구하며 대일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8일 일본 측이 선전 APEC을 계기로 시 주석과 다카이치 총리의 회담을 요청했지만, 중국 측은 리창 총리와의 회동을 대신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해당 보도 내용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