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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료는 후불... 13년간 사제가 지켜온 영화제 [배우 차유진 에세이]

요약
  • 조용준 신부가 13년간 이끌어온 가톨릭영화제가 10월 22일부터 서울영화센터에서 개최된다.
  • 조 신부는 종교적 소재를 넘어선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며, 관람료 자율 기부제와 자체 기술 작업을 통해 영화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 왔다.
[인터뷰] 10월 22일부터 열리는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용준 신부1년 전, 12회 가톨릭영화제에서 홍보대사와 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 제안을 받았다. 덕분에 영화제를 준비하는 시간을 곁에서 함께하며, 1회부터 집행위원장을 맡아온 조용준 신부를 가까이 볼 수 있었다.

해외 영화를 찾고, 상영용 파일(DCP)을 만들고, 자막 위치를 잡고, 예심 방식을 고민하는 일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 모든 것을 그는 요란하지 않게, 한결같은 파수꾼처럼 감당하고 있었다.

▲  가톨릭 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용준 신부와 인터뷰 하는 모습.
ⓒ 최선한

영화제를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이 길을 걸어온 한 사람이 궁금해졌다. 13년을 이어온 조용준 신부에게 영화제와 영화, 그리고 계속하는 이유를 묻고 싶었다. 오는 22일부터 4일간 서울영화센터에서 열리는 가톨릭영화제 앞두고 조 신부를 만난 이유다. 지난 2일, 명동성당 가톨릭회관에서 1년 만에 조 신부와 마주 앉았다.

영화 만드는 신부를 꿈꾸던 소년

- 영화는 언제부터 좋아하셨나요?

"중학생 때였어요. 한국에서 해외 영화를 쉽게 볼 수 없던 시절인데, 해외 영화를 소개하는 잡지를 보면서 영화의 꿈을 키웠습니다. 고등학생 때 지금 속한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를 생각했고, 그때 '영화 만드는 신부가 돼 보고 싶다'는 마음도 가졌죠.

우여곡절 끝에 신학교에 가고 사제서품을 받은 뒤에 한국에서 영화를 공부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수도회 장상 신부님이 이왕이면 영어와 영화를 같이 배우라며 뉴욕으로 보내 주셨습니다. 덕분에 언어와 영화를 동시에 배울 수 있었어요."

▲  가톨릭 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용준 신부
ⓒ 최선한

-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인가요?

"<마농의 샘>이요. 원래 2부작인데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때는 한 편으로 편집해서 틀었어요. 나중에 필름이 복원돼 깨끗한 화질로 나왔을 때 제6회 가톨릭영화제 'CaFF 클래식' 섹션에서 1, 2편을 모두 상영했죠. 오리지널 버전을 극장에서 볼 수 있어서 제게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작품 속에서 이브 몽탕이 묵주기도를 하다 세상을 떠나요. 자기가 괴롭혔던 사람이 결국 자기 혈육이었다는 게 드러나고요. 한국적인 가족사와도 연결되고, 천주교 신앙 안의 공동체 모습도 잘 표현돼 있어서 아주 좋아합니다.

- 영화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유학하고 바로 시작한 건 아니에요. 영화 제작, 수입·유통, 영화제 개최, 이렇게 세 가지 방향을 조금씩 그려 보고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현직 영화 프로듀서님을 만났는데, 혼자서는 할 수 없으니 단체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가톨릭영화인협회를 만들었고, 모인 분들과 난상 토론을 하면서 영화제의 형식과 방법을 구체화해서 이듬해에 제1회 영화제를 열었어요."

- '가톨릭'이라는 이름 때문에 종교 영화제로 오해 받기도 합니다.

"저희도 처음에 고민이 많았어요. 천주교 신자인 영화인들이 모여 시작했는데, 그때도 이미 기독교 영화제가 있었거든요. 종교 영화제의 틀을 갈지, 더 보편적인 성격을 가질지 고민하다가 영화제가 지속되려면 보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신자들이 함께 꾸리니 가톨릭적 지향이 없다고 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일상적인 용어이면서 복음적 가치를 지닌 주제를 매년 정하고, 거기에 맞는 영화를 상영하기로 했어요. 종교적 소재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가치를 담은 영화를 찾아보자는 조건이었습니다.

티켓은 현장에서 무료로 발권하고, 관람료를 자율 기부제로 하는 것도 같은 생각에서예요. 티켓 판매는 영화제 수입에 별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어요. 미국이나 유럽에는 특정한 날 비싼 미술관도 기부함만 두고 자율적으로 내고 들어가게 하는 날이 있는데, 우리나라 '문화의 날'의 모델도 거기서 나왔죠. 누구든 편하게 와서 영화를 보고 느낀 바가 있으면 기부하면 좋겠다 싶었고, 1회부터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습니다."

영화제를 만드는 손

- 해외 초청작 선정부터 DCP 제작, 자막 작업까지 신부님이 주로 이끄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과정인가요?

"정확히는 프로그래머들이 영화를 검토하고 회의에서 결정해요. 절반 이상이 동의하거나 일정 점수 이상이면 상영하고, 아니면 하지 않는 방식이라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해외 영화를 찾아서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요. 해외 영화 정보를 얻을 길은 많지 않아요. 영화 전공자나 평론가는 많아도 외국 영화의 흐름까지 아는 분은 드물고, 오히려 수입사 쪽이 더 잘 아는 영역이거든요.

그래서 해외 정보 사이트를 보고, 영화제를 계속하다 보니 가끔 외국에서 먼저 이메일이 와서 자기네 배급사 영화를 소개해 주기도 해요. 특이한 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을 타고 오는 정보예요. 팔로우하지 않는 사람이 어떤 영화에 대해 쓴 글이 뜨면 괜찮은 작품인지 확인해 보면서 영화를 찾아가는 거죠. 그렇게 영화를 찾으면 스크리너를 받고, 내부에서 검토하고, 괜찮으면 상영을 추진합니다.

기술 작업도 있어요. 극장에서는 mov나 mp4가 아니라 DCP(디지털 시네마 패키지)라는 별도의 파일 체계로 영화를 틀어요. 작은 영화제라 외주 비용 부담이 커서, 기술을 익혀 가며 내부에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직접 하고 있습니다. 국내 작품은 대부분 DCP 상태로 오니까, 상영작 50여 편 중 3분의 2 정도를 작업하는 셈이에요."

- 이전과 비교해 올해 준비하면서 달라진 점이나 특별히 마음 쓰신 부분이 있다면요?

"작년 행사를 끝으로 CGV 명동역이 문을 닫아서, 올해는 서울시가 시네마테크로 개관한 서울영화센터에서 열어요. 상영관 세 곳이 모두 이전보다 작아져서 시스템도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고, 하나씩 맞춰가는 중입니다. 단편경쟁은 고민이 컸어요. 이미 유튜브나 홍보 영상으로 공개된 작품이 예심과 본심에서 거론되고 수상까지 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적어도 단편 경쟁 취지에 걸맞은 영화가 뽑히도록, 예심 단계부터 더 많은 심사위원이 선택한 영화가 본선에 오르게 했습니다. 덕분에 선정이 훨씬 원만했고, 마지막 예심 회의도 한 시간이 채 안 걸렸어요.

올해는 628편이 출품돼 14편이 본선에 올랐어요. 저는 심사의 공정성을 지키려고 수상작이 발표될 때까지 본선작을 보지 않아서 대략적으로만 말씀드릴게요. 완성도는 아주 좋은데 단편다운 실험 정신은 점점 약해진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단편을 장편으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감독이 많다 보니 단편 특유의 맛이 있는 영화가 덜 나오는 점이 아쉬워요.

저희 'CaFF 초이스' 섹션에서 상영하는 해외 단편은 단편 자체를 위해 만든 영화라 훨씬 짧으면서도 주제 의식이 분명해요. 반면 국내 작품은 30분 제한이 있다 보니 27~28분짜리가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30분을 넘는 작품은 본선에 올리지 않았어요. 저는 단편에서 30분도 길다고 봐요. 내부 심사위원 중에는 20분으로 줄이자는 분도 계신데, 그러면 들어올 영화가 많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짧은 호흡 안에 정확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담는 게 단편의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  가톨릭 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용준 신부
ⓒ 최선한

- 올해 주제는 '지금 여기에서 기쁨을 노래하다'입니다. 왜 기쁨인가요?

"가톨릭에서는 특정한 해에 희년을 선포하는데, 그 정신에 맞춰 주제를 정한 적도 있어요. 올해는 시대가 너무 어둡고 우리가 희망을 많이 잃어버린 것 같아서 '기쁨'을 주제로 하고 싶었고, 시적인 문장처럼 이렇게 정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는 긍정적인 가치보다 부정적인 면을 향하는 작품이 더 많은 게 사실이에요. 사회와 영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니, 감독들도 세상이나 정부에 대한 불만을 알게 모르게 시나리오에 담게 되죠.

하지만 어두운 시대일수록 영화는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위로의 수단이 되려면 어둡고 아픈 현실을 그대로 다루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때로는 판타지처럼 결이 다른 방식으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위로 받고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으니까요."

- 고됨과 보람 사이에서 13년을 이어오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반대로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영화제는 결국 좋은 영화로 꾸려야 하는데, 좋은 영화를 찾는 것도 상영하는 것도 늘 어렵습니다. 특히 단편 경쟁은 저희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문이에요. 정말 좋은 영화가 매년 들어와 본선에서 상영되고 시상까지 이어지길 바라는데, 한국적 상황 탓인지 그게 충분히 채워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계속 물음표입니다. 제작비를 많이 들여 퀄리티 있게 찍은 작품이 본선에 많이 오르고 상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단편의 실험 정신이 살아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보람은 관객들이 좋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쉽게 볼 수 없는 영화를 반가워해 주실 때예요. 본선에 오른 감독들이 좋은 자리를 마련해 줘서 고맙다고 하실 때도 그렇고요. 저희 영화제를 거쳐 입봉해 현직에서 활동하는 감독도 점점 늘고 있어요. 성장한 모습을 보고, 다른 자리에서 저를 기억하고 인사해 주고, 나중에 그분의 장편을 저희 영화제에서 틀어 보자는 이야기도 나누게 됩니다."

왜 계속하는가

- 사제로서 신앙과 영화가 만나는 접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넓게 말하면 미디어 신학이에요. 예수님이 하느님이시면서 인간으로 오신 방식, 곧 자신 안에 하느님을 품고 오신 방식이 미디어가 존재하는 방식과 같거든요. 미디어에 담긴 메시지와 가치가 사람들에게 전달되며 상호작용이 일어나니까요. 현존하는 매체 중에서 영화의 힘은 굉장하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 가치를 심어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이를 너무 좁게 보면 신앙적 가치만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저희의 지향에는 신앙적인 것도 포함되지만 보통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에요. 삶과 관계와 사람을 더 긍정할 수 있는 세상, 다른 말로 공동선이 현실이 되고 커져 가기를 바랍니다."

-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영화제를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영화제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세상에 어떤 제안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올해는 이런 영화를 함께 봤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부드럽게 권하는 일을 매년 해 오는 거죠. 제가, 영화인협회가, 가톨릭영화제가 한국 사회에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저는 거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협회의 목적이 '인간이 지닌 본래의 선함을 회복시키는 것'이에요. 영화를 만든 사람뿐 아니라 본 사람들도 더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기를, 그런 변화가 한국 사회에 조금씩 퍼지기를 바랍니다. 감독들이 그런 점을 조금이라도 의식해 주신다면 저희의 지향이 조금씩 현실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 올해 영화제에 오실 관객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세상에는 유명 배우들이 많이 참석하는 영화제도 있지만 저희는 그런 영화제는 아니에요. 주제가 있고, 작지만 따뜻하게 꾸려 가는 자리입니다. 종교나 다른 어떤 것에 대한 편견 없이 누구나 편하게 와서 영화를 보실 수 있고, 단편 경쟁작을 보고 관객 투표에도 참여하실 수 있어요. 오셔서 편안하게 영화 보시고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파수꾼의 시간

▲  가톨릭 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용준 신부
ⓒ 최선한

조용준 신부는 영화제의 판을 키우기보다 안을 단단히 다지는 쪽을 택했다. 1회부터 지켜온 자율 기부제, 주제를 정해 영화를 고르는 원칙, 영화제가 나아갈 방향을 거듭 점검하는 일까지, 그의 영화제는 흔들림이 없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자신을 앞세우지 않았다. 영화는 프로그래머들이 결정한다고 했고, 영화제가 하는 일은 '제안'일 뿐이라고 했다. 그 담담한 말 뒤에서 작은 디테일까지 손으로 직접 챙기는 모습은 1년 전 곁에서 보았던 그대로였다.

그 한결같음이 이 영화제의 정체성이 되었다. 극장의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면, 기쁨은 지금 여기에서 피어난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될 것이다. 그 작은 변화가 세상에 조금씩 번져 가기를 바라며, 조용준 신부는 오늘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할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제13회 가톨릭영화제 상영시간표와 프로그래머 추천작
: 올해 해외 초청작은 50여 편이고 단편경쟁에는 628편이 출품됐다.
상영시간표 바로가기 https://caff.kr/catalog
프로그래머 추천작 12편 https://caff.kr/choice12

덧붙이는 글 | 명칭: 제13회 가톨릭영화제 (Catholic Film Festival 2026, 약칭 CaFF 2026)
주제: ‘지금 여기에서 기쁨을 노래하다(Rejoice Here and Now)’
일정: 2026년 10월 22일(목) ~ 10월 25일(일)까지 (4일간)
장소: 서울영화센터 (2,3호선 을지로3가역 9번 출구)
주최: 가톨릭영화인협회
주관: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회
주요 프로그램: 국내외 장·단편 영화 및 애니메이션 상영, 단편경쟁, 관객과의 대화(GV)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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