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칠곡 낙동강 평화축제' 가 16일 경북 칠곡보생태공원에서 열려 아이돌 출신 군인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가운데 둘은 강다니엘과 백호(뉴시이스트). 두 사람은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출연 시절, 연습생 신분으로 함께 불렀던 ‘열어줘’ 무대를 선보여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송봉근 객원기자 “여러분, 플래카드를 높이 들어주십시오. 육군공연단이 무대에 올라옵니다! 지금도 전후방 각지에서 헌신하고 있는 50만 국군 장병을 대표해서 멋진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16일 오후 12시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경북 칠곡군 석적읍 칠곡보생태공원. 서울에서 차로 쉬지 않고 4시간가량 달려야 도착하는 이곳에 수백명의 K팝 팬들이 모였다. ‘칠곡낙동강평화축제’ 축하 무대에 서는 아이돌 출신 병사들을 보기 위함이었다.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30분간 진행된 육군공연단의 무대에는 강다니엘, 우지(세븐틴), 백호(뉴이스트), IM(몬스타엑스), 정승환(ATOB) 등 연예인 출신 병사 10여명이 올랐다. 이들은 30여명의 비연예인 병사들과 함께 13곡에 맞춰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불렀다.
공연이 시작되자, 이른 아침부터 대포 같은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최애’를 기다렸던 팬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자신을 강다니엘의 팬이라고 밝힌 서울에서 온 김모씨(30대 후반)는 “평소 화려한 스타일링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머리를 깎고 군복을 입은 채 서는 무대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평택에서 온 25세 몬스타엑스 팬 김모씨는 “좋아하는 스타를 오랫동안 못 보면 보고 싶은 게 당연하다”며 “새벽 6시에 집을 나섰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했다.
스포츠 스타들의 병역 면제 여부가 논란인 선 가운데 K팝 신에서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K팝 아티스트들은 군 주최 행사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팬들을 몰고 다니고 있다. 기획사들은 입대 전후의 활동을 미리 설계한다. K팝의 오랜 숙제였던 ‘군백기’가 ‘군활기’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충남 계룡대 활주로 일원에서 열린 계룡군문화축제의 지상군 페스티벌은 매년 아이돌 출신 병사들이 대거 무대에 서는 대표적인 행사다. 올해는 사회에 로운(SF9)이, 퍼포먼스에는 배우 이준영(유키스), 곽동연, 가수 강다니엘, 우지(세븐틴), 백호(뉴이스트), IM(몬스타엑스), 정승환(ATOB) 등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장 앞 인도에는 팬들이 자리를 맡아두기 위해 이름과 연락처를 써놓은 종이가 100m 넘게 붙어있어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제13회 칠곡 낙동강 평화축제가 열린 16일 경북 칠곡보생태공원에서 아이돌 출신 군인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 온 팬들. 송봉근 객원기자 병사들의 무대는 호국보훈의 달, 군인 가족의 날 등 군 기념 행사나 지역 행사 지원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열린다. 무대에 서는 장병은 대부분 공연별로 따로 선발한다. 육군 관계자는 “육군 전 장병 대상으로 모집공고를 하고 오디션 등 심사를 거쳐 공정하게 선발하고 있다. 연예활동 경력과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과 절차를 적용하며 차출 없이 본인 희망에 따른 지원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은 ‘연예병사 제도’가 폐지된 2013년 이후 정착됐다. 과거에는 가수와 배우, 개그맨, MC 등 연예인 출신 병사를 선발, 국군홍보지원대에 배치하고 군 홍보와 장병 위문 공연 등을 맡겼다. 그러나 일부 연예병사의 무단이탈과 외부 유흥업소 출입 등 복무기강 해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폐지됐다. 이후 신병교육대 조교가 된 택연(2PM), 해병대에 입대한 이찬혁(악뮤) 등 성실하게 군 생활을 한 연예인들의 사례가 화제가 되며 입대를 미루기보다는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기획사 차원에서는 멤버별 입대 시기를 분산시키면서 유닛 활동으로 최대한 공백기를 줄이는 BTS(방탄소년단), 세븐틴 모델이 자리 잡고 있다. 멤버 전원이 한국인인 BTS는 진이 입대한 2022년 12월을 시작으로 약 4년 간 완전체로 활동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기간 모든 멤버가 솔로로 활동했다.
멤버 전원이 입대해 장병 신분으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룹 온앤오프는 멤버 6명 가운데 일본인 멤버를 제외한 한국인 멤버 5명이 비슷한 시기에 입대해 군 복무를 마쳤다. 이들은 군 입대 기간에도 5명이 함께 무대에 서 완전체에 가까운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BTS) 진(왼쪽)이 2024년 10월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육군 제36보병사단 백호 신병교육대에서 육군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제이홉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 뉴스1] 군 복무가 예상치 못한 전환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가수 우즈(조승연)는 군 복무 중인 2024년 출연한 KBS ‘불후의 명곡’ 국군의 날 편에서 자작곡 ‘드라우닝’을 열창한 영상이 입소문을 타며 데뷔 후 처음으로 주목받았다. 우즈가 군 입대 전인 2023년 발표한 이 곡은, 우즈가 군복을 입고 노래하는 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그의 복무 기간에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 정상에 올랐다.
이 같은 흐름에도 복무 관리, 연습 시간 특혜 논란 등은 여전히 우려점으로 꼽힌다. 군 관계자는 “행사 종료 후에는 원소속 부대로 복귀하며 관련 훈령에 따라 군 복무 행사 지원 파견 횟수는 5회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사 입장에서도 군 복무 기간은 큰 리스크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는 군 공연 등을 권장하고 있지 않다. 무대 준비 과정에서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고 아티스트와 소통도 힘든 상황”이라며 “최대한 조용히, 어떠한 논란 없이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대하기만 기다리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