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종 이상 화합물 합성 검증, 신약 후보물질 대량 확보 기대
이번 연구를 수행한 박윤수(뒷줄 오른쪽 끝) KAIST 교수 연구팀.[KAIST 제공][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신약 후보물질을 만드는 복잡한 화학실험을 로봇이 사람 대신 수행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KAIST는 화학과 박윤수 교수 연구팀이 가시광선과 연속 흐름 공정을 결합한 ‘24시간 무인 합성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신약 개발에서는 인공지능(AI) 등이 설계한 분자를 실제로 합성해 약효와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분자 구조가 조금만 달라져도 새로운 합성 조건을 찾아야 하고, 소량 합성에 성공하더라도 생산량을 늘리려면 실험 조건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원료 준비 로봇과 자동화 펌프, 광화학 반응 장치, 분석 장비를 하나로 연결했다.
연구자가 초기 조건을 설정하면 로봇이 원료를 자동으로 배합하고 펌프가 원료 용액을 가느다란 관으로 흘려보낸다. 이후 가시광선을 쪼여 화학반응을 유도하고, 반응을 마친 용액은 분석 장비로 전달돼 합성 여부와 생산량을 자동으로 확인한다.
핵심은 원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면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연속 흐름 공정’이다. 가느다란 관을 이용해 빛을 균일하게 전달할 수 있고, 공정 가동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다.
24시간 무인 합성 플랫폼 모식도(AI 생성 이미지).[KAIST 제공]연구팀은 플랫폼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분자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 특정 원자만 선택적으로 바꾸는 ‘단일원자 편집 반응’을 적용했다.
그 결과 20종 이상의 퓨란 계열 화합물에서 합성 가능성을 확인했다. 구조가 복잡한 천연물에서도 다른 부분은 유지한 채 원하는 부분만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의약품 개발에 활용되는 핵심 분자 골격인 ‘N-메틸 피롤’을 연속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해 생산량 확대 가능성도 입증했다.
이번 기술은 분자의 일부 구조만 바꾼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여러 후보물질의 약효와 독성을 비교하는 ‘후보물질 라이브러리’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향후 플랫폼에 AI를 접목해 축적된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화학반응 조건을 스스로 학습하고 개선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박윤수 교수는 “설계된 분자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합성하느냐가 앞으로 신약 개발의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며 “이번 플랫폼은 반응 조건을 수치화하고 재현할 수 있게 해 유기 합성 자동화 시대로 나아가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 국제학술지 ‘JACS Au’에 지난 8월 7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