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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돕는 'AI의 역설'… 회의시간 더 길어져

요약
  • AI가 업무 속도를 높였음에도 결과물 검증과 의사결정을 위한 인간의 판단이 병목 현상으로 작용해 직원들의 회의 시간이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 앤트로픽 보고서에 따르면 AI 관리 업무 비중이 커지면서 단순 기술보다 판단력과 검증 능력이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앤트로픽 보고서 눈길
일하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직원 회의시간 되레 20% 증가
AI, 결과물 빠르게 만들지만
검증·지시 과정서 병목 현상
"생산성 향상 저해 요인" 지적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면 직장인들의 업무 부담도 줄어들까.

AI 기업 앤트로픽에서 나타난 변화는 예상과 달랐다. AI가 코드를 작성하고 문서를 처리하는 동안 직원들의 회의 시간은 오히려 20% 늘어났다. AI가 쏟아내는 결과물을 검토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AI가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일수록 인간의 판단과 검증이 전체 생산성을 좌우하는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 AI 썼더니 인간 토론 시간 길어져

17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이 발표한 자체 고용·업무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업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직원 1인당 회의 시간이 1년 전보다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부문에서 직접 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회의 시간도 전년 대비 16% 늘었다.

앤트로픽은 그 이유로 '인간의 신뢰와 책임'을 꼽았다. AI가 코드를 작성하더라도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려면 사람들끼리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프로그램 오류를 해결하다 보면 결국 여러 사람이 모여 논의하고 결정해야 하는 조직과 시스템 차원의 문제가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배경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AI의 생산성이 있다. 앤트로픽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직원들이 활용하는 AI 에이전트의 작업 시간은 인간 직원의 6배에 달했다.

그러나 AI가 쏟아내는 결과물을 사람이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클로드의 전체 작업 세션 중 약 80%는 사람의 응답이나 추가 지시를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AI가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도 사람이 확인하고 다음 지시를 내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비기술직 직원조차 AI가 생성한 모든 내용을 읽으려면 일주일 근무 시간의 절반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앤트로픽은 "인간의 주의력과 판단력이 AI 생산성을 제약하는 새로운 병목으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 인간의 검증이 AI 시대 '병목'으로

직원들의 업무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AI에 지침을 내리고 결과물을 검토하며 작동 상태를 확인하는 등 AI를 관리하는 업무의 비중은 지난해 가을 10%에서 올해 봄 22%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지난 4월 사내 설문조사에서는 직원의 20%가 자신의 역할이 '직접 일하는 것에서 여러 클로드를 관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답했다. 한 엔지니어는 "여러 AI가 끊임없이 나의 관심과 판단을 요구한다"며 이를 '아이 돌보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인간에게 요구되는 능력도 달라지고 있다. 한 직원은 과거 전체 업무의 20%에 불과했던 전략 업무가 이제는 9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채용 담당자들 역시 특정 기술을 구현하는 능력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업무를 이끄는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반면 기술 부문 신규 채용에서 초급 인력의 비중은 지난해 초 27%에서 9%로 떨어졌다. AI가 단순 업무를 대신하면서 경험이 적은 직원의 입지는 좁아지는 모습이다.

AI가 확산되면서 이러한 변화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요시 마티아스 구글 부사장 겸 구글 리서치 총괄은 지난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열린 '리서치앳 2026' 행사에서 "AI가 가설을 만들고 문헌을 조사하며 연구 모델을 구축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연구의 핵심이 검증과 확인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앤트로픽에서 인간의 판단력이 생산성의 병목으로 지목된 것과 같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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