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www.inaturalist.org에 올라온 사마귀 사진. AI로 조작됐다.사마귀 전문가인 크리스 앤더슨은 최근 시민 과학 사이트 ‘아이내추럴리스트(iNaturalist)’를 살펴보다 한 이용자가 말레이시아에서 발견했다면서 올린 낙엽사마귀 사진을 발견했다.
이전에 볼 수 없던 아주 독특한 형태였다. 낙엽사마귀는 마른 나뭇잎처럼 몸을 위장하는 사마귀 무리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의 열대우림에 산다.
앤더슨은 처음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종을 발견했다’는 생각으로 흥분했으나, 이내 이 사진이 인공지능(AI)으로 조작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크리스 앤더슨이 쓴 글을 소개하면서 최근 AI로 조작된 이미지가 계속 퍼지면서, 시민들이 쌓아온 과학 기록도 위협받고 있다고 썼다.
시민 과학은 일반 시민이 과학 데이터 수집·관찰·분석 등에 참여하는 연구 방식이다. 아이내추럴리스트엔 과학자뿐 아니라 전 세계 일반인들이 동식물 관련 정보를 올릴 수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고, 아주 드물게 학술 논문에 발표할 만한 사진이 올라오기도 해서 과학자들도 애용하는 사이트였다.
앤더슨은 글을 통해 ‘AI로 만든 관찰 기록이 시민 과학 데이터까지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경고했다.
과학 매체 파티클에 따르면, 앞서 2025년 11월엔 한 스코틀랜드의 조류 관찰 사이트 ‘Birds in Moray and Nairn’에 조작된 새 사진이 올라왔다가 삭제되면서 물의를 빚었다. 새 애호가들은 처음엔 스코틀랜드 북동부에 머리에 검은 깃털이 모자처럼 덮여 있는 쇠박새가 나타났다며 흥분했으나, 이내 이 사진은 AI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의 조류학자 알렉산더 리스와 아이내추럴리스트·미국 코넬대 조류연구소 관계자 등 5명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진화’에 “AI 이미지가 생물 관찰 기록을 왜곡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의견 글을 발표했다.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의 조류학자 알렉산더 리스와 아이내추럴리스트·미국 코넬대 조류연구소 관계자 등 5명이 제미나이로 만든 붉은어깨검정새 이미지(a). 가운데 (b)는 실제 촬영한 사진이고, 이를 AI로 보정해 다른 종처럼 보이게 만든 이미지가 (c)다. /네이처 생태·진화이들은 조작은 물론이고 약간의 AI 보정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가령 최근 아이내추럴리스트에 실제로 올라온 한 브라질 꾀꼬리 사진의 경우, 이 사진을 올린 사람은 단지 더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 구글의 AI 이미지 편집기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보정 과정에서 브라질 꾀꼬리가 북미에 사는 붉은어깨검정새처럼 바뀌었다. 사진을 올린 사람은 추후에 “속일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이에 리스를 비롯한 연구진은 오류를 직접 재현해봤다. 이들은 실제 꾀꼬리류 새 사진을 제미나이에 넣고 “더 보기 좋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AI는 꾀꼬리 날개에 붉은 무늬를 더해 붉은어깨검정새로 오인할 만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또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붉은어깨검정새”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자, 제미나이는 꼬리 깃 수가 이상한 것 외엔 꽤 그럴듯한 결과를 내놓았다고 한다.
리스는 사진을 보기 좋게 보정하는 과정에서도 생물 관찰 자료가 왜곡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