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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열매 나누려다 씨앗 말리나…저작권법 개정의 역설 [IT클로즈업]

요약
  • 창작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추진 중인 저작권법 개정안이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 업계는 추가 보상 부담이 투자 위축과 신인 창작자의 기회 감소로 이어져 콘텐츠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흥행 실패작에도 추가 보상…신인 감독·작가 설 자리 좁아질 우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오징어게임'의 성공을 나누자던 논의가 정작 제2의 '오징어게임' 탄생을 가로막을 수도 있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창작자의 몫을 늘리겠다며 추진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흥행에 실패한 작품에도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다.

업계에선 추가 보상 부담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이 검증된 작품에만 자금을 집중하고, 신인 감독과 작가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흥행의 결실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질 토대까지 흔들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 '오징어게임' 대박이 쏘아 올린 공…쪽박 난 작품에도 보상금?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최근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 사업자 의견을 수렴했다.

창작자에 대한 추가 보상 논의는 2021년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흥행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제작비 등을 부담하는 대신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면서, 작품이 크게 흥행해도 창작자는 별도 인센티브를 받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다.

이를 계기로 21대·22대 국회에선 감독·작가 등이 권리를 넘긴 이후에도 작품 이용에 따른 추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임 의원안도 이러한 흐름에서 나왔다.

다만 눈여겨볼 대목은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는 계약 당시 추가 보상을 받지 않기로 합의했더라도 마찬가지다.

보상 청구 대상도 제작사뿐 아니라 재송신 사업자와 OTT 등으로 넓혔다. 창작자가 작품을 이용하는 매체별로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흥행 실패해도 보상 청구서…손실은 투자자만 떠안나

콘텐츠 업계가 문제 삼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작품 이용으로 수익이 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이익을 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는 제작사와 투자자가 수십억~수백억원의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먼저 투입한다. 작품을 유통해 수익을 거두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손실은 제작사와 투자자 등이 떠안는 구조다.

그런데 임 의원안에 따르면 적자가 난 작품에도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흥행 성공에 따른 성과를 나누자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실패에 따른 손실은 제작사와 투자자가 떠안으면서 수익은 추가로 나누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창작자의 처지가 실질적으로 나아질지도 미지수다. 작품에 투자하거나 이를 구매·유통하는 사업자의 비용이 늘어나면 그 부담이 다시 창작자에게 돌아갈 수 있어서다.

방송사와 IPTV·OTT 등이 추가 보상금을 고려해 콘텐츠 구매가격을 낮출 수 있고, 투자자 역시 흥행 가능성이 검증된 감독과 작가의 작품에 자금을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흥행 실적이 없는 신인 창작자는 작품을 제작하고 유통할 기회부터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작품이 판매될 때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가 더 어려워진다”며 “투자사와 배급사, 유통사도 작품을 더 까다롭게 고를 수밖에 없다. 수익성이 낮은 영화는 외면받고 결국 흥행이 예상되는 작품에만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 창작자 몫 늘리려다 투자 빗장 걸리나…제2의 흥행작에 빨간불

더욱이 추가 보상 부담이 국내 창작자에 한정되는 것도 아니다.

저작권 보호에는 국제협약상 외국 권리자를 자국 권리자와 동등하게 대우하는 원칙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해외 영화가 국내에서 유통될 때도 외국 감독과 작가 등이 추가 보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역시 국내 콘텐츠에 투자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추가 보상 부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이들이 계약 방식을 바꾸거나 국내 투자를 줄인다면 창작자에게 돌아갈 기회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에 한국은 여러 시장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국내 콘텐츠 투자 역시 글로벌 유통을 전제로 이뤄진다”며 “추가 보상 부담이 커지면 국내 제작진과 계약하는 해외 법인을 변경하는 방안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불공정 계약 막으려다 분쟁 불씨 키우나…뒤섞인 보상 개념

불공정 계약 문제도 짚어볼 필요는 있다.

방송사 편성을 전제로 계약한 작품이 OTT로 넘어가면서 당초 예상하지 못한 유통 수익이 발생해도 창작자가 이를 충분히 배분받지 못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추가 보상권을 일률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이 적절한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계약의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려다 향후 콘텐츠 제작과 투자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오징어게임'을 계기로 제기된 초과성공보수와 현재 논의되는 재방료 성격의 보상은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자는 흥행 성과에 따른 이익 배분인 반면, 후자는 작품의 재방송·재전송 등에 따른 보상이다.

보상의 목적과 기준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면 기존 계약에 따른 대가와 추가 보상이 중복되는 문제는 물론, 이해관계자 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전문가는 “OTT 매절계약 과정에서 창작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측면은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보상을 일률적으로 의무화하면 기존 계약 관행 전반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국내에는 이러한 계약과 정산에 관한 규칙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권리부터 법으로 보장하면 분쟁으로 번질 여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또 “추가 보상권이 도입되더라도 창작자가 실제로 받는 금액이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며 “계약과 정산 절차가 복잡해지고 이를 관리하는 단체의 운영비용까지 발생하는 만큼, 보상 체계의 변화가 권리자 전체의 실질적인 보상 증가로 이어질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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