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다음 과제는 안정"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물가상승률 2% 달성에서 물가 안정으로 옮기고 있다.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근접한 만큼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다.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추진하는 일본 정부와 정책 보조를 맞추는 일은 과제로 떠올랐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은 2%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는 물가를 조금씩 2%에 가까워지게 한다는 의미에서 상승을 용인해왔다”며 “앞으로는 이 이상 오르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 2% 부근에 정착시키는 것을 정책의 큰 목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물가 목표 근접…연말·연초 추가 인상 관측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판단에서 중시하는 것은 일시적인 변동 요인을 제외한 기조물가다. 특정 지표 하나로 판단하지 않고 소비자물가지수와 기대인플레이션율 등 여러 지표를 종합해 평가한다.
최근 지표에서는 목표 달성에 가까워졌다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신선식품과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보조금 등 정책 요인을 제외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로, 23개월 연속 2% 이상을 기록했다.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한 ‘절사평균치’도 한때 2%를 밑돌았다가 7~8월 다시 2% 이상으로 올라섰다. 가계와 기업, 전문가의 전망을 종합한 장기 기대물가상승률 추정치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일부가 2%대에 진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물가 상승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긴장에 따른 유가 상승과 지속적인 엔저가 기업 간 거래 가격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원가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도쿄 23구의 9월 신선식품 제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8개월 만에 2%를 웃돌았다. 전국 물가도 가을 이후 전기·가스요금 보조금 효과가 사라지면서 상승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케 요시키 다이이치라이프자산운용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6년 말부터 2027년 초에 걸쳐 3%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29~3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발표될 경제·물가 전망 보고서에 쏠린다. 일본은행이 기조물가가 2%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존 표현을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 등으로 바꿔 사실상 목표 도달을 시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은행은 지난 9월 정책금리를 1.25%로 인상한 뒤에도 금융 환경이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해왔다. 기조물가가 2%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면 완화적인 환경을 유지할 필요성이 줄어 추가 인상 명분은 커진다. 시장에서는 12월이나 내년 1월 회의에서 다음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적극 재정 추진하는 정부…디플레 탈출 선언엔 신중다만 일본은행은 목표 달성을 공식 선언하는 데 신중한 모습이다. 내부에서도 “2% 목표 달성을 명언하는 데 이점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에다 총재가 목표 ‘도달’보다 ‘정착’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정부와의 물가 인식 차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최근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재정 확대나 금융 완화가 필요한 국면은 아니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시적인 식료품 소비세 인하 등을 포함한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디플레이션 탈출을 공식 선언하면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확대의 명분이 약해져 정책 운용의 자유도가 좁아질 수 있다. 복수의 경제 부처 간부가 당장 탈출 선언이 나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2013년 공동성명을 통해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협력을 약속하고 2% 물가 목표를 제시했다. 13년 만에 목표 달성을 눈앞에 뒀지만,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려는 중앙은행과 재정 확대 여지를 확보하려는 정부 사이의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