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보수·비핵심 투자 문제제기이 기사는 2026년 10월 19일 09:00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오리온 사옥 전경. 오리온자산운용사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가 오리온을 대상으로 공개 행동주의 캠페인에 돌입했다. 지배주주 일가가 이사회에 소속돼 있지 않음에도 받는 수십억 원의 보수와 무리한 사업 다각화를 문제로 삼았다. 2조 원을 웃도는 순현금과 금융자산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사용해달라고 요청했다.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FCP는 최근 오리온 이사회에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오너 일가의 등기이사 취임 또는 보수 수령 중단 △경영진 보수의 주가 연동 △잉여현금 활용 계획 발표와 주주환원 확대 △중앙일보 인수 중단 △펫푸드 사업 진출 검토 등이다. FCP가 제시한 답변 기한은 다음달 13일이다.
FCP는 오리온이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봤다. 오리온은 국내 제과 시장 점유율 22%로 1위이면서 매출의 3분의 2를 해외에서 올린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EV/EBITDA는 2.7배에 불과하다. 국내외 식품기업들의 EV/EBITDA는 통상 6배 이상, 높게는 10배 이상으로 형성돼 있다. 오리온의 순현금과 금융자산은 약 2조 1000억 원으로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지만 배당수익률은 2.8%에 그친다.
지배주주 일가의 보수도 문제 삼았다. 지배주주 일가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은 2013년 이후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 이사회에 소속돼 있지 않지만 거액의 보수를 받고 있다. 지난해 오리온 사업보고서 기준 담 회장은 26억 원, 이 부회장은 20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이승준 사장 연간 보수(11억 원)의 2배 수준이다. FCP는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지배주주에게 거액의 보수를 지급하는 구조를 바꾸고, 경영진 보수를 주가와 연동해 일반주주와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것을 요구했다.
또 다른 쟁점은 인수합병(M&A)이다. 오리온은 2024년 약 5500억 원을 투자해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3%를 확보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최근에는 중앙일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 적격인수후보에 포함돼 실사를 진행 중이다. FCP는 중앙일보가 올 상반기 92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을 들어 인수 중단을 요구했다. 과거 바이더웨이와 온미디어, 베니건스 등을 매각했던 오리온이 다시 본업과 연관성이 낮은 사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문제 삼았다.
국내에서는 행동주의 투자자가 자본배분 개선을 요구한 기업에서 주주환원이 확대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요 주주로 참여한 JB금융은 2024년 32.4%였던 총주주환원율을 2026년 45%, 장기적으로 50%까지 높이는 계획을 제시하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이어갔다. KT&G는 올해 4월 약 1조 8000억 원 규모의 보유 자사주를 전량 소각했고, 9월에는 3600억 원 규모의 추가 매입·소각을 결정했다.
이상현 FCP 대표는 “오리온은 매출 대부분을 해외에서 내는 대표적인 K푸드 기업으로 거버넌스만 개선하면 기업가치도 정상화될 것”이라며 “이사회가 서한을 신중히 검토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