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증시 종가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내년 결혼을 앞둔 개인 투자자 정모(34)씨는 최근 주가 급락으로 주식 투자 원금 4억원 가운데 2억원을 잃었다. 결혼 전 ‘내 집 마련’에 쓸 돈이었다. 정씨는 “주식이 많이 올라 자신감이 넘쳤을 때 프러포즈했는데 여자친구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몇 주 전부터 주가가 떨어지길래 분할 매수하다가 급락 때 남은 돈을 다 넣었는데 또 떨어지니까 미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
하이닉스 반토막…결혼 계획도 흔들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결혼이나 내 집 마련을 위해 모은 목돈을 주식에 넣었다가 손실을 봤다는 청년 투자자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돈을 조금 더 불리려던 투자가 큰 손실로 돌아오면서 결혼과 주거 등 생애 계획까지 흔들리고 있다.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6% 오른 5768.01에 장을 마쳤다. 3.17% 내린 5488.41에 출발하며 5500선 아래로 밀려났다가, 오후 들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날 반등을 감안해도 이달 들어 코스피 하락률은 15.65%에 달한다.
20·30세대는 이번 증시 급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이 많이 투자한 ‘삼전닉스’가 크게 떨어지면서다. 한국투자증권의 투자자 계좌 분석에 따르면 20대 투자자의 35.5%, 30대의 39.39%가 두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각각 17.8%, 24.3% 급락했다. 두 종목 모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증시 종가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고점과 비교하면 더 아찔하다. 종가 기준 삼성전자는 지난 6월 18일 36만2500원에서 이날 21만8000원으로 39.86% 떨어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22일 291만9000원에서 이날 127만7000원으로 56.25% 하락해 반토막이 났다. 지난 15일 기준 한국투자증권에서 SK하이닉스에 투자한 고객의 74%, 삼성전자에 투자한 고객의 53%가 손실을 보고 있었다.
투자 손실에 ‘결혼 포기’ 선언을 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직장인 조모(28)씨는 올해 말 집을 사고 내년에 결혼할 계획이었지만, 주가 급락으로 당장은 결혼이 어렵게 됐다. 조씨는 “집을 사려면 주식을 다 처분해야 하는데 마이너스라 팔지도 못하고, 남은 현금까지 물타기(추가 매수)했다가 영영 결혼을 못 하게 될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결혼자금을 지원해주시기로 한 남자친구 부모님도 주식에 큰돈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봐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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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하단 5100선…매수 신중해야”
전문가는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손실을 만회하려고 추가 투자에 나서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스피가 더 내려갈 수 있고, 반등하더라도 손실을 만회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코스피가 과매도 국면에 있지만, 현시점에서 적극적인 순매수로 전환하는 건 쉽지 않다”며 “유동성 공급이 막혀 있고, AI 인프라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만 믿고 베팅할 경우 시장 변동성 확대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지수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하방을 열어두고 ‘기계적 분할 매수’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저점으로 5100선을 제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상승 파동이 시작될 수 있다”면서도 “기본 1년 이상, 길게는 그 이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가 1만 포인트에 근접했던 전고점을 회복하는 시기를 2028년 7월 이후로 봤다. 다만 “만에 하나 5000선을 깨고 내려와서 반등 시 5200도 회복을 못한다면 상승 시나리오 자체가 성립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