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연평균 2만9000호→1만5000호
오세훈 복귀 후 구역 지정 77곳→172곳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등 전경. [연합뉴스]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 재임기 정비구역 683곳 가운데 389곳이 해제되면서 약 43만호의 주택 공급 기회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당시 해제된 구역 가운데 177곳에서 정비사업이 다시 추진되는 등 노후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재개발·재건축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서울 주택 공급정책 20년의 평가와 성찰’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시청에서 명노준 주택실장 주재로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
브리핑에 동석한 김성보 행정2부시장은 “백서 발간은 작년부터 준비해왔다”며 “최근 주택공급 문제와 관련해 일부 정치권에서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어 정확한 근거와 통계, 수치로 증명되는 팩트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해 백서와 브리핑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백서는 2000년대 뉴타운·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기반 확대에서 2012년 이후 대규모 정비구역 해제와 도시재생 중심의 정책 전환, 2021년 이후 공급 기반 복원까지의 과정을 분석했다.
2002년 시범 뉴타운 3곳을 시작으로 오세훈 시정 1기에는 뉴타운·균형발전촉진지구 35개 지구와 정비구역 297곳에서 총 30만9천호 규모의 공급계획이 마련됐다. 그러나 박원순 시정기인 2012∼2020년에는 당시 정비구역 683곳 가운데 약 57%인 389곳이 해제됐다.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약 43만호의 공급 기회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해제된 389곳 가운데 현재 177곳에서는 다시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사업 중단 이후에도 노후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주민 수요가 이어지면서 상당수 지역이 재개발·재건축으로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해제 과정의 절차적 문제도 백서에 담겼다. 백서에 따르면 66곳은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주민 의견조사 없이 직권해제됐고, 264곳은 주민 의견조사를 거쳤으나 일부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 59곳은 일몰제 적용 등으로 해제됐다.
일례로 종로구 사직2구역은 역사·문화적 가치 보존을 이유로 직권해제됐다가 대법원에서 처분이 위법이라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 성북구 장위15구역에서는 일부 부재자에게 의견조사 우편물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신길1구역은 투표 참여율이 12%에 그친 상태에서 해제가 이뤄졌다.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추진된 도시재생활성화사업에는 약 9110억원, 주거환경개선사업에는 약 1850억원 등 모두 1조960억원이 투입됐다.
백서는 이 가운데 상당수 해제구역이 도시재생을 거친 뒤 다시 정비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재정 투입의 한계도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정비사업 착공 물량도 2016∼2020년 연평균 2만9000호에서 2021∼2025년 1만5000호로 줄었다.
서울시는 구역 지정부터 착공까지 수년이 걸리는 정비사업 특성상 과거 구역 해제와 신규 지정 위축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착공 감소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최근 15년간 서울 거주 인구가 약 18% 감소했지만,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가구 분화가 이뤄지면서 세대수는 약 14% 증가했다. 앞으로 10년 안에 정비가 필요한 노후주택은 약 193만호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영등포구 양평동의 한 재건축 단지 둘러보는 오세훈 시장. [연합뉴스]백서는 오 시장이 시정에 복귀한 2021년 이후에는 공급 기반 복원에 정책의 무게를 실었다고 평가했다.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고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했으며 사업성 보정계수와 현황용적률 인정, 모아주택·모아타운 등을 추진해 공급 기반을 마련했다. 그 결과 정비구역 지정은 2016∼2020년 77곳에서 2021∼2025년 172곳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시는 설명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회복한 공급 기반을 실제 착공과 입주로 연결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 2031년까지 31만호를 착공한다는 목표다.
명노준 실장은 “주택공급의 단절은 결국 시민의 피해로 귀결된다. 지난 10년과 같은 공급 단절이 반복돼선 안된다”며 “민간과 시공사, 중앙정부와 협업체계를 구축해 주택공급을 위한 규제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