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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당근 뿌릴 돈도 없다"…빚더미에 발목 잡힌 정부

요약
  • 프랑스 정부는 과거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때마다 재정을 투입해 갈등을 해결해 왔으나, 현재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부채로 인해 더 이상 돈을 풀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 재정 지출을 줄이면 시위가 확산되고, 긴축에 나서지 않으면 국가 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돈 뿌려 혁명 잠재웠던 프랑스
개혁 미룬 대가 치른다

재정난에 돈 풀기 카드 못 써…佛정부 '진퇴양난'

1968년 '5월 혁명'땐 임금 인상
2018년 '노란조끼'땐 15조원 지원
갈등 때마다 돈으로 급한 불 꺼

재정적자 GDP 5.4%·부채 115%
"시위대 매수할 돈도 바닥났다"
&lt; 상점 터는 시위대 &gt;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위에 참여한 일부 청년이 상점 유리창을 깨고 있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전국적인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약탈·폭력행위에 대해 “분노와 < 상점 터는 시위대 >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위에 참여한 일부 청년이 상점 유리창을 깨고 있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전국적인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약탈·폭력행위에 대해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대규모 시위에 직면한 프랑스 정부는 어김없이 재정을 통해 시위대의 분노를 누그러뜨렸다.”

19일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7일 프랑스를 뒤덮은 대규모 시위의 배경을 이같이 분석했다. 프랑스 정부는 1968년 ‘5월 혁명’ 때 대대적인 임금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1995년에는 총파업을 끝내기 위해 연금개혁에서 후퇴했다. 2018년 ‘노란조끼’ 시위 때도 100억유로(약 15조원) 규모의 감세와 소득 지원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70년 가까이 ‘당근’만 뿌리는 사이 “이제는 시위대를 매수할 돈도 바닥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만 풀어온 佛 정부 19일 로이터통신은 프랑스 정부가 대규모 시위에 대응해온 모습을 두고 “과거 프랑스에서는 사회적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이를 잠재울 돈이 마법처럼 생겨나곤 했다”고 표현했다.

이는 1968년 대규모 시위 이후 일종의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3월 학생들의 시위는 경찰의 강경 진압을 계기로 격화했고 이후 노동계로 번졌다. 5월에는 약 1000만 명의 노동자가 총파업에 나서면서 정권을 흔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1968년 봄 시위는 정치인에게 줄곧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며 “이후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사태를 수습하는 방식을 자주 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당시 조르주 퐁피두 정부는 노동조합과의 협상을 통해 전체 임금은 12.9%, 최저임금은 35% 인상했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임금 인상은 소비와 물가를 동시에 끌어올렸다”며 “이후 프랑스의 물가상승률은 4.3% 수준으로 높아져 1년 만에 협약에 따른 임금 인상 효과 대부분이 사라졌다”고 짚었다.

학생 시위에 이은 노동자 파업, 정부의 손 내밀기는 이후 여러 차례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됐다. 2000년대 들어서도 2009년 공공 부문 및 복지 예산 삭감 등을 이유로 총파업이 발생하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초반의 원칙적인 입장을 뒤집고 26억유로 규모의 사회복지책을 발표했다.

2018년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노란조끼 시위 역시 마찬가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유류세 인상을 철회했을 뿐 아니라 특별 보너스 지급과 소득세 면제 등을 포함한 100억유로 규모의 ‘긴급 경제사회 대책’을 내놨다. 이는 프랑스 재정적자가 유럽연합(EU) 기준을 넘어서는 계기가 됐다. 바닥난 재정에 해결책 사라져돈을 풀어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는 사이 프랑스 재정은 바닥났다. 1968년 대규모 시위를 잠재운 직후인 1974년부터 프랑스 정부는 52년간 재정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조와 대학생 시위를 두려워하는 정치인이 ‘재정 개혁’은 입에도 올리지 못하는 동안 재정적자는 불어났다. 프랑스의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 115.6%다.

채권시장 불안도 정부 재정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5%를 넘어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은 “마크롱 정부가 지난주 내놓은 2027년 예산안의 긴축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그나마도 의회 심의 과정에서 대폭 수정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높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정부는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재정 지출을 줄이면 사회적 불만이 높아져 시위가 더 확산할 수 있다. 반대로 긴축에 나서지 않으면 투자자가 국채 매입을 꺼려 재정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가디언은 “정부의 재정 운용 여지가 없다시피 하다”며 “최악의 경우 국가 채무불이행 및 구제금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도 최근 “프랑스는 재정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상황에 들어섰다”며 “‘실패하기엔 너무 큰 나라’에서 ‘구제하기엔 너무 큰 나라’로 선을 넘었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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