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여파에 이자이익 더 늘어날 듯
내년 4월부터 점포 개점시간 9시 30분으로 30분 늦춰
자고 일어나면 최대 실적 기록 행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자들이 갚아야 하는 이자이익이 불어나고 반대로 금리가 떨어지면 돈을 빌리려는 대출자들이 늘면서 이자이익이 증가하는 은행도 불황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계 금융지주가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상반기 11조3392억원에 이르는 반기 기준 최대 순이익을 낸 4대 금융지주는 3분기(7~9월) 순이익도 5조6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으로 은행 이자이익이 늘어난 데다 원화 강세 효과로 외화환산이익 등도 개선되면서다.
은행권은 ‘실적 잔치’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공지능(AI) 연쇄 해킹으로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등 고객 정보 보호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4월부터는 은행 점포 개점 시간마저 9시에서 9시 30분으로 늦추기로 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3년 연속 최대 실적 잔치
증권가에서는 올 3분기 4대 금융지주 합산 순이익이 작년 3분기에 비해 3%가량 증가한 5조6485억원으로 추산했다. 다만 증시 활황 속에 증권·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이 실적을 끌어올린 직전 2분기(6조97억원)에 비해서는 6%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7조원에 달해 올해 전체로는 18조원을 가뿐히 뛰어넘을 전망이다. 4대 금융지주는 2024년(16조3532억원)에 이어 2025년(17조9588억원)까지 2년 연속 최대 실적 기록을 세웠다.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지주가 1조8322억원으로 ‘리딩금융’(순이익 1위 금융지주) 자리를 수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3분기보다는 8.7% 증가했지만 2분기와 비교하면 8.0% 감소한 수준이다. 신한금융도 1조603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7% 증가한 반면 전분기 대비로는 11.9% 줄어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등 계열 증권사 규모가 은행계 금융지주 가운데 큰 KB금융과 신한금융은 2분기 대비 순이익 감소폭도 컸다. KB금융은 올해 연간 순이익 6조6000억원을 넘어서 사상 첫 순이익 ‘6조 클럽’ 진입을 앞두고 있다. 신한금융도 역대 최대인 5조8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1조22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2분기보다도 2.9%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금융은 9850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20.8%, 2분기에 비해서도 2.0% 감소한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분기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염가매수차익 5810억원 등 일회성 이익에 따른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쳤다.
○은행 웃고 증권 울고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 개선은 증권·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보다는 은행이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속에서도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여신 성장을 이어가며 이자이익 기반을 확보했다. 한국은행이 7, 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시장금리가 오른 점도 이자이익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2분기에 비해선 0.01~0.0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정기예금과 은행채 등 조달금리도 오른 탓이다. 최근 가파른 원·달러 환율 하락도 호재로 작용했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은행의 외화환산손익이 늘어나는 데다 원화환산 위험가중자산(RWA)이 줄면서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 상승 개선도 기대된다.
올 상반기 코스피지수 1만 포인트 기대감에 따른 증시 호황 속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부진이 예상된다. 실적 둔화의 핵심 원인은 증시 거래대금 감소 여파로 수탁수수료가 줄어든 탓이 크다. 2분기까지는 증시 상승 바람을 탄 거래 활성화로 브로커리지 실적 호조가 이어졌지만 3분기 들어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거래대금이 급감했다. 3분기 국내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52조원으로 전분기보다 41.7%나 줄었다. 신용공여 잔액도 34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10.4% 줄어 관련 이자수익 역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2분기 말 기준 국내 금융지주의 고정이하 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은 1.03%로 전년 말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부실채권에 대비해 쌓아 두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96.5%로 전년 말 대비 10.3%포인트 하락했다.
○점포는 줄이면서 영업시간도 단축
사상 최대 이익에 취한 은행권은 최근 해킹 공격으로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보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핵심 거래 시스템이 아니라 외부와 연결된 영업지원시스템 등 주변부 시스템이 해킹의 대상이 됐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등 해킹 방식이 기존과 다르다지만 전 재산을 은행에 맡긴 고객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정보 보안 투자에 인색했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JP모간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 대형 은행의 정보 보안 인력과 예산은 국내 4대 은행의 30배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4대 은행의 정보보호 인력은 각 사별로 100여 명인 반면 미국 주요 은행은 3400여 명에 달한다. 한·미 간 은행 자산 차이가 10배가량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차이가 큰 편이다.
은행권은 해킹에 뚫리면서도 노사 합의로 은행 점포 운영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내년 4월부터 전국 은행 영업점의 개점 시간이 오전 9시에서 9시 30분으로 30분 늦춰진다. 폐점 시간은 오후 4시로 유지한다. 하루 영업시간이 7시간에서 6시간 30분으로 감소하는 셈이지만 임금이 줄어든다는 얘기는 없다. 오히려 내년 임금 인상률을 총액 임금의 3.0%로 합의했다. 은행권이 모바일 뱅킹 앱 등 비대면 거래 확산을 이유로 매년 점포 수를 줄여왔다는 점에서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편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은행 영업점은 5529곳으로 2021년 2분기(6332곳)에 비해 803곳이 줄었다. 5년 만에 은행 점포 8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것이다. 대출 상담이나 외환 등 은행 점포를 찾아야 하는 업무는 여전하다.
특히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한해 ‘라스트콜’(당일 고객접수 마감) 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라스트콜은 특정 시간 이전에 신규 고객 접수 업무를 마감하는 제도다. 영업 종료에 앞서 일정 시간부터 고객 접수를 제한해 정해진 영업 시간 내 업무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금요일 오후 3시 30분부터는 신규 고객 접수를 받지 않아 금요일 창구 영업시간이 사실상 1시간 줄어들어 6시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 사용자 측(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은 “라스트콜이 시행되더라도 금요일 영업 종료시간은 오후 4시로 유지된다”며 “오후 3시 30분부터 신규 고객의 업무 접수를 일률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