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헬기가 뜨지 못하는 한밤 산불 현장에 물주머니를 단 드론이 투입된다. 고속도로 공사 구간에서는 자율주행 로봇이 사람 대신 차로에 들어가 수신호를 맡는다. 정부는 이를 포함해 재난 대응·교통안전 분야 신기술 13건에 규제특례를 주고 실증에 들어간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제9차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에서 실증을 신청한 신기술·서비스 13건을 안건으로 올려 규제특례를 의결했다. 규제샌드박스로도 불리는 규제특례는 현행 법령에 막혀 출시하지 못하던 기술과 서비스를 시장에서 먼저 시험해 볼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특례 사업자는 2년에 2년을 더해 최대 4년 동안 실증할 수 있다. 이 기간에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되면 관련 법령을 고쳐 정식 서비스로 전환된다.
도로 공사장 안전 분야에서는 '자율 이동형 신호수 로봇'이 특례를 받았다. 고속도로 공사 구간은 차량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탓에 작업자가 사고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안전시설을 갖추기 전 단계에서는 순찰 인력이 직접 차로로 걸어 들어가 수신호 등으로 사고를 막아야 해 위험이 더 컸다. 국토부는 자율주행 기술을 입힌 이동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고속도로 공사 현장 등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령 특례를 부여했다. 상용화되면 인명 사고가 줄고, 위험한 작업에 투입되던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산불 분야에서는 야간·비가시권 진화 서비스가 실증 대상에 올랐다. 산불 진화의 주력인 헬기는 어두워지면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운항이 묶이고, 그 사이 초기 진화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잦았다. 드론 쓰임새는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물체를 떨어뜨리거나 투하하는 비행, 야간 비행, 조종사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의 비행, 여러 대를 함께 띄우는 군집운용 등은 안전 우려로 제한적으로만 허용돼 왔다. 이번 특례로 헬기가 들어가지 못하는 밤 시간대 산불 현장에 물주머니를 매단 드론을 띄워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드론이 헬기 위주인 기존 진화 체계를 보완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야간 공중 진화 여력은 지금도 넉넉하지 않다. 산림청 산림헬기 50대 가운데 야간투시장비를 갖춰 밤에 투입할 수 있는 기체는 8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풍속·가시거리·구름 높이 같은 기상 조건을 모두 갖춰야 뜰 수 있다. 밤사이 낙엽층 아래 남은 불씨가 이튿날 다시 살아나 큰불로 번질 위험도 있어 야간 대응 공백을 메우는 일이 과제로 꼽혀 왔다.
일상 속 이동 서비스도 대거 특례를 받았다. 교통안전·친환경 분야에서는 가변형 후부안전판과 플러그인 수소하이브리드 버스의 실증이 시작된다. 가변형 후부안전판은 추돌 사고 때 뒤차가 화물차 아래로 끼어드는 '언더라이드' 피해를 줄이는 장치다. 플러그인 수소하이브리드 버스는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를 함께 쓴다. 맞춤형 운송 분야에서는 등하굣길 학생과 취약계층의 생활권을 이어주는 수요응답형(DRT) 버스가 운행에 들어간다. 화물차·택배차가 사고로 멈췄을 때 대체차량을 빌려주는 서비스와 공동주택 단지에 서 있는 유휴차량을 함께 쓰는 공유 플랫폼도 실증 대상에 포함됐다.
박준형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이번 특례는 첨단 재난 대응기술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모빌리티 서비스에 중점을 두었다"며 "실증과정에서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검증된 기술은 신속히 제도권에 정착되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