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 증가율 4~5% 수준"
학회 "출구전략 마련해야"
2026 KRC 구조 정책 세미나. /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 제공1층을 필로티로 비우고 최상층에 1개 층을 올리는 리모델링에도 수직증축 수준의 안전성 검토를 요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면서 리모델링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국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150곳, 12만가구에 이른다. 학계에서는 하중 증가 폭 등 구조 특성을 반영해 검토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는 지난 16일 ‘2026 KRC 구조 정책 세미나’를 열고 노후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구조 심의와 인허가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고 20일 밝혔다.
혼란은 2023년 7월 법제처 유권해석에서 시작됐다. 법제처는 1층 필로티 설계와 최상부 1개 층 상향을 수평증축이 아닌 수직증축으로 해석했다. 가구 수를 늘리지 않으면 주택법상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안전진단과 안전성 검토에는 가구 수 증가와 관계없이 수직증축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서울시는 필로티를 적용하지 않은 수평증축 단지에도 2차 안전진단을 의무화하겠다고 통보했다.
김진영 아주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수평증축을 바탕으로 1개 층을 추가할 때 기존 골조의 중력하중 증가율은 4~5% 수준”이라며 “추가 하중과 실제 구조 거동을 고려하지 않고 필로티형 1개 층 증축과 3개 층 수직증축에 같은 검토 절차를 적용하는 것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철우 시엘에스이앤지 대표(건축구조기술사)는 필로티 구조 해석 방식과 2차 안전진단 절차를 두고 주요 지자체 현장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시에 이어 성남시도 이미 인허가를 받은 단지는 물론 준공을 앞둔 단지에까지 절차를 소급 적용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필로티 층의 존재 자체가 건물의 안전성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다”며 “안전 검증도 기존 건물의 사용 이력을 감안해 필요한 범위에서 합리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시험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 하나만 기준으로 삼아 건물 전체를 재설계하게 하기보다 단지 전체의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분당 느티마을처럼 수평증축으로 사업계획승인을 받아 골조 공사를 마치고 입주를 앞둔 단지는 소급 규제로 공사가 늦어지고 수억원의 추가 금융비용을 떠안을 처지에 놓였다. 토론에 참여한 분당의 한 리모델링주택조합 조합장은 “행정기관의 기존 판단과 승인을 믿고 사업을 진행해 온 주민들에게 뒤늦게 2차 안전진단을 강제하는 것은 사업 포기를 종용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기존 승인 단지를 위한 출구전략과 가이드라인을 요구했다. 이상현 단국대 교수는 “노후 건축물을 방치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위험하다”며 “경직된 판정 기준을 넘어 대안 제시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동우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장은 “리모델링 현장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지금 제도에서는 국민의 주거환경 개선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수직증축은 좋은 입지에 빠르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인 만큼 정부·전문기관과 협력해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합리적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