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금감원·보험업계 TF 출범 후 실무 검증 진전…상시 공조체계 구축 주목
사진은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실시된 보험사기특별법 혐의로 검거된 병원장 및 조직폭력배, 브로커 등 일당 174명에 대한 브리핑 현장에 가짜 환자 병원 의무기록과 보험금 청구 서류 등 압수품이 공개돼 있다. 2024.5.28 ⓒ 뉴스1 민경석 기자(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가 인공지능(AI)을 악용한 의료서류 위·변조 등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실제 의료데이터를 대조하는 시범검증에 나섰다. 보험사들이 제출한 보험사기 의심 청구자료를 건보공단의 진료정보와 비교한 결과 일부 불일치 사례가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신중했던 의료데이터 공유가 실제 검증 단계로 진전되면서 상시 공조체계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보험사들이 보유한 보험사기 의심 청구자료를 취합해 건보공단에 전달하고, 실제 진료정보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시범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건보공단이 해당 자료를 대조한 결과 보험금 청구 내용과 실제 진료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등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추가 자료에 대한 검증도 진행 중이다.
이번 시범검증은 AI를 활용한 보험사기 수법이 정교해지면서 기존 보험사의 자체 심사만으로 허위 청구를 가려내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AI를 이용해 진단서와 입·통원확인서 등 의료서류를 위조하거나 변조하는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자체 보험사기 탐지시스템을 통해 보험금 지급 이력과 청구서류의 이상 징후를 분석하고 있지만, 제출된 의료서류 자체가 조작된 경우 실제 진료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5월 13일 생명·손해보험협회 및 생명·손해보험사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 직원 등 총 23명이 참여하는 'AI 악용 보험사기 대응을 위한 업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AI를 이용한 의료서류 위·변조 등 새로운 보험사기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업계와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건보공단의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검증체계 구축 등을 추진해 왔다.
핵심은 보험사가 확보한 보험금 청구자료를 건보공단의 실제 진료정보와 비교해 서류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주요 대조 대상으로는 입·퇴원 날짜와 실제 입원 기간, 외래 진료 날짜와 진료과목, 수술 여부 및 수술명 등이 거론된다.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제출된 진단서와 입·통원확인서 등의 기재 내용이 실제 진료정보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건보공단은 의료데이터에 환자의 질병과 진료 이력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자료공유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함께 보험사에 의료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제공 범위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일부 보험사의 보험사기 의심자료를 대상으로 실제 대조 작업이 이뤄지고 불일치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관련 논의가 진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금감원과 건보공단은 실무진을 중심으로 자료 제출 양식과 대조 방식, 제공 가능한 정보의 범위 등을 협의하고 있다. 이번 시범검증 결과를 토대로 향후 상시적인 자료 대조 및 공조체계 구축 가능성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광주 지역 한방병원에서 발생한 진료비 페이백(환급) 및 허위 입원 사건과 관련해서도 금감원과 건보공단 간 자료 대조가 추진되고 있다.
금감원은 AI 악용 보험사기 대응 TF를 운영하던 중 해당 사건이 발생하자 보험사들로부터 관련 보험금 청구자료를 취합해 건보공단에 전달했다. 현재 건보공단의 대조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광주 북부경찰서는 암환자 351명에게 진료비 본인부담금의 15~45%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환자를 유치한 한방병원 관계자들을 적발했다. 환자들에게 돌려준 금액은 총 18억 8000만 원에 달했다.
이들은 실제 입원하지 않은 환자를 입원한 것처럼 진료기록을 조작해 요양급여와 의료급여 등 24억 원을 부정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보험업계는 이번 시범검증이 의료서류 위·변조를 통한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실제 자료공유체계가 상시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자료 제공의 법적 근거 등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광주 요양병원 페이백 사건도 시범검증의 일환으로 대조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번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보험사기 적발의 실효성을 높이고, 향후 상시 자료공유체계 구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