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천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 제공=포스코퓨처엠엄기천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이 주요 경영진과 함께 하루 1~2주씩 자사주 매입을 이어가면서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엄 사장은 지난해에도 1조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결정하기 두 달 전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대규모 증자 이후에도 차입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향후 수천억원대 추가 투자가 예정돼 있어 지난해와 유사한 자금조달이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71차례 걸쳐 125주 매입, '또' 대규모 유증 신호탄?
/챗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이미지입니다.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엄 사장은 7월3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약 3개월 동안 총 71차례에 걸쳐 포스코퓨처엠 주식 125주를 장내매수했다. 매 거래일 1~2주씩 꾸준히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 기간 보유주식은 1266주에서 1391주로 9.9% 증가했다. 총 매입금액은 약 2084만원이다.
주요 경영진도 비슷한 시기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김성진 본부장은 6월 100주를 매입한 데 이어 7월부터 하루 1주씩 소액 매수를 이어갔다. 선주현 실장 역시 6월 179주를 취득한 뒤 소량 매수에 나섰다. 김대인·김무철 실장 등도 하루 1~3주씩 주식을 사들이면서 올해 6~10월 임원 11명의 매수량은 총 1047주에 달했다. 엄 사장을 포함하면 전체 취득 규모는 1172주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통상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 받아들여지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엄 사장의 자사주 매입 이후 1조원대 유상증자가 결정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엄 사장의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에도 유상증자 결정에 앞서 이뤄졌다. 엄 사장은 지난해 2월24일 포스코퓨처엠 주식 331주를 장내매수하며 보유주식을 79주에서 410주로 늘렸다. 그로부터 약 두 달 반 뒤인 5월13일 포스코퓨처엠은 1조1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에는 임원들의 매수 행렬이 이어졌다. 엄 사장이 5월 21일부터 사흘간 700주를 추가 매입한 것을 비롯해 임원 16명이 총 5153주를 취득했다. 당시 포스코퓨처엠은 책임경영과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1.1조 증자에도 순차입금 3.5조…추가 투자 부담 여전
포스코퓨처엠은 4월 타이응웬성 인민위원회에서 베트남 인조흑연 음극재 사업 투자등록증을 전달하는 사전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 왼쪽 3번째부터 타이응웬성 브엉 꾸옥 뚜언(Vuong Quoc Tuan) 인민위원장, 포스코퓨처엠 엄기천 사장. /사진 제공=포스코퓨처엠재무 상황도 지난해 유상증자 직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하고도 빚은 되레 늘었다. 포스코퓨처엠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지난해 3월 말 3조2876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조5146억원으로 2270억원 증가했다. 대규모 자본확충에도 재무 부담은 유상증자 이전보다 무거워진 셈이다.
현금 사정도 악화됐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설비자산 등에 1조5059억원을 순투자하면서 FCF(잉여현금흐름)가 -1조5393억원을 기록했다. 막대한 투자 지출이 현금창출력을 웃돌면서 자금 부담이 가중됐다.
신용평가사도 이 같은 재무 부담을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6월 보고서에서 '대규모 자본조달에도 차입부담 지속'을 주요 평가요소로 꼽았다. 2024년 약 6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지난해 유상증자까지 단행했지만 투자 지출이 조달 규모보다 커 빚을 줄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향후 주요 모니터링 항목에 '추가적인 자본확충 여부'를 명시했다.
예정된 투자도 적지 않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3월 베트남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신설에 약 357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하반기 착공해 2028년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고객사 추가 수주에 따라 2단계 증설도 예정돼 있어 향후 투자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올해 안으로 집행해야 할 해외 투자금도 남아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미국 GM(제너럴모터스)와 설립한 캐나다 양극재 합작법인에 추가 출자할 약정 잔액은 3억8576만달러(약 5914억원)에 달한다.
퓨처엠 지분 58% 지킨 포스코홀딩스…재유증 대비하나
베트남 타이응웬성 송공 2 산업단지에 들어서는 포스코퓨처엠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조감도. /사진=비글라세라 홈페이지 갈무리최대주주이자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지분 유동화 전략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포스코홀딩스는 9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DX 지분을 각각 50%까지 낮춰 약 2조5000억원을 확보했다. 반면 포스코퓨처엠 지분은 58.18%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마련하면서도 포스코퓨처엠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포스코홀딩스가 향후 포스코퓨처엠의 추가 유상증자에 대비해 지분 매각을 미룬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신주를 충분히 인수하지 않으면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현재 50%를 8.18%p 웃도는 지분을 일종의 완충 장치로 남겨뒀다는 해석이다. 실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고도 지분율이 59.72%에서 58.18%로 낮아진 바 있다.
다만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며 "포스코퓨처엠 역시 그룹의 지분 유동화 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