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매각대금 6.2조…1년 새 127% 급증
증여·상속 자금 5.2조 동원…전년비 56% 증가
고강도 대출 규제로 금융기관 대출 6.8% 감소
"상환능력 있어도 대출 막혀…자산 양극화 심화"[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10월부터 약 1년간 서울 아파트를 사기 위해 주식 등을 팔거나 증여·상속받은 돈으로 마련한 자금이 11조5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금융기관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은 줄어든 반면 금융자산을 처분하거나 증여·상속받은 돈을 활용한 매입은 크게 늘었다. 자금 여력이 풍부한 이른바 ‘현금부자’와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실수요자 사이의 주택 구매력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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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증여·상속 자금도 3조3515억원에서 5조2416억원으로 56.4% 늘었다. 주식·채권 등 매각대금과 증여·상속 자금을 합치면 11조4830억원에 달한다. 직전 12개월 6조1056억원보다 약 5조4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매수자금과 금융기관 대출액이 감소한 상황에서 금융자산 매각과 증여·상속을 통한 자금조달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해당 기간 서울 아파트 매수자금 총액은 85조8744억원에서 81조684억원으로 5.6% 줄었다. 금융기관 대출액 역시 20조4808억원에서 19조795억원으로 6.8% 감소했다.
반면 자기자금은 50조1613억원에서 54조1821억원으로 8.0% 증가했다. 전체 매수자금에서 자기자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58.4%에서 66.8%로 8.4%포인트 높아졌다. 대출보다 기존 보유자산 등을 활용해 주택 매입자금을 마련하는 비중이 커진 셈이다.
특히 강남권에서 금융자산을 활용한 매입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의 주식·채권 등 매각대금은 2조8996억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전체 6조2415억원의 46.5%에 해당한다. 직전 12개월 강남3구에서 신고된 1조2519억원과 비교하면 131.6% 증가했다.
이 같은 자금조달 구조 변화는 강화된 대출규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확대하고 주택가격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차등 축소하는 내용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대출을 통한 주택 매입이 어려워질수록 보유자산을 충분히 확보한 매수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출규제로 중산층·저소득층 등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력이 떨어진 반면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의 선별 매수는 이어져 자산 양극화가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출 상환능력이 충분한 실수요자까지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 소득과 상환 여력 등을 고려해 대출 한도를 차등 적용하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소득과 능력이 있음에도 대출이 안 되는 것은 문제”라며 “주택가격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대출 한도를 폐지하고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대출규제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