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기업 정산 기회 주목
서클 등 국내 금융사 제휴 확대
원화코인 공백 속 결제망 선점 우려
사진=연합뉴스한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한국을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업 기회가 있는 시장으로 지목했다. 미국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글로벌 금융시장 영향력 확대에 나서면서 미국 기업들도 국내 금융사와 손잡고 결제·정산 인프라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은 지난 3일 공개한 ‘한국 금융 스테이블코인’ 보고서에서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체계 마련이 미국 금융서비스 기업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상무부는 한국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발행·유통·활용을 포괄하는 규제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결제기업이 한국 은행·핀테크 기업과 제휴해 국제결제, 기업 간 거래(B2B) 정산, 자금관리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미국 상무부가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별도로 분석한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을 다뤘지만, 이번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와 결제·정산 분야의 사업 기회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백악관은 지난해 7월 디지털자산 정책보고서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을 통한 달러의 국제적 위상 강화를 강조했다. 같은 달에는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제정해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규제체계도 마련했다.
실제 미국 기업들의 국내 진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은 지난 7월 자체 보고서에서 한국의 입법 지연을 언급하며, 규제가 확정되기 전부터 금융사들이 결제망·기술 제휴사 선정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클은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협력해 글로벌 달러 결제망을 연결하겠다는 전략도 공개했다.
서클은 카카오·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토스·토스뱅크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기관용 USDC 발행·상환 플랫폼인 ‘서클 민트’에는 한국이 은행 송금 지원국으로 명시돼 있다. BC카드도 미국 코인베이스 등과 함께 USDC를 활용한 국내 가맹점 결제 및 원화 정산 실증을 완료했다.
국내 달러 스테이블코인 거래도 상당한 규모다. 금융감독원 제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은 80조7199억원에 달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은행 지분 요건 등을 둘러싼 논쟁으로 관련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글로벌 달러 스테이블코인 기업들이 국내 금융사와 제휴해 결제·정산망의 사업 기반을 먼저 확보할 경우,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더라도 해외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