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더선 4척은 리세일로 확보
올해 투자액만 6조 넘어서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HMM에 인도한 1만 3000TEU급 컨테이너선. 연합뉴스본사를 부산으로 옮긴 HMM이 2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로 선대 확장에 나섰다. 이번 투자로 HMM이 올해 선박과 물류 인프라 등에 쏟은 돈은 6조 원을 넘어섰다.
HMM은 HD현대와 1만 3000TEU급 LNG(액화천연가스)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8척 건조 계약을 20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800TEU급 3척과 1700TEU급 1척 등 중소형 피더선 4척도 사들인다. 총 투자액은 약 2조 1678억 원이다.
이 가운데 대형선 8척의 건조 계약 금액은 약 1조 9196억 원이다. 울산 HD현대중공업이 2척, 영암 HD현대삼호가 6척을 나눠 지어 2029년까지 차례로 HMM에 인도한다.
새 대형선은 길이 337m, 너비 51m로 축구장 3개를 이어 붙인 것보다 크다. 이 배들은 극동에서 인도를 거쳐 지중해로 이어지는 FIM 노선에 투입된다. HMM은 원양 간선 항로에 대형선을 띄워 운항 효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HMM이 LNG 이중연료 추진선을 고른 건 갈수록 깐깐해지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 때문이다. LNG를 연료로 쓰면 기존 선박유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23% 이상 줄일 수 있고, 저감 장치를 함께 달면 질소산화물은 80% 이상, 황산화물은 99% 이상 덜 배출된다.
대형선이 원양 간선을 맡는다면, 함께 확보하는 피더선은 그 화물을 주변 항구로 실어 나른다. 피더선은 대형선이 들르는 거점 항만과 주변 중소 항만을 오가는 소형 컨테이너선이다.
HMM은 거점 항만을 바퀴 축 삼아 주변 항구를 바큇살처럼 엮는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에 따라 HMM의 피더선은 운항·발주 선박 기준으로 지난해 3월 12척에서 올해 42척으로 3.5배가 됐다. 늘어난 피더선은 아프리카·인도처럼 물동량이 늘어날 지역의 지선망에 투입되고 있다.
20일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서 진행된 1만 3000TEU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건조 계약 서명식에서 HMM 최원혁 대표이사 사장(사진 왼쪽)과 HD현대중공업 여용화 선박영업본부장 부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MM 제공피더선 4척은 ‘리세일’ 방식으로 들여온다. 다른 선주가 주문해 건조 중인 배의 계약을 넘겨받는 방식이어서 새로 발주할 때보다 배를 일찍 손에 넣을 수 있다. HMM이 밝힌 총 투자액에서 대형선 건조 계약 금액을 빼면, 피더선 4척 값은 25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HMM이 배를 서둘러 확보하는 건 선박 한 척을 짓는 데 보통 2~3년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지금 주문해 둬야 다음 해운 호황기에 경쟁력 있는 선대를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계산 아래 HMM의 투자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올해에만 6조 원, 최원혁 사장이 취임한 2025년 3월 이후로는 12조 원을 쏟아부었다. 배뿐 아니라 미국 타코마 터미널(WUT) 크레인 교체 같은 해외 물류 거점과 디지털 전환에도 돈이 들어갔다.
최종 목표는 2030년까지 29조 원을 들여 컨테이너선 166척(선복량 147만 TEU), 벌크선 110척(1352만 DWT·재화중량톤)을 갖추는 것이다. 올해 6월 기준 HMM은 컨테이너선 97척(102만T EU)과 벌크선 61척(786만 DWT)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HMM은 지난 12일부터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임시 사옥에서 본사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5월 임시주주총회에서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바꾼 지 5개월 만이다.
부산 사옥에는 기존 부산영업본부 인력 약 90명을 포함해 120명이 일한다. 국내 직원 900여명의 10%를 조금 넘는 규모다. HMM은 사내 공모 등을 거쳐 인력을 더 배치하고 부산항 북항에 랜드마크급 새 사옥을 짓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