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늘어도 거래 절벽…강남·서초 거래량 '바닥권'
"청약 발표 불확실성 해소까지 이어질 듯"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한경DB"집을 보러 오는 분들이 매수를 고민하면서도, 오는 11월 공급될 '디에이치 반포124(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청약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공급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대형 로또' 청약 기회다 보니, 일단 청약 결과를 보고 매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생각이 강할 수밖에 없죠." (서초구 반포동 A 공인 중개 관계자)
늘어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 등으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가 10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예비 매수자들의 눈치보기 장세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시장의 시선이 오는 11월 분양을 앞둔 대형 청약 단지로 쏠리면서, 매매 시장의 거래 절벽 현상은 최소 11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디에이치 반포124'는 내달 일반분양을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총 5007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만 1832가구에 달한다. 이는 올해 하반기는 물론 향후 몇 년간 강남권에서 공급될 분양 물량 중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강남권 고가 아파트 매수를 고려하던 예비 수요자들 상당수가 청약 통장을 만지작거리며 관망세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이 단지가 입주 후 인근 최고가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의 시세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점도 기대감을 키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예상 분양가는 3.3㎡당 9000만~1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래미안 트리니원'(3.3㎡당 8484만원)보다 소폭 높은 금액이다. 분양가를 3.3㎡당 9500만원으로 가정하면 전용면적 59㎡는 23억원대, 전용 84㎡는 32억원 수준에 책정될 전망이다.
현재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59㎡와 84㎡의 최근 실거래가가 각각 48억원, 56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당첨 즉시 최소 2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셈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향후 3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까지 가능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반포124' 조감도다만 아무리 '역대급 로또' 청약이라 하더라도 철저한 자금 계획 없는 무분별한 청약은 금물이다. 투기과열지구인 강남권 청약은 계약금 비율이 분양가의 20% 안팎에 달해, 전용 84㎡ 당첨 시 즉시 6억원 안팎의 순수 현금이 필요하다. 게다가 입주까지 남아있는 기간이 약 1년에 불과해 중도금 납부 일정도 매우 빠듯하다. 잔금 역시 분양가 25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해당해 대출 한도가 최대 2억원 수준으로 극히 제한된다.
잠원동의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시세차익 기대감 때문에 기존 매매 계약을 미루고 청약으로 선회하는 문의가 많지만, 당장 6억~10억원 이상의 현금을 즉시 동원할 수 있는 자산가가 아니라면 자금 경색 위험이 크다"며 "결국 대다수 수요자가 청약 발표 시점까지 매수를 유보하면서, 기존 아파트 매매 시장은 당분간 '거래 가뭄'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어급 청약을 앞두고 안 그래도 얼어붙은 강남권 매매 거래는 사실상 멈춰 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아파트 매매 거래는 109건에 그쳤다. 지난 5월(449건) 고점을 찍은 이후 6월 215건, 7월 165건, 8월 95건으로 급감하는 추세다.
서초구 흐름 역시 비슷하다. 지난 9월 거래 건수는 106건에 머물렀다. 서초구 아파트 매매 거래는 올해 들어 4월(305건)과 5월(395건)을 제외하면 모두 200건을 밑돌았다. 6월 190건, 7월 135건, 8월 83건 등이다.
거래가 뚝 끊기면서 집을 팔려는 매물은 빠르게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1만1901건으로 3개월 전 대비 23.5% 늘었다. 서초구 매물(1만2건) 역시 같은 기간 35.2%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11월 청약 결과가 나오고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강남권 아파트 시장의 매물 적체와 관망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