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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다임, 중복상장 해당”…금융당국, 거래 정지까지 가능한 ‘규제 카드’ 만지작

요약
  • 금융당국은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을 중복상장으로 판단하고, 모회사인 SK하이닉스에 주주충실의무 이행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 규정 위반 시 위약금 부과 및 거래 정지 등의 제재가 가능해짐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주주 보호 방안 마련이나 상장 일정 조정을 검토할 전망입니다.
현행 규정, 중복상장에 자회사 해외상장도 포함
추진 시 SK하이닉스 이사회에 주주충실 ‘5대 의무’
주주영향평가·보호방안 이행…독립적 특별위 심의
위반 땐 위약금 10억에 ‘1일 거래정지’ 철퇴
업계 “규정안 이행 압박으로 자진 연기 유도할 듯”
[이데일리 박민 기자] 금융당국이 SK하이닉스(000660)의 미국 반도체 자회사(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추진을 놓고 “중복상장에 해당한다”고 판단을 내린 가운데 실질적 제재 조치가 무엇일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 지난 8월 개정된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모회사인 SK하이닉스에 주주충실의무를 구체화한 5대 의무 이행을 까다롭게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일(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 상장 추진과 관련해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원회도, 금감원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의 이 같은 판단은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도록 개정돼 지난 8월 3일부터 시행된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규정안에 따르면 중복상장 규제 범위는 외부감사법상 종속회사(연결재무제표 대상) 및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수직적 지배관계는 모회사가 지분 2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 또는 해당 계열회사가 다시 지분 50%를 초과해 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손자·증손자 등)까지를 포함한다. 물적분할뿐만 아니라 인수 및 신설을 통해 형성된 모·자회사 관계도 모두 포함되며, 자회사가 해외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를 근거로 당국은 SK하이닉스가 중간 지주사를 통해 지분 100%를 지배하는 솔리다임의 해외증권(나스닥) 상장 역시 ‘중복상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미국 법인이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초 설립한 미국 중간법인(AI 컴퍼니)을 통해 100% 지분을 지배하고 있는 ‘손자회사’다.

문제는 최근 SK하이닉스 주가가 상반기 고점 대비 반토막 넘게 급락하며 주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솔리다임의 해외 상장 이슈까지 겹쳐 주가가 추가 하락하자 중복상장 논란이 확산했다는 점이다.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결국 전날 국회 국정감사 도마 위에도 올랐고, 금융당국의 규제 쟁점으로까지 비화했다.

실제로 주주들은 솔리다임이 나스닥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신주를 발행해 새로운 주주가 유입될 경우,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이 축소돼 기존 주주에게 귀속될 순이익과 배당 재원이 감소하는 ‘이익 희석’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과거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분할해 상장했을 때처럼, 핵심 성장 사업이 분리 상장되면 투자자들이 굳이 모회사를 매수할 유인이 사라져 심각한 ‘지주사 디스카운트(모회사 할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사실상 핵심 사업부인데, 외부 자금을 조달해 신주를 발행하고 상장하면 단기적으로 모회사 주주의 지분 가치 희석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기업의 정당한 해외 직접투자 및 해외 자금 조달 행위를 정부가 자의적으로 불허할 명시적 법적 근거는 없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본시장법의 역외 적용 규정 및 거래소 상장 규정 취지를 감안할 때 중복상장으로 해석된다”면서도 “다만 해외 상장을 추진 중인 ‘미국 비상장 법인’을 직접 제재하거나 증권신고서를 강제할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및 가이드라인에서도 중복상장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원칙 금지·예외 허용’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을 강행할 경우, 당국의 규제 화살은 미국 자회사가 아닌 국내 상장 모회사인 SK하이닉스를 정조준하게 된다. SK하이닉스 이사회에 주주보호방안 마련 등의 의무 이행을 요구하며 상장 결정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가 중복상장을 추진할 경우 모회사 이사회는 주주충실의무를 구체화한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5대 의무는 △자회사 상장에 따른 주주 영향평가 △구주매출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 보호방안 마련 △일반주주 소통 및 주주동의 여부 확인 △이사회 최종 찬·반 결의 및 자회사 통지 △관련 내용 당일 공시 등이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 및 외부전문가가 3분의 2 이상인 ‘독립적 특별위원회’의 사전 심의와 의결도 필수적이며, 일반주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원칙적으로 권고된다.

만약 주주 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자회사의 해외 상장을 진행할 경우 거래소는 상장계약위약금을 최대 10억 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시가총액 100조 원 이상 대형사인 SK하이닉스의 기준 금액은 8억 원으로, 고의성이 인정되면 25%가 가중된다.

특히 치명적인 것은 ‘주식 매매거래 정지’ 처분이다. 규정상 위약금 부과 사실이 공표된 다음 날 모회사 주식의 매매거래는 즉시 하루 동안 중단된다. 국내 시총 2위이자 글로벌 반도체 대표주인 SK하이닉스의 거래가 중복상장 규정 위반으로 정지될 경우, 그룹의 대외 신인도와 주가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솔리다임 증권신고서의 국내 심사 대상 여부’에 대해 금융위 유권해석을 언급한 것도 꺼낼 수 있는 압박 수단을 총동원한 조치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비상장 법인의 현지 상장을 놓고 국내에 증권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이례적”이라며 “결국 감독당국이 ‘일반주주들의 가치 훼손을 방치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 시그널을 던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상복 교수는 “비상장 해외 법인을 금융당국이 직접 제재할 구체적 근거 규정은 미비한 상황에서 당국이 국회에서 유권해석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은 일종의 강력한 ‘행정지도’이자 최후통첩”이라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실익이 없는 만큼, SK하이닉스가 여론과 당국의 기류를 고려해 추진 일정을 뒤로 미루거나 자진 연기하는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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