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는 큰 나라...우크라, 합의할 때”
미사일 공급 중단하며 노골적 합의 압박
내달 APEC·12월 G20 미중러 회담 가능성
당사국 참여 없이 2차대전 후 질서 정한 얄타처럼
우크라 뺀 종전회담·3강 주도 세계질서 재편되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후 워싱턴DC 외교가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제2의 얄타회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얄타회담은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당시 강대국이던 미국, 영국, 소련이 당사국 참여 없이 우크라이나 남부 휴양도시 얄타에서 독일, 동유럽 등의 미래와 전후 세계질서를 결정한 것이다.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의 힘을 인정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우크라이나를 ‘패싱’하고 중국, 러시아와 종전을 논의할 수 있다는 예상이었다.그리고 최근 관련 움직임은 뚜렷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거대한 나라지만 우크라이나는 그렇지 않다”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금액을 제공했지만 돌려받은 것은 높은 경유 가격 뿐이다. 우크라이나가 종전에 합의할 때”라고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중단하며 물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대공 방어에 필수적인 패트리어트 미사일 공급을 사실상 중단했다. 러시아의 공습을 사전에 감지하는 정보 공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한때 스타링크 접속도 제한해 우크라이나의 드론 작전도 무력화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월 2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소짓고 있다. AP연합뉴스미중러 간 구체적인 회담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미중러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AEPC 정상회담은 내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초청한 상태다.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만약 미중러 3자 회담이 성사되면 세계 3대 핵보유국 정상들이 모이게 된다”며 과거 얄타 회담과 비슷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요 강대국의 이익을 서로 인정했던 얄타회담과 마찬가지로 3국 정상이 각자의 영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인하는 ‘세계의 권역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NYT는 짚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8월 31일(현지 시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트럼프 집권 초기부터 외교가에서도 뉴욕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강자끼리 권역을 나누는 ‘마피아’적 성향을 보여왔고, 세계 질서를 나눌 때도 같은 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권역을 나눠 영향력을 행사하고, 서로가 그 영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대한 영향력 확대,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등으로 서반구에서 미국의 영향력 강화에 나섰다.유럽에서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 온라인매체 폴리티코는 “수십년 동안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자 직접적인 적이었던 푸틴, 시진핑과의 전례없는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이 유럽 전역에 충격을 주고 있다”며 “외교관들은 트럼프가 무엇에 동의할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러 3자 정상회담에서 서방에 불리한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패싱’ 우려가 커지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자 종전회담이 열리면 우크라이나도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중러의 3자 회담이 어떤 내용일지는 모른다. 그건 그들의 몫”이라면서도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우리의 미래가 논의된다면 우리가 협상 테이블에 참여할 때만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슬로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와 만났으며 위트코프 대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해 러시아 측과 종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 측은 미국 특사단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동이 이르면 21일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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