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숙소 설계 갈등에 표류
“최소 수개월” 2028년 준공도 난항
부영, 뚝섬 개발은 연내 재개 전망
아세아아파트 조감도. 사진 제공=서울시서울 용산의 노른자위 땅에 들어설 예정이던 997가구 규모 아세아아파트 신축 공사가 공식 중단됐다. 단지 내 조성되는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의 설계 기준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업계획 변경 승인이 지연되면서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연내 사업 정상화와 일반분양 추진 의지를 밝혔지만 공사 재개 시점조차 정하지 못하면서 분양은 물론 2028년 준공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청은 지난달 17일 부영주택이 제출한 ‘한강로3가 아세아아파트 특별계획구역 신축공사 공사중지 통보서’를 고시했다.
통보서에 따르면 2024년 7월 착공계를 제출하고 터파기 공사에 들어간 아세아아파트 사업장은 지난달 11일부터 공사가 공식 중단된 상태다. 공사 재개 예정일은 ‘미정’으로 명시됐다. 중단 사유로는 ‘3차 사업계획변경 진행 중 승인 지연에 따른 공사 일시 중지’가 적시됐다.
현장에는 사면 보양막과 가설방음벽 상부 분진망을 설치하는 등 공사 중단에 따른 환경보전 조치도 이뤄졌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단순한 공정 조정을 넘어 공사 중단 장기화에 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력과 장비를 철수시키고 현장을 유지관리 체제로 전환한 만큼 공사 재개까지 최소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인 공정 지연이라면 별도의 공사중단 신고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현장 유지관리 조치에 들어갔다는 것은 당분간 공사를 재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공사 중단의 배경에는 단지 내에 건설해 미국 정부에 소유권을 넘겨주기로 한 기부채납 시설인 150가구 규모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가 있다. 이촌역과 신용산역 사이에 있는 해당 부지는 과거 미군 부대로 사용되던 곳을 2014년 부영이 국방부로부터 매입해 2020년부터 주택 건설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상 최고 36층, 997가구 규모로 조성하는 계획이 2024년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해 첫 삽을 떴지만 기부채납하기로 한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의 설계 기준이 발목을 잡았다. 미국 정부 측이 치외법권 시설의 특수성을 이유로 자국의 테러 대비 및 보안 안전 기준을 적용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서울시와 용산구청의 심의 기준이 되는 국내 주택법 체계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이번 공사 중단으로 시장의 관심이 높았던 일반분양 일정은 불투명해졌다. 용산 아세아아파트는 알짜 입지에서 공급되는 일반분양 물량만 847가구에 달해 하반기 서울 분양시장의 기대주 중 하나로 꼽혀왔다. 특히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월 신년 간담회에서 사업 정상화와 연내 분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부영이 재개 시점을 명시하지 않은 공사중단 통보서를 관할 지자체에 제출하면서 올해 착공과 연내 일반분양은 물론 2028년 2월 준공 계획까지 기약없이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성수동 뚝섬 부지와 함께 아세아아파트 개발을 통해 종합 부동산 개발회사로 도약하려던 부영그룹의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17년째 지연되다 복합단지로 설계를 변경한 성수동 뚝섬 부지는 지난달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해 연내 공사 재개가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 대사관 협의는 한·미 정부간 외교적 조율이 맞물린 복잡한 사안”이라며 “3차 사업계획변경 승인이 언제 떨어지느냐에 따라 사업비 증액과 분양가 산정 등 프로젝트 전반의 셈법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