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이후 불확실성 우려도
'삼전닉스' 주주환원 이행도 관전 포인트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상승세를 이어왔던 글로벌 증시가 연말을 앞두고 변곡점에 섰다. 미국 기술주가 조정을 받으면서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진 가운데, 미국 중간선거 이후 중동 정세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등 투자자들이 확인해야 할 변수도 늘고 있다.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교차하는 만큼 주요 이벤트를 확인하는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메타·구글·MS·아마존…빅테크 실적 발표 주목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메타를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10월28일), 아마존(10월29일) 등이 잇따라 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장의 관심은 대규모 AI 설비투자가 실제 이익 창출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쏠려 있다.
이달 들어 전일까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종가 기준 11.8% 하락하는 등 AI 관련주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최근 AI 관련주의 조정은 그간 한껏 높아진 기대와 무관치 않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투자 규모에 걸맞은 매출과 이익 증가가 얼마나 빠르게 나타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관건은 AI 투자 확대와 수익성 사이의 균형이다. 클라우드 매출이 견조하고 AI 서비스 수익화가 가시화한다면 투자 열풍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반면 막대한 설비투자가 감가상각비 증가와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진다면 시장의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 빅테크의 투자 계획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와 직결되는 만큼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美 중간선거 분수령…불확실성 더 커질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다음 달 3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도 중요한 분수령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증시는 중간선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연말부터 이듬해까지 강세를 보인 사례가 많았다. 이번에도 선거를 계기로 증시가 안정을 되찾고 '산타 랠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우선 민주당이 하원 또는 상원 다수당 지위를 확보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추진력이 약화할 경우, 시장에서는 관세와 재정정책 등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 가능성에 주목할 수 있다. 다만 의회 내 교착이 심화하면 예산 협상과 주요 정책 추진에 새로운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 정치적 레임덕이 반드시 증시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김예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간선거 이후 주가 상승이나 특정 정부 구성에서 나타난 높은 수익률은 역사적 패턴으로 참고할 수 있으나 향후 증시 방향을 판단할 때는 정치적 변수보다 경기, 금리, 기업이익 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중간선거 이후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도 경계할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전에는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선거 이후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배제한 것은 아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교착된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도 여전하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시설이 우크라이나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러시아와 중동의 원유 공급 차질이 겹치면 국제 유가가 재차 급등할 수 있다. 고유가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고 미국의 금리 인하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주 중심의 증시에 악재다. 반대로 중동 협상이 진전되고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늘어날 경우 유가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의 이익 성장을 AI 등 기술주가 견인하는 상황은 변함이 없고, 유가 상승에서 촉발된 금리 상승이 안정화되는 시점의 문제"라며 "미국 중간선거 직후 지정학 변수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모두 아는 삼전닉스 호실적…관건은 '주주환원'
국내 증시에서 가장 직접적인 변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정책이다. 이익은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이미 널리 알려진 만큼 시장은 추가 '호재'를 원하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잔여 재원을 90조~110조원 규모로 제시했다. 오는 29일 3분기 확정실적 발표를 겸한 기업설명회를 열고, 미리 밝힌 30조원 규모 현금배당 계획도 이사회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나머지 60조~8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수치와 방법이 제시될지 주목하고 있다. 주주환원 방식은 현금배당에 무게가 실리지만, 자사주 매입 후 소각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도 앞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을 의결하고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오는 28일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추가 주주환원도 공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추가 주주환원 재원이 30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급락도 그달 말 빅테크 실적 발표에 증시가 급등한 만큼, 빅테크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몰린 이달 말이 올해 증시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며 "빅테크 설비투자 상향과 '삼전닉스'의 신규 주주환원 여부가 상방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