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투기 억제·고금리 맞물려
‘집값 하락’에 정부-시장 전망 엇갈려
“과거와 상황 달라…서민만 타격”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와 고금리 기조, 가계대출 총량 규제 등으로 예상보다 집값이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지만, 시장에선 서민 실수요자만 타격을 입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뉴시스[데일리안 = 배수람 기자] 정부가 고금리와 주택 공급 확대, 고강도 대출 규제 등을 이유로 집값이 시장 예상보다 더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하지만 시장 전망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 기대를 일부 꺾을 수는 있으나, 과거와 지표상 흐름이 비슷한 것만으로 폭락을 내다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공급 부족 문제가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고 전월세 가격 급등을 고려하면 예상만큼 집값이 떨어지긴 힘들 거란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부동산 가격 급등세와 관련해 “공급이 줄면서 시장이 감당을 못하고 있다”며 “2028년부터 공급이 정상화될 것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미국의 ‘모기지 사태’를 언급하며 “대한민국도 (부동산 폭락에) 대체적으로 공감한다”며 “언젠가는 사고가 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입장에선 진폭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가처럼 ‘아닐 거야, 아닐 거야’ 하다가 소위 물린 분들이 많은데 그런 상황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하락장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출 규제 강화 기조는 견지했다.
그는 “경매 물건이 많이 올라오고 연체율도 올라가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 중 (고정금리 기간인) 5년이 다 되니까 금리를 변동시키면 과거 빌린 이자의 최하 2배, 2.5배 이상을 내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경고했다.
대출금리 상승과 연체 부담이 확대되면 주택 보유자와 차입자의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일부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 아파트값이 87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처럼 정부는 집값 안정과 급락 가능성까지 내다보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 전망은 정부의 기대와 다르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로 단기적인 매수 심리를 위축시킬 수는 있지만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가파른 금리 급등 시기처럼 집값이 단기간 두 자릿수로 폭락하긴 어려울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이 긴축으로 돌아서긴 했으나 금리 인상 속도도 과거에 비해 완만한 편이다.
한은은 지난 7~8월 연달아 인상해 기준금리는 연 3.0%로 올라섰다.
하지만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 폭은 0.5%포인트(p)로 지난 2021~2023년 누적 인상폭인 3.0%p보다 작다.
올해 경제성장률 역시 3.3%, 내년 2.9%로 전망되는 만큼 가계 소득 급감에 따른 집값 하락 확률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속도감 있는 주택공급 확대 역시 여의치 않다는 점도 한몫한다. 올 들어 8월까지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은 2만1933가구로 1년 전 대비 23.3% 줄었다.
착공 물량은 같은 기간 34.3% 늘었지만, 입주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의 공급 부족 문제는 대출 규제와 맞물려 전월세 가격을 밀어올리고, 이는 다시 매매 수요를 자극해 집값 하방을 단단하게 지지하고 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집값은 정부의 기대와 달리 우상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지금처럼 가격 구간을 정해서 대출을 규제하면 ‘기준점 효과’로 인해 그 가격에 수렴하거나 넘어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하는데, 이미 시장에선 관련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이 같은 공포 마케팅이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외려 높은 집값과 옥죄는 대출 규제 속에서 서민들만 대출 절벽, 이자 폭탄 등 이중고를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고 대출 규제가 지속되면 그만큼 주택 구매 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집값이 단기 조정받을 수는 있다”면서도 “이미 시장은 금리 인상에 어느 정도 적응을 마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출 비중이 큰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 서민 실수요자들만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