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런던 지하 터널 공사 등 유럽 입지 확대
3Q 영업익 63.5% 증가 전망…잔고 4조원대
대한전선이 북미와 유럽 전력망 시장에서 설계부터 시공까지 맡는 일괄 수주(턴키) 계약을 늘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로 업황 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선 자재만 납품하던 방식을 넘어 엔지니어링 결합 사업을 확대해 수익성을 더욱 끌어올리는 흐름이다.케이블 제조부터 현지 시공까지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지난 15일 미국 판매법인(T.E.USA)과 약 1200억원 규모의 초고압 케이블·접속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법인이 현지에서 설계와 조달, 시공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 방식으로 따낸 초고압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에 본사가 자재를 대는 구조다.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는 이 같은 일괄 수주 계약이 이어지는 추세다. 대한전선은 지난 1월에도 미국에서 약 1000억원 규모의 초고압 전력망 사업을 같은 방식으로 따냈다.
유럽에서도 대형 지중 전력망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1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중심부 지하에 400킬로볼트(kV)급 초고압 전력망을 구축하는 런던 파워 터널 2(LPT2) 현장을 방문해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영국 국영 전력망 운영사 내셔널그리드가 발주한 이 사업에서 대한전선은 초고압 자재 공급과 시스템 설계, 엔지니어링을 총괄한다. 현지 프로젝트 수행 이력을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영국에서 4건, 약 1000억원 규모의 신규 계약을 추가로 확보했다.
단가가 높은 해외 프로젝트 물량이 매출에 반영되면서 실적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대한전선의 올해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1조578억원, 영업이익 483억원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7%, 영업이익은 63.5%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지난 2분기에는 매출 1조1987억원, 영업이익 608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3분기 영업이익은 원화 강세 영향으로 시장 눈높이를 밑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 수주 확대로 외화 매출 비중이 커진 탓에 환율 변동이 단기적인 이익 증가 폭을 일부 제한할 수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일시적 외부 변수로 보며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에 따른 구조적 체질 개선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
회사 측은 주요 해외 거점의 사업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수주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미국 전력망 시장에서 대형 턴키 프로젝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 수주를 계기로 시장 내 사업 기회를 더욱 넓힐 것”이라며 "대형 턴키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해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해저케이블·HVDC로 미래 먹거리 장전
대한전선 당진해저케이블 2공장 조감도./자료=대한전선누적된 수주잔고는 향후 실적 흐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전선의 수주잔고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4조629억원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3조6360억원)을 이미 웃도는 수준이다. 향후 수익 구조 개선의 지속성을 좌우할 분야로는 초고압직류송전(HVDC)과 해저케이블이 꼽힌다. 대한전선은 지난 6월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500kV급 동해안~동서울 HVDC 건설공사(EP2단계)를 1463억원에 수주했다.
해저케이블 분야에서도 전용 포설선 팔로스호에 이어 지난 5월 1만톤급 포설선을 추가로 매입하고 해저 시공 법인 대한오션웍스를 가동하며 생산·시공 일괄 공급망을 구축 중이다. 충남 당진에 짓고 있는 해저케이블 2공장(1단계)이 내년 완공되면 640kV급 HVDC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를 갖추게 된다.
시장에서는 대한전선이 늘어난 일감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사업 구조를 안착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포설선 2척 운영 체계를 통해 해저케이블 제조부터 운송, 포설, 매설까지 수행 범위를 넓히며 턴키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해저케이블 2공장 건설 관련 설비투자 집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로 구조적인 펀더멘털 개선과 함께 초고압·해저케이블 중심의 중장기 마진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