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버블 후 아마존처럼 살아남은 기업은 수십년간 시장 지배"
시타델의 최고경영자(CEO) 켄 그리핀이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밀켄연구소 글로벌컨퍼런스 2025에서 밀켄 연구소 회장 마이클 밀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5.5.7ⓒ 로이터=뉴스1(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세계적인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업자 켄 그리핀이 현재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대해 "거의 확실히 거품 상태"라고 진단했다. 다만 거품이 꺼진 이후에도 살아남는 기업들은 수십 년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며 AI가 새로운 기업가 정신의 황금시대를 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리핀은 뉴욕에서 열린 시타델의 '글로벌 금융시장 미래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거의 확실히 AI 거품 한가운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AI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실제 생산성 향상과 수익 창출로 연결하는 데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핀은 "미국 기업들이 AI 모델에서 가치를 끌어내는 능력은 매우 불균등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모든 기업이 앤트로픽과 오픈AI에서 받은 청구서를 보면서 '이제는 AI를 통해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월가에서는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실제 이익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AI 개발업체 앤트로픽이 향후 수년간 추가 컴퓨팅 자원 확보에 7500억 달러를 지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핀은 앤트로픽이 성공하려면 자사 AI 모델이 산업 전반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기술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AI 거품이 반드시 기술 혁신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핀은 "경제의 급진적인 변화는 일반적으로 거품과 맞물려 나타난다"며 "이러한 거품은 거대한 기술적 전환과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990년대 말 닷컴버블 당시에도 비현실적 사업 모델이 난무했지만 거품 붕괴 이후 살아남은 기업들이 장기간 시장을 지배했다. 그리핀은 "거품을 통과한 기업들은 이후 수십 년 동안 시장 선두주자가 된다"며 "당시 아마존 주식을 계속 보유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기존 기업의 경쟁우위를 무너뜨리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사무직 일자리에 대한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기존 사업을 보호하던 경쟁우위의 해자가 불도저에 의해 메워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기업가들에게는 황금시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리핀의 발언은 올해 초와 비교하면 AI의 장기적 잠재력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는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AI를 '쓰레기'라고 표현했고, 지난 5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는 AI가 이룰 수 있는 성과를 생각하면 우울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AI 투자 거품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업들이 탄생하고 경제 구조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