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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주가 기술주보다 비싸졌다…AI 공포에 '피난처' 몸값 역전

요약
  • AI 투자 과열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투자 자금이 기술주에서 필수소비재 등 방어주로 이동하며 필수소비재의 선행 PER이 기술주를 앞질렀습니다.
  •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소비 수요 개선보다는 방어적 순환매로 분석하며, 일부 고평가된 종목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선행 PER 23.8배 vs 19.8배…'몸값' 역전
월마트 42배·코스트코 48배…"고평가 경고"
국채·은값도 흔들…'피난처'마저 붐빈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치약이나 세제를 만들어 파는 필수소비재 기업들의 주가가 기술주보다 비싸졌다.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우려로 기술주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피난처’인 방어주로 몰린 결과다.

(사진=AFP)
20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팩트셋 집계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내 필수소비재 업종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이날 오전 23.8배로 정보기술 업종(19.8배)을 웃돌았다. 선행 PER은 향후 1년 예상 이익 대비 주가 수준으로, 높을수록 주가가 비싸다는 뜻이다.

필수소비재 업종은 이달 들어 9%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1% 미만 오르는 데 그쳤고, 정보기술 업종은 3.8% 하락했다.

이로써 기술주는 S&P500지수에서 ‘가장 비싼 업종’ 자리를 내줬다. 기술주는 빠른 이익 성장과 높은 마진 기대 덕분에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다. 반면 코스트코, 월마트, 콜게이트-팜올리브 등이 속한 필수소비재 업종은 성장세가 꾸준하고 배당이 안정적인 만큼 보통 방어적인 수준의 낮은 PER에 거래된다.

마크 해킷 네이션와이드 수석 시장전략가는 “필수소비재는 기술주 쏠림과 AI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책으로 상대적으로 매력이 커졌다”면서도 “이번 랠리로 일부 대표 종목과 업종 전반이 덜 싸졌을 뿐, 모두 고평가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종목은 확실히 비싸 보인다. 월마트와 코스트코의 선행 PER은 각각 약 42배, 48배에 이른다. 기술 업종보다 예상 이익 증가율이 훨씬 낮은데도 그렇다.

해킷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마진을 압박하거나 소비자들이 더 싼 제품으로 갈아타거나 실적이 실망스러우면, 이런 고평가 종목들은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이 숨을 곳은 점점 줄고 있다. 최근 미 국채 매도세는 AI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차입과 각국 정부의 재정적자 메우기용 국채 발행에 국채의 매력이 밀려났음을 시사한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5.115%, 30년물은 5.426%다. 은값이 사상 최고치 대비 50% 가까이 폭락한 것도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수소비재는 경기 침체기에 강했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네 차례 경기 침체 때 필수소비재 업종은 침체 시작 후 6개월간 평균 2.2%, 1년 뒤엔 6% 가까이 올랐다. 미국 경제는 아직 침체는 아니지만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높은 차입 비용으로 고용과 소비가 뚜렷하게 식고 있다.

해킷 전략가는 최근 필수소비재 강세가 소비 수요 개선보다는 방어적 순환매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AI 설비투자, 자금 조달 비용,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기술기업 실적 기대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며 위험을 줄여왔다”며 “그 결과 꾸준한 수요와 가격 결정력,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진 기업들이 유리해졌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분석에선 낙관론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센티멘트레이더에 따르면 이달 초 5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거래되는 필수소비재 종목은 10%도 안 됐지만, 2주 남짓 만에 3분의 2 이상으로 늘었다. 소수 종목에 그쳤던 상승세가 업종 전반으로 퍼졌다는 의미다.

센티멘트레이더는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향후 일주일간 단기 조정 가능성에 유의해야 하지만, 전략적 투자자라면 단기 약세를 광범위한 회복에 앞서 비중을 늘릴 절호의 기회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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