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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내 집 마련 서두르는 진짜 이유[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요약
  • 정부는 주택을 자산보다 거주 수단으로 보아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30대 등 젊은 층은 자산 격차에 대한 불안감으로 내 집 마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통계적으로 30대의 아파트 매수 비중이 높아진 것은 단순한 조급함보다는 자산 불평등 심화에 따른 좌절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서울 동대문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을 한 시민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동대문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을 한 시민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집은 사는(buy) 것인가, 아니면 사는(live) 곳인가.”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반복해 온 질문이다. 단순한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주택을 거주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자산으로 소유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도 이러한 시각이 엿보인다. 부동산 정책의 양대 축인 세제와 공급 정책 모두 주택 소유보다 거주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소유보다 거주에 무게 둔 정책
정부와 여당의 주장처럼 부동산을 통한 시세차익을 억제하려면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규제지역 내 양도소득세 중과가 대표적이다. 투기 우려가 높은 지역의 양도세를 높여 주택 소유자의 세후 수익을 줄이는 직접적인 규제 방식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보유세 강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보유세율 인상뿐 아니라 양도소득세 산정 시 적용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폐지하고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장기 보유보다 실거주에 세제 혜택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주택 소유보다 거주에 정책적 가치를 두는 시각이 드러난다.

미국 등 선진국의 높은 보유세율을 근거로 드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보유세 부담이 높은 국가는 거래세 부담이 낮고 거래세 부담이 높은 국가는 보유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처럼 거래세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강화하는 정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국의 높은 부동산 거래세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권고해 왔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보다 보유세 부담이 높은 미국에서 오히려 주택 소유 비율이 더 높다는 사실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주택 자가보유율은 65.3%다.

반면 한국의 유주택 가구 비율은 2024년 기준 56.9%에 그쳤다. 미국보다 8.4%포인트 낮다. 미국뿐 아니라 상당수 선진국에서도 한국보다 주택 소유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주택 공급 정책에서도 정부의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자 정부는 직접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섰다.

국토교통부 주도로 2030년까지 수도권에 최대 5만3000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여기서 공급은 실제 입주가 아닌 착공 기준이다.

주목할 대목은 공공 장기임대주택 비중을 현재 8.4%에서 10%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공급이 비슷한 비율로 늘어난다면 전체 주택에서 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임대주택 비중을 1.6%포인트 높이려면 그만큼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향후 주택 공급 정책에서 분양보다 임대에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두겠다는 방향으로 읽힌다.

물론 공공임대주택 확대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어느 사회에나 자력으로 주택을 마련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존재한다. 소득과 자산의 격차가 존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은 필수적이다.

반도체 호황 등으로 확보한 초과 세수를 공공임대주택 확충에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정부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넘어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임대주택’ 공급도 서두르겠다는 방침이다. 중산층도 내 집 마련에 매달리기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책의 현실성과 형평성은 별개의 문제다.집으로 벌어지는 자산 격차
정부가 제시한 2030년 공공임대주택 비중 목표는 10%다.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량은 제한적이다. 저소득층의 주거 수요조차 충분히 충족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급 물량 일부를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중산층에 배분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민이 실제로 원하는 주거 형태가 무엇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특히 생애 최초 내 집 마련에 나서는 20~30대의 관심은 임대보다 소유에 쏠려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6년 1~8월 아파트 매수자 중 30대 비중은 31.2%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40대와 50대는 각각 23.3%, 19.2%에 그쳤다. 과거 주택 매수 시장을 주도했던 40~50대와 비교하면 뚜렷한 변화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9년 1월에는 40대 매수자 비중이 29.3%로 가장 높았고 30대는 24.3%에 머물렀다. 그러나 2026년 8월에는 30대 비중이 32.0%로 상승한 반면 40대는 22.0%로 낮아졌다.

7년 7개월 동안 30대 비중은 7.7%포인트 높아졌고 40대는 7.3%포인트, 50대는 1.5%포인트 하락했다. 아파트 매수자의 연령 구성이 빠르게 젊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를 30대의 조급한 주택 매수 심리로 해석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조급함보다 좌절감에 가까울 수 있다. 집을 사지 못하면 자산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그 배경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산 통계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가구의 평균 자산은 46.6%, 경상소득은 34.8% 증가했다. 경제 성장과 함께 가계의 소득과 자산이 늘어나는 현상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 주목할 부분은 자산 계층별 변화다.

자산 하위 20% 가구의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5.0%에서 2025년 11.4%로 낮아졌다. 반면 자산 상위 20% 가구의 부동산 비중은 같은 기간 74.1%에서 77.5%로 높아졌다.

자산이 적은 가구일수록 부동산 비중이 줄어든 반면, 자산이 많은 가구에서는 오히려 확대된 것이다. 단순히 소득이 부족한 가구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산을 처분한 결과로만 해석하기도 어렵다.

같은 기간 경상소득 증가율은 자산 1분위가 39.3%, 자산 5분위가 36.2%였다. 소득 증가율만 놓고 보면 자산 하위 계층이 상위 계층보다 오히려 높았다.

그럼에도 자산 구성에서는 상반된 변화가 나타났다. 소득 증가율보다 어떤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자산 격차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변수임을 시사한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자산 증가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일찍 주택을 취득한 가구는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증식 효과를 누리는 반면, 무주택 가구는 저축만으로 그 격차를 좁히기 어려워진다.

30대를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거주할 공간이 필요해서만은 아니다.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 모은 자산의 가치를 지키려는 목적도 크다.

이러한 수요를 투기로만 바라보고 임대주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면 정책에 대한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 결정자들부터 주택 소유의 이점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소유보다 거주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주택 정책의 목표는 국민에게 특정한 주거 방식을 권하는 데 있지 않다. 집을 사고 싶은 사람에게는 적절한 금융 지원을 통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넓히고 당장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해 주거 안정을 뒷받침해야 한다.

집을 소유할지 임대주택에서 거주할지는 정부가 아닌 국민이 선택할 문제다. 정부에서 강제하거나 유도할 대상은 아니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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