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장중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가 장중 5500 선을 밑돈 것은 7월 29일 이후 처음이다. 뉴시스 |
“AI 투자 확대 및 메모리 가격 상승 등 반도체주 기업 실적에 우호적인 여건은 지속되겠으나 개인용 컴퓨터, 스마트폰 등 소비자용 제품에 대해서는 수요 위축이 우려되며, 원화 강세로 순이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대두된다.”(신술위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
외국인투자자의 코스피 매도세에 대한 전문가들 분석이다. 외국인은 올해 200조 원 넘는 주식을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를 빠져나갔다. 코스피가 장중 5500 선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개인·기관투자자의 여력마저 부족해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전쟁 종료와 금리 안정 같은 매크로 이슈가 진정된 후 ‘삼전닉스’가 저점을 확인했다고 판단될 때 주가 상승을 염두에 두고 외국인투자자들이 복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순매수 우위였는데…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20일 기준 올해 외국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06조348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매도 규모는 5~6월에 집중됐다(그래프 참조). 두 달간 순매도액은 88조4180억 원에 이르렀다. 7월(9조7640억 원)에는 순매도액이 크게 감소했으나 이후 다시 확대되는 모양새다. 10월 들어서도 12거래일(1~20일) 만에 18조 원 넘게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해 외국인 수급이 매수와 매도가 교차하는 양상을 보인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외국인투자자는 1~4월 4개월 연속 총 17조8500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5월부터 순매수세가 두드러졌다. AI 고평가 논란과 미국 금리인하 기대가 줄어든 지난해 11월 14조147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전체로 보면 순매수(7조1370억 원) 우위였다.
특히 올해 매도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올해 삼성전자(우선주 포함)를 93조7290억 원어치, SK하이닉스를 92조300억 원어치 팔아치웠다. 전체 국내 증시 순매도액의 약 90%를 메모리 반도체 투톱이 차지한 셈이다.
외국인 매도세 배경에는 주가 급등에 의한 차익 실현, 금리 상승에 따른 AI 산업 위기론으로 촉발된 반도체 수요 불안이 겹쳐 있다. 상반기에는 코스피가 단기간에 크게 오르면서 외국인에게 수익을 확정할 유인이 생겼다. 코스피가 7000 선에서 9000 선까지 치솟던 5~6월 매도세가 집중된 이유다. 7월 말 5000 선까지 하락한 뒤 코스피가 다시 상승 추이를 보이자 외국인 매도세도 8월에서 10월까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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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들어서는 헤지펀드의 매도세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10월 9~15일 5거래일간 기술주 비중을 빠른 속도로 줄였다고 밝혔다. 월가에서는 AI 전문 헤지펀드 밸류얼라인드리서치어드바이저스(VARA)가 손실을 견디지 못해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있다는 청산설이 돌았다. VARA는 6월 말 기준 네오클라우드 업체 네비우스와 코어위브,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시게이트 등을 집중 보유했다. 7월 미국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A)의 붕괴처럼 헤지펀드가 반도체를 비롯한 AI 기술주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량 받아낼 여력 없어문제는 현재 외국인 매도세를 받아낼 국내 매수 주체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5~6월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갈 때 개인투자자는 77조495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후 증시가 급락하면서 상당수가 손실을 입어 3분기에는 개인투자자마저 순매도로 돌아섰다. 기관 역시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승으로 국내 주식 비중이 확대됐지만 리밸런싱을 유예하며 추가로 사들일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연말까지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설 분기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콘퍼런스 콜, 미국 중간선거, 미국-이란 전쟁 출구 전략 시기 등을 꼽는다.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0월 말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새로운 주주환원책을 내놓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또 11월 3일(현지 시간) 미국 중간선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시장금리가 안정되면서 외국인 투자심리가 회복될지도 관건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중간선거 20일 전부터 반등하고 코스피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번에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존재한다”며 “중간선거가 끝나야 불확실성이 낮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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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장중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가 장중 5500 선을 밑돈 것은 7월 29일 이후 처음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