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가이드라인·피해구제기금 필요…지분규제 자금조달 부담 인정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가보훈부, 국무조정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21 ⓒ 뉴스1 유승관 기자(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 착취' 발언으로 국정감사 진행에 차질을 빚은 데 대해 사과하면서 "대기업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화 현장 조사 관련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에는 내부 감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집단 내 상표권 사용료를 통한 수익 배분에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지분 보유 요건 강화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규제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불공정거래 피해기업을 위한 피해구제기금 도입도 강조했다."대기업 역할 부정 아냐"…'재벌 착취' 발언 논란 사과주 위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지난 12일 공정위 정책감사에서 제 답변 때문에 원만한 회의 진행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주 위원장은 교수 시절 '착취적 대한민국을 만드는 주역은 재벌과 대기업집단의 세습 경제'라고 주장한 데 대해 지난 국감에서도 같은 생각이라고 답해 야당의 반발을 샀다.
이날도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특정 기업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위원장이 정치적 편향 없이 공정하게 법을 집행할 수 있겠느냐"며 사퇴를 요구했다.
주 위원장은 "대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발전을 지속하려면 대기업집단 내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제력 집중의 부작용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기업을 '공적 기업'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도 다수 주주의 권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라며 "기업이 공정한 시장의 경쟁 질서를 준수하면서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공정위의 역할임을 항상 유념하겠다"고 말했다.한화 조사정보 유출 의혹에 "감찰해야"…간납사 직권조사 의향한화 상표권 현장조사와 관련한 정보 유출 의혹에는 내부 감찰 필요성을 인정했다.
김형연 조국혁신당 의원은 KBS 보도를 인용해 지난 6월 공정위의 한화 현장 조사 전 세무부서 직원들이 조사 방향과 같은 키워드의 자료를 삭제하라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공정위 조사정보가 기업에 미리 새면 국회가 조사의 사전통지 배제를 강화하는 입법을 준비할 이유가 사라진다"며 유출 여부를 확인했는지 물었다.
주 위원장은 "보도된 내용은 저희가 이미 다 확인한 사항"이라고 답했다. 유출자를 찾아냈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그 부분도 검토 중"이라며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서도 처리 중"이라고 밝혔다. 내부 유출자에 대한 철저한 감찰 요구에는 "예, 해야 됩니다"라고 답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의료기기 간납사를 통하지 않으면 납품이 어렵고 단가 인하까지 강요받는 구조를 지적하며 직권조사 의향을 묻자 "예,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보건복지부·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024년부터 실태조사를 시행했고 지난해와 올해 직권조사도 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대응 의지를 밝혔다."상표권 수익배분 가이드라인 필요"…한화·CJ "철저히 조사 중"기업집단 내 상표권 사용료 문제에 대해서는 수익 배분의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상표권 사용료를 통해 계열사 이익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로 부당하게, 이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 위원장은 "글로벌 대기업들의 이익이 이런 방식으로 다른 부실기업이라든지 기업집단 안에서 잘못 배분되는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며 "상표권과 관련된 수익 배분의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배구조의 비합리성에서 비롯된 자본 배분의 비효율성이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와 CJ를 대상으로 한 상표권 조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서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철저하게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지분규제 자금조달 부담 인정…피해구제기금·담합 제재 강화 강조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지분 보유 요건을 현행 30%에서 50%로 높이는 방안에는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첨단산업에 막대한 투자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분 요건 강화가 외부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고, 금융위원회의 중복 상장 규제와도 겹친다고 지적했다.
주 위원장은 지주회사 체제에서 작은 지분으로도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상장 자회사에는 50%를 적용하면서 상장 자회사에만 30%를 적용하는 것은 특례라는 것이다.
그는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특례를 없애면 중복 상장 유인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다만 "외부자금 조달 어려움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제도의 취지상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불공정거래 피해기업 지원을 위한 피해구제기금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의 반복 담합 관련 질의에 주 위원장은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본 기업들이 과징금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딜레마적인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이 장기화하면 피해기업이 도산하거나 경영난으로 소송을 이어가기 어려워진다며 "피해구제기금을 통해 소송 지원이나 경영 지원이 이루어지면 훨씬 더 불공정 피해에 대한 사회 정의가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복 담합을 막으려면 제재가 부당이득을 현저하게 초과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창민 의원이 한솔제지의 반복 담합과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인 리니언시 적용 문제를 지적하자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고 법안도 마련돼 있다"고 답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습 담합 기업의 리니언시 혜택 배제 법안을 언급하자 이를 알고 있다고 밝혔으며, 내부고발 포상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지적에도 동의했다.한화엔진·넥스트레이드 의혹 점검…배민·투썸도 대응한화엔진의 인력 유출을 통한 기술유용 의혹에도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STX엔진 직원 13명이 한화엔진으로 옮겼고 일부가 핵심 기술자료를 대량으로 출력해 간 정황이 있다며 조사를 촉구했다.
주 위원장은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중요한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인력 유출에 의한 기술유용으로 사업활동 방해가 있었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넥스트레이드의 루센트블록 기술 탈취 의혹에 대한 무혐의 판단을 지적하자 "저희 판단에 미비한 점이 없는지, 법률상 개정해야 할 부분이 없는지 다시 한번 검토하고 보고드리겠다"고 답했다. 사업구조·재무모델 등 스타트업의 핵심 노하우 보호 요구에는 "노하우가 유출된 것이 있는지 그런 부분도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고 했다.
배달의민족 관련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서는 "소상공인에 미치는 영향, 라이더들에게 미치는 영향, 경쟁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엄중히 들여다보고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투썸플레이스가 가맹점에 물품을 비싸게 공급한다는 의혹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당근 등 중고거래 플랫폼의 안심결제 서비스가 소비자 보호 수준에 비해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는 관련 조사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올해 안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배우자의 한국전력기술 비상임이사 활동을 둘러싼 이해충돌 가능성에는 "없다"고 답했다. 한국전력기술이 공정위 조사·심의 대상이라는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아내는) 자기 전문 분야에서 오랫동안 사회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