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가로 매각 목표... 다 팔아도 자본잠식
매각 지연 시 통합공사로 부담 떠넘겨
울산의 한국석유공사 본사. 한국일보 자료사진한국석유공사가 빚을 줄이겠다며 내놓은 자구책의 90%를 캐나다 자회사 하베스트 매각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베스트에 7조7,000억 원 가까이 투입했지만 목표대로 팔아도 회수액은 들인 돈의 8분의 1 수준이다.
21일 김종민 무소속 의원이 석유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2029년까지 하베스트 자산을 9,649억 원에 매각할 계획이다. 이는 석유공사가 2030년까지 내건 자구노력 목표액(1조711억 원)의 90%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기준 석유공사의 부채는 21조9,733억 원인데, 정부가 최근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통합해 가칭 '한국에너지자원공사'를 세우기로 하면서 통합 전 빚을 줄이는 게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하베스트는 캐나다 캘거리에 본사를 둔 석유·가스개발 회사다. 석유공사는 2009년 12월 4조1,676억 원에 하베스트를 인수했고, 올해 6월까지 7조6,964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회수액은 1,116억 원으로 투입액의 1.5%에 그친다.
하베스트를 목표 가격에 팔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석유공사는 매각 목표액을 시장가격이 아닌 장부상 가치로 정했고, 하베스트 전체에 대한 외부 가치평가도 받지 않았다. 일부 자산은 2024년 실시한 외부 평가에서 정리 비용이 자산가치보다 약 900억 원 많아 오히려 돈을 얹어줘야 팔리는 수준이었다.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재무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부채가 자산보다 2조5,291억 원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석유공사 재무 전망에 따르면 매각이 끝나는 2029년 자본잠식 규모는 오히려 전년보다 커지고, 2030년에도 1조4,000억 원가량 남는다. 또한 정부는 2027년 상반기까지 통합안을 마련할 계획인데, 하베스트 매각은 2년 뒤인 2029년에 끝난다. 매각이 늦어지거나 목표보다 싸게 팔리면 남은 빚은 새로 출범할 통합공사가 떠안는다.
김 의원은 "목표대로 팔아도 자본잠식이 해소되지 않는 계획을 재정 개선 대책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남은 자산의 실제 가치와 매각이 늦어질 경우의 상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