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홀 걸으면 최대 1만7000보
사회적 교류로 우울증 예방도
지난 4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번 홀. 아흔 살의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가 티샷을 날린 뒤 특유의 발차기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어 잭 니클라우스(86·미국)와 톰 왓슨(76·미국)이 차례로 힘찬 스윙을 했다. ‘살아 있는 골프 전설’로 불리는 세 사람은 고령에도 꼿꼿한 자세와 변함없는 기량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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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리 플레이어의 발차기 세리머니. AP뉴시스 |
골프가 건강한 노년과 장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5년 더 오래 살고, 사망 위험도 크게 낮다는 분석이다.
30만명 추적했더니…“사망 위험 40% 낮았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최근 발표한 ‘골프와 건강 2021~25’ 보고서에 따르면, 골프를 즐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수명이 5년가량 긴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스웨덴 골프 인구 30만명을 추적한 연구를 인용했다. 성별과 나이, 사회경제적 배경 등 관련 요인을 고려한 뒤에도 골퍼의 사망 위험은 비골퍼보다 약 40% 낮았다.
건강 효과의 핵심은 걷기다. 카트를 이용하지 않고 18홀을 돌면 약 6.4∼8㎞를 걷게 된다. 걸음 수로 환산하면 1만1000∼1만7000보에 달한다. 흔히 건강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하루 1만보’를 라운드 한 번에 훌쩍 넘기는 셈이다. 카트를 타더라도 평균적으로 6000보 이상을 걷게 된다.
코스를 도는 동안 소모되는 열량은 보행 방식과 지형 등에 따라 약 1000∼2000칼로리다. 꾸준히 필드에 나가는 것만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성인 신체 활동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골프의 효과는 체중 관리에 그치지 않는다. 언덕을 오르내리고 반복해서 스윙하는 과정에서 하체 근력과 균형감각이 유지된다. 이는 노년층에게 치명적인 낙상 사고 위험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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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리 플레이어의 발차기 세리머니. AP뉴시스 |
울증까지 막는다…구경만 해도 1000칼로리 소모
골프는 동반자들과 수 시간 동안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운동이다. 신체활동과 사회적 교류가 동시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우울감과 고립감을 줄이고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필드에서 나누는 수다가 약이 되는 셈이다.
R&A 의료·과학 고문인 에든버러대 앤드루 머레이 박사는 “심장마비, 2형 당뇨병, 암 같은 40여 개 주요 만성 질환이 골프 같은 규칙적인 신체 활동으로 개선될 수 있다”며 “뇌 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직접 라운드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건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경기를 관람하며 선수들을 따라 코스를 걷는 갤러리는 하루 평균 8~9.6㎞를 이동하고, 이 과정에서 1000칼로리 이상을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 다본 R&A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두고 “골프가 기대수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