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앤트로픽, 차단 주장
"개방해야 혁신·경쟁 촉진"
메타·MS·엔비디아 서한
中 반도체, 美 수입도 충돌
미국의 대(對)중국 인공지능(AI) 규제를 둘러싸고 실리콘밸리가 둘로 갈라졌다. 최근 문샷AI가 공개한 오픈 모델 '키미 K3'를 비롯해 Z.ai 등 중국 기업 AI가 미국 최상위 모델에 근접한 성능을 선보이면서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오픈AI와 앤트로픽은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반면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은 오히려 개방을 유지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빅테크 25곳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오픈 모델 규제를 신중히 검토해 달라는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서명에는 메타와 MS, 엔비디아를 비롯해 허깅페이스, 앤드리슨호로위츠(a16z) 등이 참여했다. 이들 기업은 "오픈 모델은 AI 경제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고 혁신과 보안 경쟁을 촉진한다"며 "개방형 AI 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개서한에 중국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인 중국 오픈 모델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자신의 첫 엑스(X) 게시물에서 "세계는 최첨단 폐쇄형 모델과 오픈 모델을 모두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티아 나델라 MS CEO도 "오픈소스는 건강한 AI 생태계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전날엔 200여 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참여한 '리틀테크협회'도 중국 오픈 모델 접근을 제한하지 말라는 공개서한을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했다.
반면 오픈AI와 앤트로픽은 반대 입장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두 회사는 최근 워싱턴DC에서 중국산 오픈 모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물밑 로비를 벌여왔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AI 모델을 '증류' 방식으로 학습해 핵심 기술을 사실상 복제하고 있으며 이를 방치하면 미국 AI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오픈 모델이 확산할수록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폐쇄형 AI 모델의 사업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해관계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메타, MS, 엔비디아 등은 오픈 모델이 늘어날수록 AI 활용이 확대되고 그래픽처리장치와 클라우드 수요가 함께 증가하는 만큼 개방이 산업 전체에 유리하다는 관점이다.
이 같은 균열은 AI 모델을 넘어 반도체 공급망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팀 쿡 CEO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을 만나 미국 외 지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 등에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된 만큼 중국산 메모리를 활용하면 수급 부족을 완화하고 제품 가격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미국 유일의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은 반발하고 있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중국 메모리를 미국 기업이 사용하도록 허용하면 메모리 산업이 철강 산업처럼 중국에 잠식될 수 있다고 정부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해 총 2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하며 중국산 대신 미국산 메모리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WSJ는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미국 산업 내부의 이해관계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