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국정운영… 사우디 핵협정 번복·캐나다 관세 폭탄 등 혼란 가중
재고 바닥난 요격미사일·참모진 반대… 대대적 공습 계획 전격 포기
‘퇴로 없는 딜레마’… 일방 철수도, 경제 봉쇄도 마땅한 카드 없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내겐 국제법이 필요 없다. 나를 막을 유일한 것은 나의 도덕성뿐이다.”
올해 1월 초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국제규범을 무시하고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우며 제왕적 권력을 과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과 6개월 반 만에 엄혹한 권력의 한계에 봉착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압송하며 치솟았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고, 마땅한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이란전쟁이라는 깊은 늪에 가라앉는 양상이다.
NYT는 26일(현지시간) 분석 기사를 통해 5개월 가까이 장기화한 이란전쟁으로 인해 협상 동력이 실종되고, 유가 상승과 주시시장 타격, 호르무즈 해협 및 홍해·아덴만 일대의 안보 위기가 심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극심한 좌절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대적인 군사 공격으로 전쟁을 끝내려 해도 여론 부담이 큰 데다 확전이 승리로 이어질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도 최근 극에 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우라늄 농축 허용 핵협정을 체결한 지 단 하루 만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조건으로 내걸어 사우디를 충격에 빠뜨리는가 하면, 이웃 우방국인 캐나다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보장 수수료를 받겠다고 발표했다가 즉시 번복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미국에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주 이란에 대한 확전을 거듭 위협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내각회의에서 대대적 공습 계획을 전격 포기했다. 핵심 인프라를 타격하더라도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참모진의 분석과, 13일 연속 이어진 무력 공방으로 미군의 요격미사일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히 대이란 협상 수석대표인 JD 밴스 부통령과, 전부터 무기 비축량 문제를 경고해 온 댄 케인 합참의장이 확전에 강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이 같은 부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호재로 작용해, 대만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추가 도발을 부추길 위험마저 키우고 있다.
그렇다고 해상봉쇄 등 경제적 압박에만 의존하기에는 고강도 제재를 견뎌온 이란 정권이 조기에 무너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일방적인 승리 선언 후 철수하는 방안 역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이란에 넘겨준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고, 이란의 은밀한 핵 개발을 방치해 전쟁 명분 자체를 잃게 된다.
NYT는 “권력에 한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한계를 발견했다”며 이란전을 끝내기 위해 제시된 각각의 선택지가 저마다의 이유로 트럼프의 구미에 맞지 않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