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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데스크칼럼] 선택의 기로 ‘AI판 핵우산’…그러나 지붕은 우리 것이어야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가운데)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 AI파운데이션 모델 1차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개인적으로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이른바 독파모 사업을 처음부터 반긴 쪽은 아니었다. 오히려 부정적이었다. ‘국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정부가 개발비를 지원한 뒤 공공시장이 구매해 주는 방식을 오랫동안 봐 온 탓이다. 과거 국산 전사적자원관리(ERP) 육성 과정에서도 정부 지원을 계기로 업체가 난립하고 저가 경쟁과 졸속 구축이 문제로 지적됐다. 보호받는 시장 안에서는 생존했지만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제품과 생태계를 만드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독파모도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글로벌 빅테크가 천문학적인 자본과 컴퓨팅 자원,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를 투입하는 상황에서 정부 예산으로 몇 개 기업을 선정해 ‘국가대표’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격차가 좁혀질 것인가. 성능과 비용 경쟁에서 뒤처진 모델이 국산이라는 이유로 공공시장에 공급되는 등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앤트로픽의 '미토스'가 촉발한 미국 정부의 AI에 대한 규제와 통제가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서 AI의 무기화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최근 로이터가 확인한 7월 16일자 미 국무부 외교 전문은 미국 외교관들에게 각국의 ‘AI 주권’ 주장을 반박하도록 지시했다. 미국 AI 제품이 가장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다른 나라가 경쟁 AI 시스템을 처음부터 만드는 시도는 시간과 자원의 낭비라는 논리를 펴라는 내용이었다. 미국 기업이 안전한 AI 인프라를 지어주면 그 인프라는 해당 국가의 것이 된다는 판매 논리도 담겼다. 여기에 미국이 8월에는 한국도 참여하고 있는 팍스 실리카(Pax Silica)를 중심으로 각국에 미국과 중국의 AI 생태계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도록 압박하는 서한까지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AI가 제품 경쟁을 넘어 동맹의 경계와 국가의 편을 가르는 헤게모니 수단이 된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제안은 일종의 ‘AI판 핵우산’에 가깝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모델과 클라우드, 보안 생태계를 제공할 테니 미국의 기술 질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것이다. 한국이 이 우산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미국의 기술력은 압도적이며 한미동맹과 반도체·클라우드 공급망을 고려하면 미국 생태계와의 결합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우산의 손잡이를 누가 쥐고 있느냐다. 기술은 사용할 수 있어도 접근권과 업데이트, 허용 용도, 수출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한이 미국 정부와 미국 기업에 있다면 그것을 온전한 소유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외교적 이해가 충돌하는 순간에는 제재와 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디즈니+ 드라마 ‘폭군’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작품에서 미국 정보기관은 한국이 비밀리에 개발한 초인 프로젝트 ‘폭군’의 폐기와 샘플 인도를 요구한다. 그 과정에서 국정원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의 핵무기 개발을 막은 데 이어 폭군까지 갖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의 울분을 드러낸다. 당시에는 극단적인 국수주의자의 불만처럼 들렸다. 지금 다시 생각하면 그 감정의 실체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폭군이 아니라 AI라면 어떨까.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전략 기술을 개발할 능력이 있는데도 동맹국이 제공하는 기술을 사용하면 충분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포기해야 하는가. 그렇다고 모든 것을 국산화하자는 갈라파고스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GPU와 서버, 클라우드, 데이터, 모델,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국내 기술로 채우겠다는 목표는 현실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미국과 경쟁하는 초거대 범용 모델을 세금으로 복제하는 것 역시 소버린 AI의 목적이 될 수 없다.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동맹형 자립’이다.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와 긴밀히 연결하되, 국가의 핵심 기능을 우리 결정으로 지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독자 역량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나는 여전히 독파모가 실패할 가능성을 경계한다. 정부 사업과 공공 조달에 기대 기술 발전을 멈춘다면 과거 국산 ERP와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이 걸었던 길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위험 때문에 독자 모델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는 물러섰다. 독파모의 목적은 당장 오픈AI나 앤트로픽을 이기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 외부의 정책 변화로 모델 접근이 차단되더라도 국가의 핵심 기능을 유지하고, 동맹과의 협상에서 최소한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AI 우산을 걷어찰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산을 빼앗겼을 때 비를 견딜 지붕마저 남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폭군’은 없어도 된다. 하지만 우리 AI를 가질 권리와 그것을 끝까지 운용할 능력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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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아이폰 보안문서에 AI 이름 줄줄이…코드 짜던 AI, 보안 연구원 되다
애플 최신 보안패치 웹키트 취약점 9건에 오픈AI '코덱스 시큐리티' 이름 올려 6월부터 클로드·GLM 등 AI 활용 흔적 반복…취약점 탐색 현장에 AI 본격 투입 코드 분석→공격 가능성 검증→수정안 제안…최종 판단·패치는 사람이 맡아 [뉴욕=AP/뉴시스]2011년 12월7일 미국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근처에 있는 애플 로고. 2011.12.0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인공지능(AI)의 역할이 코드를 대신 짜주는 '개발 도우미'를 넘어 다른 소프트웨어의 허점을 찾아내는 '보안 연구원'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애플이 공개한 아이폰 보안문서를 들여다보면 오픈AI의 코덱스 시큐리티(Codex Security)를 비롯해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등 AI를 활용해 찾아낸 취약점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지난 17일 공개한 iOS·아이패드OS 26.6.1 보안 업데이트에서 오픈AI의 보안 AI 코덱스 시큐리티가 발견에 기여한 웹키트(WebKit) 취약점 9건이 수정됐다. 애플은 공식 보안문서에서 각 취약점을 찾아 신고한 연구자나 기관을 밝히는데, 이들 9건의 발견자 명단에 코덱스 시큐리티가 이름을 올렸다. 이번 보안 문서에 명시된 전체 29건의 취약점 가운데 약 31%에 해당한다. AI가 애플 제품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iOS 26.5.2 보안 업데이트에서도 코덱스 시큐리티가 여러 웹키트 취약점 발견에 기여했다. 해당 보안 문서에는 앤트로픽의 클로드와 중국 AI 업체 Z.AI의 GLM을 활용한 사례, 엔비디아 AI 레드팀의 이름도 등장했다. 이후 보안 업데이트에서도 AI를 활용한 취약점 발견 사례가 이어졌다. 애플 보안문서 9건에 '코덱스 시큐리티'…아이폰 보안 현장 파고든 AI
이스라엘인공지능이란중동전쟁선관위 -
IT티빙 유출 두 달 넘었는데…'보상' 미끼 피싱 여전히 기승
"보상·무료권 준다" 사칭 피싱 활개……티빙, 이용자 사기 주의 거듭 당부 티빙 "개별 연락해 금융정보 요구 안 해…의심 링크 즉시 삭제해야" [서울=뉴시스] 티빙에서 지난 6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홈페이지와 앱 접속시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안내' 팝업 공지문. 2026.06.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2개월이 지났지만, 보상을 미끼로 한 피싱 사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티빙에 따르면 전날 오후 자사 홈페이지에 '티빙 사칭 피싱 사기 주의 안내'를 재차 공지했다. 최근 전화나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해 티빙 고객센터를 사칭하는 사기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사기범들은 주로 '유출 사고 보상'을 미끼로 던진다. "정보 유출 피해 보상으로 무료 이용권을 준다"거나 "결제 금액을 전액 환불해 주겠다"며 접근한다. 이후 가짜 인터넷 주소(URL) 클릭을 유도해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 추가 금융정보를 빼내는 수법이다. '긴급 앱 업데이트'를 내세워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거나 가짜 로그인 사이트로 연결하는 방식도 자주 쓰인다. 텔레그램이나 라인 등 메신저로 개별 접근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티빙은 이용자 주의를 당부했다. 회사 측은 "이용자에게 별도로 연락해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 같은 민감한 금융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공식 보상안이 확정되면 공식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서만 공지한다. 메신저나 개별 문자로 보상 신청을 받지 않는다. 티빙 관계자는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나 메일에 포함된 링크는 절대 누르면 안 된다"며 "사칭이 의심되면 즉시 전용 고객센터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티빙이 지난 6월 11일 개별 회원 유출 내역 조회를 시작했다. 이날부터 앱에 접속하면 첫 화면에 '개인정보 유출 조회 안내' 팝업창이 뜬다. 조회했을 때 각 계정이 어떤 경로로 가입했는지, 유출된 항목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티빙 갈무리) 2026.06.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티빙은 지난 6월 초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저장하는 데이터베이스에 신원 미상의 해커가 접속해 개인정보 파일을 유출한 정황을 확인했다. 유출된 개인정보 항목은 아이디, 이름, 생년월일, 연계정보(CI), 중복가입 확인정보(DI), 전화번호, 이메일, 환불 계좌번호, 비밀번호, 이외 서비스 이용과 관련된 정보 등이다. 피해를 입은 이용자 규모는 1980만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사고 원인 및 피해 규모 등에 대한 진상 파악 중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는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티빙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보상안은 조사 결과가 나온 뒤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현경 티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CJ ENM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고객 보상안은 다음달이나 10월 시점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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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서버주권②] ‘국산 서버’ 업체만 260곳…직생 한 장에 가려진 기술 격차
GPU 수직계열화에 좁아지는 국산 서버 기업들의 설자리 정부가 소버린 AI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떠받치는 서버 산업은 부품값 급등과 외산 의존, 불분명한 국산 기준이라는 삼중고에 놓여 있다. 국산 AI 반도체를 육성하면서도 정작 칩을 담는 서버의 설계·생산·통제권은 정책 논의에서 비켜나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서버주권’ 기획을 통해 국내 서버 산업의 현실과 공공조달의 한계, AI 인프라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 [사진=나노바나나2 생성] [디지털데일리 박재현기자] 외산 서버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공기관의 시선이 국산 장비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나라장터에서 ‘국산 서버’를 공급하는 업체는 260곳에 달하고, 국산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직접생산확인증명서 보유 여부에 사실상 머물러 있다. 해외 반제품에 CPU와 메모리를 장착하는 조립업체와 메인보드·펌웨어를 자체 개발하는 기업이 같은 범주에 묶이는 구조다. 국산 서버로 조달시장에 들어가는 문턱은 낮다. 직접생산확인증명서, 이른바 ‘직생’만 있으면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국산 서버 공급업체로 등록할 수 있다. 국내에 등록된 국산 서버 업체는 260곳에 달한다. 등록 과정도 복잡하지 않다. 해외에서 메인보드와 섀시, 파워서플라이가 묶인 반제품을 들여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L6 베어본’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CPU와 메모리를 장착해 조립하고 직생 확인서를 받으면 국산 서버로 등록할 수 있다. 조달 등록이 끝나면 제품에는 국산 서버라는 이름이 붙는다. 핵심 부품은 글로벌 벤더 제품이지만 조립 공정이 국내에서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조립만으로 국산이라 부를 수 있느냐는 물음도 여기서 나온다. 서버의 핵심은 메인보드 설계와 이를 구동하는 펌웨어에 있다. 이 영역은 건드리지 않고 부품을 장착하는 공정만 국내에서 수행한 제품을 국산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쟁이다. ◆ 국산 서버 업체만 260곳= 같은 업계 안에서도 답은 다르다. 한 국산 서버기업 관계자는 자사만 서버용 메인보드를 자체 설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업체들은 해외에서 들여온 제품을 조립해 되파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가 근거로 드는 것은 기판 설계 난도다. 일반 서버용 메인보드는 20개 안팎의 회로층을 적층한다. 이 정도 회로를 설계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도 스무 곳이 채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설계뿐만 아니라 서버를 구동하는 베이스보드관리컨트롤러(BMC)와 바이오스(BIOS) 등 펌웨어 영역까지 내재화한 국내 업체가 몇 곳이나 되느냐는 물음도 던진다. 다른 업체의 반박은 다르다. 또 다른 국산 서버기업 관계자는 “그렇게 포장은 하지만 실제 기술 수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을 시도한 업체들이 있었지만 국내 시장 규모로는 판매량이 뒷받침되지 않아 사업을 접었다는 설명이다. 시장 크기도 국산화의 발목을 잡는다. 메인보드와 펌웨어 개발에 투자하면 제품 가격이 올라간다. 투자비를 회수할 만큼 판매 물량이 나오지 않으니 기업들이 먼저 움직이기 어렵다. 기술이 없어서라기보다 사업성이 맞지 않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성능 자체를 놓고는 업계 내 이견이 크지 않다. 서버 성능은 자바 기반 서버의 처리 성능 등을 측정하는 표준 벤치마크인 SPECjbb 등으로 평가한다. 국산과 외산 제품의 측정값은 사실상 비슷하게 나온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핵심 부품인 CPU와 메모리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벤치마크테스트(BMT)에서도 결과는 비슷하다. 안정성과 성능 모두 글로벌 벤더 제품과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런데도 최종 선택 단계에서는 국산 제품이 밀리는 일이 생긴다. 서버 업계가 이유로 꼽는 것은 인지도다. 같은 예산이라면 더 알려진 브랜드를 선택하려는 심리가 작동한다. 제안요청서에 특정 브랜드를 직접 명시하지 못하더라도 ‘기존 장비와의 연계’라는 문구 하나면 사실상 특정 벤더를 지목하는 효과가 난다. 발주기관 실무자의 처지도 얽혀 있다. 실무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 없이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다. 예산은 정해진 만큼 집행하면 되지만 장애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외산 제품은 검증된 선택으로, 국산 제품은 추가적인 부담으로 받아들여지는 구도가 굳어진 배경이다. 낮은 진입 문턱은 다른 부작용도 낳는다. 직원 두어 명 규모 회사도 직생 확인서를 받으면 조달시장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해당 업체가 폐업하면 유지보수는 공백으로 남는다. 해외 제품을 들여와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는 방식일수록 공백은 커진다. 실제 제품을 만든 해외 원청은 국내 유지보수를 맡지 않는다. 계약 상대방인 국내 업체가 사라지면 장애에 대응할 주체도 없어진다. 문제가 발생해도 며칠씩 손을 쓰지 못하는 사례가 여기서 나온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온도차가 있다. 영세업체 난립이 국산 서버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일정 규모 이상 업체들은 전국 협력망과 표준 대응 절차를 갖추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산 서버 확산을 가로막는 진짜 장벽은 유지보수 능력보다 초기 도입 단계에서의 거부감이라는 주장이다. 성능과 서비스 체계를 확인하기도 전에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지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 국산 우대는 3자단가 안에서만= 조달시장 구조도 국산 서버 확산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나라장터 제3자 단가계약, 이른바 ‘3자단가’는 2소켓·3.2GHz급 이상 서버를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한다. 이 구간에서는 직생 확인서를 보유한 업체끼리만 경쟁한다. 국산 서버를 우대하는 장치가 작동하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다. 문제는 이 통로가 지나치게 좁다는 점이다. 나라장터 3자단가로 공급되는 x86 서버 물량은 연간 400억~6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반면 공공부문 전체 서버 예산은 3조원대로 평가된다. 국산 우대가 적용되는 구간이 전체의 1~2% 수준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머지 98%가량은 총액입찰로 빠진다.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구축과 개발을 하나의 사업으로 묶어 발주하는 방식이다. 이 시장에는 중소기업이나 국산 장비를 우대하는 장치가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다. 어떤 장비를 넣을지는 사업을 따낸 시스템통합(SI) 업체가 정한다. 국산 우대책이 정작 규모가 큰 시장은 건드리지 못하는 구조다. 3자단가에서 아무리 국산 제품을 밀어줘도 전체 시장의 1~2%를 놓고 벌이는 경쟁에 그친다. 업계에서 국산 장려 정책이 겉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업계는 공공 서버 시장의 대부분을 외산 제품이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달 통계상 국산으로 잡히는 물량 가운데 상당수도 직생 확인서를 받은 외산 현지화 제품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세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현행 기준으로는 조달 통계에 국산으로 잡힌 물량이 실제 어느 수준까지 국내에서 설계·개발·생산된 제품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국산 서버 비중이 얼마인지조차 공식 통계가 아닌 업계 추산에 기댈 수밖에 없다. 정책도 불분명한 통계 위에서 설계된다. 공공기관이 국산 서버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하자는 논의가 나오더라도 무엇을 국산으로 세어야 할지부터 막힌다. 메인보드와 펌웨어, 조립과 유지보수 등 공급망을 국내에서 어느 정도 소화하고 있는지도 계산하기 어렵다. 첫 단추는 정의다. 직생 요건을 다듬고 메인보드 설계와 펌웨어 개발 역량, 국내에서 수행하는 공정 범위 등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 기준을 다시 세우자는 요구는 특정 업체의 이해관계와도 거리가 있다. 문턱이 올라가면 현재 국산으로 분류된 업체 상당수가 대상에서 밀려날 수 있다. 그런데도 업계 안에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지금의 구조가 이어지면 ‘국산 서버’라는 말 자체가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국산 서버는 예산 위기에 대응할 외산 대체재가 될 수도, 이름만 국산인 장비에 머물 수도 있다.
삼성전자선관위부동산이스라엘이란 -
IT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은 ‘역대급’인데… 소부장은 ‘K자 양극화’
대기업 수출 81.8%↑ vs 중소기업 13.1%↑ “가동률 상승이 납품단가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아” 원익IPS·주성엔지니어링 부진 속 한미반도체만 나홀로 호황 원익IPS 본사 전경./원익IPS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기업 상당수는 실적 개선 폭이 제한되며 호황의 온기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협상력과 기술 진입장벽 차이에 따라 대기업과 일부 고부가 장비 기업에만 이익이 집중되는 소위 ‘K자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역대급’ 실적… 통계로 확인된 대·중소기업 격차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DS(반도체)부문에서 영업이익률 70%, 영업이익 8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률 76%,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으로 두 회사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가 실적을 견인했다. 다만 이런 호황은 메모리 완제품을 만드는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국가데이터처·관세청의 ’2026년 2분기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잠정)‘에 따르면 대기업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8% 급증한 반면 중소기업 수출은 1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두 집단 간 증가율 격차는 68.7%포인트(P)에 달한다. 수출 상위 1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55.3%로 1년 전보다 17.0%P 상승해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소수 대기업으로의 수출 쏠림이 심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공급망에서 관찰되는 K자 양극화도 이런 산업 전반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소부장 평균 이익률 11%대… TC본더는 예외적 호황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 83곳의 올해 1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11.2%에 머물렀다.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의 70%대 영업이익률과 비교하면 60%P 넘게 차이가 난다. 83곳 가운데 38곳은 영업이익률이 10%에도 못 미쳤고, 13곳은 반도체 호황 국면에서도 적자를 기록했다. 장비업체 원익IPS는 4000억원대 수주잔고를 확보했음에도 올 2분기 매출 2165억원, 영업이익 1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6%, 49.6% 감소한 수준이다. 장비업 특성상 수주와 매출 사이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수주 확대가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주성엔지니어링도 올 2분기 매출 598억원, 영업이익 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0%, 78.4% 줄었다. 직전 분기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고객사 투자 일정 지연과 연구개발비 증가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소재업체 관계자는 “세정액과 포토레지스트(PR), 쿼츠 등 소재·소모품은 수량 단위 납품 비중이 높아 고객사와의 단가 협상력에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라며 “대체 가능성이 높거나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큰 기업일수록 장기 공급계약과 기존 납품단가에 묶여 원가 상승분을 제때 반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제조사는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상으로 가격을 조정할 여지가 있으나, 소부장 협력사는 계약단가와 가격조정 조항의 제약으로 원가 반영이 지연되는 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반면 HBM 핵심 공정 장비인 열압착본더(TC본더)를 공급하는 한미반도체는 올 2분기 매출 2511억원, 영업이익 1303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9.5%, 51% 증가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51.9%로 소부장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 고객사의 공정 전환과 직결되면서 대체가 어려운 장비를 보유한 기업일수록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하며,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을 갖춘 일부 장비 기업과 다수 소부장 기업 간의 격차가 K자 양극화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란삼성전자AI선관위중동전쟁 -
IT[인터뷰] “최고의 웨어러블은 계속 차고 싶은 기기”… 애플 24년 베테랑이 ‘반지’에 주목한 이유
브라이언 린치 오우라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 “화면·알림 없이 24시간 건강 측정” “스마트링은 스마트워치와 경쟁 아닌 역할 분담” “정확한 센싱과 AI 결합해 예방의료 지원” 브라이언 린치 오우라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오우라 스마트폰에서 스마트워치로 이어진 웨어러블 기기의 다음 무대는 어디일까. 애플에서 약 24년간 하드웨어를 개발한 브라이언 린치(Brian Lynch)는 손목이 아닌 ‘손가락’에 주목했다. 린치는 애플에서 제품 디자인과 첨단 소재, 시뮬레이션, 하드웨어 분야를 두루 경험한 엔지니어 출신 임원이다. 여러 부품과 기술을 제한된 공간에 집약하면서 성능과 디자인, 사용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애플의 하드웨어 개발을 오랫동안 경험했다. 그가 선택한 다음 행선지는 스마트링 기업 오우라(Oura)였다. 화면이 달린 스마트워치보다 훨씬 작은 반지 안에 센서와 배터리, 프로세서를 넣어 건강 데이터를 측정하는 회사다. 핀란드에서 설립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오우라는 지난해 10월 9억달러(약 1조25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10억달러(약 15조원)를 인정받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세계 스마트링 출하량의 74%를 차지했고, 2025년 매출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오는 25일 신제품 ‘오우라 링 5’를 국내에 출시한다. 린치 오우라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은 지난 18일 조선비즈와 만나 “가장 좋은 웨어러블은 사용자가 실제로 계속 착용하고 싶은 제품”이라고 했다. 그가 그리는 미래의 웨어러블은 알림을 더하는 기기가 아니다. 사용자의 관심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밤낮으로 건강 신호를 측정하는 ‘조용한 건강 동반자’에 가깝다. 다음은 린치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애플을 떠나 오우라로 옮긴 결정적인 이유는. “오우라의 제품과 미션에 깊이 매료됐다. 오우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더 잘 이해하고 이상 신호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헬스케어를 사후 대응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려 한다. 내 커리어를 투자할 가치가 충분한 미션이라고 생각했다.” ―애플에서 얻은 경험 가운데 현재 역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하는 방법이다. 오우라 링을 만들려면 과학과 알고리즘, 펌웨어, 전기·기계공학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어느 한 분야도 독립적으로 일할 수 없다. 우리 팀의 목표는 믿고 사용할 만큼 정확하고, 매일 착용할 만큼 편안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링이 차세대 웨어러블로 주목받는 이유는. “가장 좋은 웨어러블은 사용자가 계속 착용하고 싶은 제품이다. 충전을 위해 자주 벗거나 수면 중 착용하기 불편하면 중요한 건강 데이터를 놓친다. 오우라 링은 주얼리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설계됐다. 오우라 링은 한 번 충전하면 최대 일주일 사용할 수 있다. 정확한 측정과 24시간 데이터가 결합되면 개인의 평상시 건강 기준과 그 기준에서 벗어난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손목이 아닌 손가락에서 측정하면 어떤 장점이 있나. “정확도는 측정 위치에서 시작된다. 손가락은 동맥이 피부 표면과 가깝다. 손목은 체모와 연골, 피부색 등에 따라 신호가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손가락에서는 상대적으로 강하고 일관된 맥박 신호를 얻을 수 있다. 체온 변화를 측정하는 데도 유리하다. 사람들이 반지 착용에 익숙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오우라 링4(왼쪽)과 오우라 링5를 착용한 모습. /심민관 기자 ―오우라 링 5는 전작보다 크기가 40% 작다. 성능과 배터리를 어떻게 유지했나. “어느 것도 타협하지 않으려고 했다. 부품을 물리적 한계에 가깝게 줄이면서 가능한 한 많은 기술을 작은 공간에 넣었다. 반대로 링이 얇아지면서 LED가 피부에 가까워져 더 좋은 신호를 얻는 효과도 있었다. 소형화와 정확도, 배터리, 착용감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설계 문제다. 리튬 배터리 용량이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완충 후 사용할 수 있는 기간뿐 아니라 처음과 비슷한 성능을 몇 년간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강 신호는 무엇인가. “광혈류측정(PPG) 신호가 핵심이다. 그러나 갈수록 중요한 것은 하나의 센서보다 여러 센서가 함께 작동하는 방식이다. 알고리즘은 각각의 신호를 결합하고, 장기간 축적된 데이터에서 변화와 패턴을 찾아낸다. 머신러닝이 발전하면서 개별 센서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복잡한 생체 데이터를 수면 점수처럼 단순하게 보여주는 이유는. “데이터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때 유용하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매일 측정한 데이터를 각 사용자의 평소 기준과 비교한다. 여러 지표가 함께 달라지면 휴식을 우선하도록 안내할 수 있다. 하루의 점수 하나보다 시간에 따른 추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웨어러블의 경쟁력은 하드웨어와 AI 가운데 어디에서 결정될까. “어느 하나만으로는 어렵다. 정확한 센싱 데이터가 객관적인 기반이라면 AI는 이를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추세와 분석으로 바꾼다.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다른 하나의 가치도 충분히 발휘되지 않는다. 정확한 센싱과 과학적 검증, 개인화 알고리즘을 결합해 사용자가 데이터와 가이드를 모두 신뢰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스마트링은 스마트워치를 대체할 수 있을까. “직접 경쟁하기보다 역할이 다르다. 스마트워치는 알림과 앱, 낮 시간대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오우라 링에는 화면도 진동도 없다. 수면 중을 포함해 온종일 착용하면서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는 사이 건강 데이터를 측정하고, 필요할 때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링을 출시했고 애플의 시장 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우라의 기술적 강점은 무엇인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애플의 시장 진입)을 전제로 경쟁 구도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오우라는 오랫동안 스마트링 한 분야에 집중하며 제품과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과학과 알고리즘, 하드웨어, 기계·전기공학, 펌웨어 전문가들이 긴밀하게 협업한다. 이 분야에서 먼저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 높은 집중력이 강점이다.” ―오우라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헬스케어를 질병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방식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앞으로 웨어러블은 개인의 평소 기준에서 벗어난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는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 의료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빠른 상담과 개입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이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일이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해 개인에게 맞는 행동 가능한 정보로 바꾸는 것이다.”
관세증시윤석열인공지능선관위 -
IT[K바이오 M&A 진단]中 바이오텍 쇼핑하는 빅파마…K바이오 M&A 빅딜 후보군은②
이 기사는 2026년08월19일 16시3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 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글로벌 빅파마가 특허절벽과 성장 한계를 넘기 위해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가운데, 중국 바이오텍들은 통째로 글로벌 빅파마에 인수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각자도생 또는 '생존형 M&A'에서 벗어나 자본과 임상개발 역량, 신약 플랫폼을 결합하는 '성장형 M&A'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中 바이오텍 쇼핑하는 빅파마...바이오는 '각자도생'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기업가치 약 4000억달러(약 570조원) 규모의 합병설에 시장이 들썩였다. 합병이 성사되면 매출 기준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준 세계 4위 제약사가 탄생한다. 글로벌 빅파마조차 생존과 성장을 위해 몸집을 합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 같은 빅딜은 각자도생에 내몰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국내 바이오기업 상당수는 후기 임상까지 수행할 자금력이 부족해 조기 기술이전에 주력한다. 단기적인 생존과 투자금 회수에는 도움이 되지만 임상·인허가·상용화 역량을 자체적으로 축적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기업 간 M&A를 통해 자본과 연구개발 역량을 결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 상장 바이오기업들의 재무 여건상 인수에 나설 자금력이 부족하고, 빅파마 입장에서도 필요한 기술만 라이선스로 확보할 수 있는데 추가 임상비용과 연구조직 유지비, 상장·규제 대응 비용까지 부담하며 회사를 통째로 살 유인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기술의 가능성만으로 회사를 통째로 사는 시대는 아니다”며 “한국 바이오텍도 임상 단계에서 PoC를 입증한 자산을 늘리지 않으면 M&A 후보군 자체가 나오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중국에서는 글로벌 빅파마가 바이오텍을 통째로 인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23년 말부터 2024년 사이 그라셀바이오테크놀로지스(Gracell Biotechnologies), 프로파운드바이오(ProfoundBio), 바이오테우스(Biotheus)가 각각 아스트라제네카, 젠맙, 바이오엔테크에 인수됐다. 이 같은 차이는 결국 신약 파이프라인 경쟁력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한국보다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이 훨씬 풍부한 데다 임상 단계에서 개념입증(PoC)을 확보한 자산도 많다. 글로벌 의약품 데이터업체 사이트라인(Citeline)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중국이 개발 중인 의약품 파이프라인은 7141개로 한국(3159개)의 약 2.3배에 달한다. 외형 확대보단 시너지…K바이오 '성장형 M&A' 하려면 해외 기업에 피인수되는 것이 쉽지 않다면 국내 기업 간 M&A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유의미한 M&A 사례는 있었다. 오리온(271560)은 2024년 5485억원을 투입해 리가켐바이오(141080)사이언스 지분 25.73%를 확보했고, 최근 TKG휴켐스와 IMM 계열 투자기구는 에이프릴바이오(397030)에 3468억원을 투자했다.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를 쌓은 신약개발사에 대기업의 자금력과 사업화 역량이 결합한 사례다. 동구바이오제약(006620)도 큐리언트(115180)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오른 뒤 투자를 확대했다. 다만 국내에서 대형 M&A가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수조원을 동원할 매수자가 많지 않고 창업자와 오너가 경영권을 내려놓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한미약품(128940)그룹과 OCI(456040)그룹의 통합도 오너 일가의 이해관계와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며 무산됐다. 제네릭 중심 제약사들이 기존 구조로도 일정한 수익을 내며 생존할 수 있다는 점도 합병에 나설 유인을 약화시키는 요소다. 업계에서는 제약사끼리 외형만 합치는 M&A보다 자본과 사업화 역량을 가진 제약사와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바이오벤처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제약사는 M&A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과 연구역량을 확보하고, 바이오벤처는 기업공개(IPO) 의존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개발자금을 마련하는 상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윤선주 에이피트바이오 대표는 “양측의 부족한 역량을 보완해야 실질적인 시너지가 생긴다”며 “제약사의 바이오벤처 인수나 전략적 투자 비용을 R&D 투자 비용으로 폭넓게 인정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될 수 있게 하면 M&A에 나설 유인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M&A 잠재 후보군' 국내 바이오텍은? 그렇다면 국내외에서 M&A를 고려할 만한 국내 바이오기업 후보군으로는 어떤 곳들이 있을까? 업계 안팎에서 M&A 피인수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기업으로 가장 먼저 거론된 곳은 알테오젠(196170)이었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 의약품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하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ALT-B4’를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텍이다. 특정 신약후보물질 하나가 아닌 여러 의약품에 반복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가 축적됐으며, 상업화도 진전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인이라고 평가됐다. 단 시가총액이 5일 기준 15조원에 육박하는데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할 경우 인수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은 제약 요인으로 지적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기업에서 M&A를 고려할 만한 바이오텍으로는) 플랫폼 기업인 알테오젠 정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시가총액이 10조원이 넘기 때문에 그 만한 비용을 들여 통째로 살만한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빅파마 입장에선 필요한 기술만 라이선스 계약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막대한 인수대금을 들여 기업 전체를 사들일 경제적 유인이 적다는 얘기다. 기업가치가 조 단위로 커질수록 현실적인 인수 주체는 국내보다 해외 자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에는 수조원 규모의 거래를 감당할 전략적 투자자(SI)나 재무적 투자자(FI)가 많지 않은 데다, 대형 제약사들 역시 대규모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휴젤(145020)과 클래시스(214150)가 거론된다. 휴젤은 최대주주인 GS그룹 측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지만 기업가치가 조 단위에 달하는 만큼 국내에서 마땅한 원매자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클래시스 역시 기업가치가 3~4조원 수준으로 커지면서 국내 인수 후보군보다는 글로벌 사모펀드(PEF)나 해외 전략적 투자자와의 거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경우 몸집이 커질수록 결국 해외 자본과의 딜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미용의료기기 기업 제이시스메디칼은 2024년 프랑스계 헬스케어 전문 PEF인 아키메드(ARCHIMED)에 약 9900억원 규모로 인수된 뒤 자진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사업화 경쟁력을 갖춘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일수록 국내보다 해외 자본이 더 현실적인 인수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약개발사 중에선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들이 잠재적인 M&A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 올릭스(226950), 오름테라퓨틱(475830), 디앤디파마텍(347850) 등은 각 분야에서 차별화된 원천 플랫폼을 확보하고 글로벌 기술거래나 공동개발 경험을 축적해온 기업들이라는 공통점이 부각됐다. 플랫폼 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특정 신약후보물질의 성공 여부에 기업가치가 전적으로 좌우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의 기반 기술로 여러 후보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인수자는 파이프라인과 연구인력, 후속 개발 역량까지 함께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 기술의 경쟁력이 곧바로 기업 인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빅파마들이 관심을 보일 만한 국내 바이오텍들이 있겠지만 기술적 매력과 실제 인수 가능성은 별개라는 점은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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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한국형 인공태양 만들어 탄소중립 과제·AI 전력 부족 해결할 것”
[K-문샷 퓨처②]양형렬 K-문샷 핵융합 분야 PD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 2035년 완공 목표 AI로 난제 해결 앞당겨 핵융합 상용화 속도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인공지능(AI) 사용이 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탄소 중립이라는 글로벌 과제까지 맞물리면서 미래 청정 에너지원 확보에 대한 국가적 관심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고 있다. 양형렬 K-문샷 프로젝트 프로그램디렉터(PD)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2035년까지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를 완공하고, 2039년 전력 생산 실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PD는 “(핵융합은) 난제이지만 극복할 경우 파급 효과가 큰 분야”라며 “문샷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상용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형렬 K-문샷 프로젝트 PD.(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2035년 완공, 2039년 전력 실증”···단계별 마일스톤 공개 핵융합은 태양의 에너지 생성 원리를 지상에 구현하는 미래 에너지 기술이다. ‘인공태양’으로도 불린다. 정부는 과학기술 중심의 미래 대전환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인 ‘7대 SEED 프로젝트’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SMR(소형모듈원전)과 재생에너지 등과 함께 핵융합을 7대 첨단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다.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AI를 활용해 과학기술 혁신을 가속하는 K-문샷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도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 건설이다. 올해부터 핵융합로 주 장치의 개념설계에 착수해 내년까지 기본설계를 마치고, 2028년부터 공학설계에 들어가 2030년까지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양 PD는 “2030년대 초 조립을 시작해 2035년까지 장치를 완공하고, 2036년 최초 플라즈마를 생성한 뒤 2039년 실제 전력 생산을 실증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미중 핵융합 속도 속 K-STAR 경험 기반 AI로 승부 양 PD에 따르면 핵융합에너지는 시뮬레이션과 실험을 통해 핵융합로로 전력을 생산·공급할 수 있다는 기술적 가능성이 상당 부분 확인됐다. 최대 관건은 경제성이다. 소형모듈원전(SMR)이나 재생에너지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상용화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전 세계 핵융합 상용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가뿐 아니라 민간 기업까지 뛰어들면서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CFS(커먼웰스 퓨전 시스템) 등 민간 스타트업이 빅테크의 투자를 바탕으로 핵융합 실증장치 ‘SPARC(스파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후속 상용로인 ‘ARC(아크)’를 통해 2030년대 전력 공급을 추진한다. 중국도 내년 ‘BEST’ 장치 가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전력 생산 실증을 위한 핵융합 공학시험로(CFEDR)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를 2007년 독자 개발해 운영해온 경험과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참여를 바탕으로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넘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 핵융합을 위해서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가두고 핵융합 반응을 유지해야 한다. 삼중수소의 처리·회수와 핵융합로 제어·운전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도 산적해 있다. AI는 이런 난제를 푸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양 PD는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재료 개발이나 고온 플라즈마 거동 예측 등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AI 에이전트를 이용하면 핵융합로 운영 전 과정의 자동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핵융합연은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AI 가상 핵융합로’를 구축해 핵융합로 설계와 제어를 자동화·최적화할 계획이다. 양 PD는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구축해 운영해온 K-STAR를 AI 학습에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생산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AI를 접목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나간다면 보다 효율적인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형렬 PD.(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SPC 설립 필수···삼중수소 규제 기반도 마련해야 정부는 2030년대 말 전력 생산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 민·관 협력을 통해 2035년까지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전남 나주에는 핵융합로 핵심 부품·장비의 대규모 실증을 위한 인프라도 구축한다. 양 PD는 향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민·관 협력을 위한 SPC 설립을 꼽았다. 그는 “민간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SPC 설립이 필수”라며 “민간과 공공이 공동으로 주도하는 거버넌스를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전 인허가 체계를 적기에 마련하는 것도 관건이다. 양 PD에 따르면 핵융합에너지는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다만 부산물로 발생하는 삼중수소 취급과 관련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아직 충분하지 않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핵융합 안전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양 PD는 임기 동안 핵융합 관련 사업 기획부터 정책 관리까지 총괄하며 전력 실증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전 세계가 핵융합 전력 실증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뒤처져서는 안 된다”며 “혁신 핵융합로를 2035년까지 완공하고 2039년 전력 생산을 실증해 한국이 에너지 패권을 주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양형렬 PD는 △1969년생 △현 K-문샷 프로젝트 핵융합 분야 PD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석·박사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운영사업단 장치기술개발부장 △국가핵융합연구소 선행기술연구센터장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혁신핵융합로설계단장 △ITER 조립팀장 △자랑스런 NFRI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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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대학·연구기관이 직접 로봇 뜯고 개조 가능토록 오픈소스 공개”
표윤석 로보티즈 CTO 인터뷰 ‘AI 사피엔스 K1’ 하반기 출시 자체 QDD 액추에이터로 차별화 오픈소스로 K-휴머노이드 생태계 공략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경쟁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로보티즈(108490)가 ‘오픈소스’를 앞세워 차별화에 나선다. 대학과 연구기관이 직접 로봇을 뜯어보고 개조할 수 있도록 설계와 소프트웨어를 공개해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표윤석 로보티즈 부사장(CTO)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우리 휴머노이드가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핵심이 아니다”라며 “액추에이터 자체가 좋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제작한 플랫폼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액추에이터는 전기 신호를 움직임으로 바꿔주는 장치를 말한다.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 등을 하나로 엮은 형태다. 사람으로 치면 관절과 근육에 해당한다. 표 부사장은 로보티즈의 다이나믹셀 초기 시절부터 현장을 경험한 로봇공학자다. 2005년 인턴으로 시작해 KIST와 일본 유학을 거친 뒤 2016년 복귀했고, 현재는 CTO로 휴머노이드와 액추에이터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2015년 김병수 대표와 DARPA 로보틱스 챌린지를 참관한 경험이 휴머노이드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표윤석 로보티즈 부사장(CTO) (사진=신영빈 기자) ‘관절’부터 국산화…발열·소음 낮춘 QDD 로보티즈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AI 사피엔스 K1’은 높이 약 103㎝, 무게 35㎏ 미만의 소형 휴머노이드다. 허리 1개와 양팔 10개, 양다리 12개 등 기본 23개 관절을 갖췄다. 모듈형 구조를 적용해 향후 손이나 추가 관절 등을 붙여 자유도를 늘릴 수 있다. 하반기 정식 출시가 목표다. AI 사피엔스의 핵심에는 로보티즈가 자체 개발한 준직구동(QDD) 액추에이터가 있다. 상체에는 Q60, 하체에는 Q80 계열을 적용했다. QDD는 높은 감속비를 사용하는 기존 고감속 액추에이터보다 감속비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로보티즈는 이를 통해 사람이 외부에서 관절에 힘을 가했을 때 관절이 함께 움직이는 ‘역구동성’을 확보했다. 역구동성이 높으면 외력을 감지하고 힘을 조절하기가 쉬워진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에 필요한 토크 제어와 충돌 안전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고감속기를 사용하는 방식보다 무게와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발열과 소음도 로보티즈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AI 사피엔스는 별도의 냉각팬이나 냉각수를 사용하지 않고 프레임을 통한 방열만으로 구동한다. 표 부사장은 “다른 휴머노이드를 보면 팬이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시끄러운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전체를 프레임 방열만으로 처리하고 있고 액티브 쿨링이 필요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발열이 적으면 소비전력을 줄여 로봇의 사용시간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로보티즈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AI 사피엔스 K1’ (사진=신영빈 기자) 완제품보다 ‘설계도’…누구나 고쳐 쓰는 휴머노이드 로보티즈의 승부수는 이 같은 하드웨어를 폐쇄적으로 운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회사는 AI 사피엔스의 소스코드와 하드웨어 설계 파일, 부품명세서(BOM), 펌웨어 등을 공개해 대학과 연구기관이 자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연구자가 로봇 한 대를 구입한 뒤 정해진 기능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관절을 바꾸고 새로운 손을 붙이거나, 자체 개발한 보행·조작·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적용해 또 다른 로봇으로 발전시키는 구조다. 로보티즈는 향후 해커톤과 로봇 대회, 연구자 세미나 등을 통해 개발 결과를 다시 공유하는 생태계도 구상하고 있다. 표 부사장은 로보티즈가 지향하는 휴머노이드의 핵심으로 ‘접근성’과 ‘개방성’을 꼽았다. 그는 “국민이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가격대와 성능을 갖춘 로봇을 만들고 싶다”라며 “이런 로봇이 100대 정도 대학이나 연구 현장에 깔려 실제로 활용된다면 얼마나 많은 2차 연구가 줄줄이 나오겠느냐”고 했다. 오픈소스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로보티즈만 플랫폼을 활용한 연구자와 개발자들도 결과물을 다시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로보티즈 휴머노이드 로봇 ‘AI 사피엔스’가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사진=로보티즈) 달아오른 K-휴머노이드…‘개방형’ 전략 통할까 국내에서도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은 빨라지고 있다. LG전자는 가정에서 물건을 집고 옮기는 휴머노이드 ‘클로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보’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휴머노이드 플랫폼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휴머노이드 경쟁이 현장 투입을 중심으로 달아오르는 가운데 로보티즈는 ‘오픈소스 생태계’에 방점을 찍었다. AI 사피엔스를 대학과 연구기관이 자유롭게 개조·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보급해 국산 액추에이터는 물론 보행·조작·학습 기술까지 함께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과제도 남아 있다. 실제 양산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와 휴머노이드의 가반하중, 연속 가동시간,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반복 작업 성능 등이 향후 상용성을 가를 전망이다. QDD가 빠르고 가벼운 움직임에는 유리하지만 무거운 물체를 다루는 작업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표 부사장은 “로봇은 실제 연구할 사람들이 함께 활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대회와 해커톤, 세미나 등을 통해 연구자들이 모이고 결과를 다시 공유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로보티즈가 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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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판 깔린 ‘모두의 AI’ ICT공룡 연합 격돌
과기정통부 '모두의 AI' 공모 접수 마감 통신·IT 빅테크 중심 6개 사업자 출사표 네이버 불참 속 SKT·KT·카카오-LG 3파전 이달 말 2~3개 사업자 선정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정부가 전 국민의 AI 활용 격차를 해소하고 일상 속 AI 보편화를 위해 추진하는 ‘모두의 AI’ 사업에 국내 대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총출동했다. SK텔레콤(017670), KT(030200) 등 이동통신 기업과 카카오 및 LG 연합군이 각각 대규모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전장을 던졌다. 네이버는 기존 사업 집중을 이유로 불참했다.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추진하는 ‘모두의 AI’ 프로젝트 참여 공모 결과, 총 6개 사업자(컨소시엄)가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기정통부는 서면 평가와 발표 평가를 거쳐 이달 말 2~3곳의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고, 연내 베타 서비스 및 본격적인 서비스 개시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모두의 AI’를 올해 안에 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업은 그 일환으로 과기정통부는 내년에는 ‘1인 1 AI에이전트’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SKT, 1000만 사용자 ‘에이닷’ 넘어 생활 에이전트로 SKT는 AI 모델, 인프라, 서비스를 아우르는 ‘풀스택(Full-Stack)’ 역량을 앞세워 가장 큰 규모인 20개 기업·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SKT는 월간 사용자(MAU) 1000만 명을 보유한 ‘에이닷’ 운영 노하우와 최근 공개한 6880억 개 매개변수 규모의 자체 AI 모델 ‘A.X K2’, 그리고 지난달 설립한 AI 데이터센터 전담법인 ‘SK하이퍼’의 인프라를 결합한다. 여기에 약 2250만 개에 달하는 이동통신 회선과 온·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활용해 AI 이용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는 전략이다. SKT 컨소시엄에는 신한카드·하나카드(금융), 티맵모빌리티(모빌리티), 라이너(특화검색), 굿닥(의료), 노타·셀렉트스타(인프라), 에임인텔리전스(보안) 등이 참여한다. 단순한 질의응답 형태의 AI 챗봇으로 시작해 공공 서류 발급, 의료·교통·금융 예약과 결제까지 실제 업무를 대행하는 ‘생활 밀착형 AI 에이전트’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KT, 업스테이지·모티프·NCAI 손잡고 ‘AI 생태계 원스톱 연합’ 구축 KT는 ‘AI의 혜택을 모두에게, 대한민국 AI와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AI 서비스부터 플랫폼, 인프라까지 전 과정을 잇는 16개사 컨소시엄을 선보였다. KT의 압도적인 통신·클라우드·AI 인프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비스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KT 컨소시엄의 서비스 영역에는 다음(Daum), 솔트룩스, 무신사, 직방, EBS, BC카드, 딥서치 등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대표 기업들이 대거 합류했다. 모델·플랫폼 분야에서는 업스테이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NC AI, 액션파워 등이 참여해 독자적인 모델 기술을 지원하며, 인프라 분야는 AI 반도체 대표 스타트업인 리벨리온과 래블업, 베슬AI코리아가 담당한다. KT는 주관기관으로서 대규모 서비스 운영 경험을 공유하고, 검색·쇼핑·주거·교육·금융 등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AI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카카오, LG그룹과 강력한 ‘원팀’ 결성…카카오톡 접점과 ‘K-엑사원’의 만남 카카오는 LG그룹과의 연합을 통해 사업을 수주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컨소시엄에는 LG유플러스, LG AI연구원, LG전자, LG CNS 등 LG 그룹 핵심 계열사 4곳을 포함해 총 15개 기업·기관이 참여한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한 압도적인 이용자 접점과 자체 모델 ‘카나나’, 행정안전부와 협력한 ‘AI 국민비서’ 경험을 총동원한다. LG AI연구원은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K-엑사원’을 제공하며, LG전자는 가전 디바이스 연동, LG CNS는 공공 시스템 통합(SI)을 맡아 기술 완결성을 높였다. 또한 의료 분야의 서울대병원·루닛, 금융 분야의 신한은행, NPU 분야의 퓨리오사AI 등이 참여해 연령이나 소득, 디지털 활용 능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쓰는 AI 보편적 서비스를 구현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왜 불참했나…빅테크와 협력 우선 당초 유력 참가자로 거론되던 네이버의 불참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이번 불참은 네이버의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자원 배분 차원의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이미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자체 AI 서비스 고도화와 함께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술기업과의 소버린 AI 협력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정된 개발 인력과 핵심 자원을 신규 정부 사업에 추가 투입하기보다, 이미 주력하고 있는 기존 사업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 셈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처럼 이미 강력한 자체 서비스 생태계와 독자 기술력을 확보한 사업자 입장에서는, 공공 주도 플랫폼 사업에 참여해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사업적·기술적 실익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중견 IT기업 이스트소프트가 메가존, 와이즈넛, 폴라리스오피스 등 8개사와 컨소시엄을 꾸려 출사표를 던졌다. 이외 공공AX 분야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제논, B2B AI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엠케이디 등이 단독으로 응모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국민이 일상 속에서 AI 기술을 체감하며,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AI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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