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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이란 대통령, 전쟁 6개월 맞아 미국에 종전 촉구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의 비둘기파로 알려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지난 6월 파키스탄의 중재로 미국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촉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은 지난 28일로 6개월째를 맞았다. 이란 국영 프레스TV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한 행사에서 종전 MOU가 역내 국가들이 “단결과 협력, 화합을 통해 안정과 발전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되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서아시아지역에 혼란을 조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란이 전쟁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침략에는 단호히 맞설 것이라며 “온 힘과 결의를 다 하는 국가는 어떤 세력도 굴복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란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기는 하겠지만 “과거에도 증명했듯 어떤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MOU 이행을 통해 이란이 당면한 과제를 극복할 수 있으며, 적들의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이슬람 국가 간 단결과 연대가 필요하다고도 촉구했다. 그는 개전 6개월이 된 전날에도 미국이 약속을 지키면 이란도 MOU를 이행할 것이며 미국이 약속을 저버리면 이란도 더는 이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MOU를 체결하고 비핵화 등 쟁점 사안을 60일간 논의하기로 했지만, 무력 공방이 재개되면서 합의가 사실상 무산됐다. MOU는 지난 17일로 만료됐고 미국은 고강도 폭격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이란의 자금줄을 끊는 ‘경제적 왕따 작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때문에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를 통해 에너지 시장을 교란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포착됐으며 “이스라엘 연계 세력 역시 장밋빛 전망으로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대가는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도 이날 남동부 시스탄-발루치스탄주에서 미국, 이스라엘과 연계된 테러 조직에 결정적 타격을 가해 1명을 사살하고 6명을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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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데이터센터 반대는 中 공작?"…美서 불붙은 '배후론'에 학계·공화당도 반박
X, 中 연계 의심 가짜계정 20만개 적발…AI·에너지 정책 공작 계정도 전문가 "영향력은 사실상 미미…나룻배로 유조선 움직일 수는 없어" X(옛 트위터)가 미국 내 여론 조작에 의심된다며 공개한 가짜 계정. /사진=X 캡처 [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주민 반발이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반대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는 '중국 배후설'이 제기됐다. 그러나 학계는 중국 연계 계정의 실제 영향력이 미미하다며 반박했고, 데이터센터 정책을 선회한 공화당 소속 주지사까지 "주민들의 실제 불만 때문"이라며 선을 그었다. 29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X(옛 트위터)는 미국 내 여론 조작에 동원된 것으로 의심되는 가짜 계정 약 20만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X는 이 중 약 200개 계정이 미국의 AI와 에너지 정책을 겨냥한 공작 활동을 벌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 계정은 AI 데이터센터가 가정용 전기요금을 끌어올리고 전력망에 부담을 준다고 주장하거나,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대중의 희생을 발판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모습을 담은 AI 생성 만화를 게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X는 건전한 토론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해당 계정들을 정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표는 오픈AI가 지난 6월 공개한 '위협 보고서'와도 맥을 같이한다. 당시 오픈AI는 중국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챗GPT 계정들이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글과 만화를 지속적으로 생성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공작 시도가 실제 미국 내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놓고는 곧바로 반론이 제기됐다. X(옛 트위터)가 미국 내 여론 조작을 위해 가자 계정이 운영됐다며 공개한 가짜 계정. /사진=X 캡처 대런 린빌 미 클렘슨대 미디어포렌식허브 공동디렉터는 X가 공개한 화면에 등장한 해시태그 등을 추적해 관련 계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봇으로 추정되는 계정 가운데 최소 59개는 구독자가 없고 다른 이용자와의 상호작용도 전무해 실제 여론에 미친 영향은 사실상 없었다고 지적했다. 린빌 디렉터는 중국이 미국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 한 시도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현재 미국 내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의 규모와 비교하면 중국 계정의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데이터센터 여론은 유조선과 같다"며 "나룻배로는 유조선을 움직일 수 없다"고 비유했다. 중국의 선전전을 경계하면서도 관련 보고서의 이해관계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뮤얼 울리 피츠버그대 허위정보연구 석좌교수는 중국의 데이터센터 반대 선전 활동을 지적한 주요 보고서가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확충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오픈AI와 X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보수 정치권에서도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을 중국의 공작으로만 해석하는 데 선을 긋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표적인 인물이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다.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애벗 주지사는 최근 데이터센터 확장에 제동을 거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애벗 주지사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책 변화가 중국의 선전전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중국이 무슨 말을 했기 때문에 정책을 바꾼 것이 아니다"라며 "지역사회에서 마주한 실제 문제를 호소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과 협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중국과 무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중국이 SNS를 통해 미국 내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을 자극하려 한 정황과 별개로, 전기요금과 전력망 부담 등 데이터센터 급증에 따른 지역사회의 현실적인 불만까지 '외부 공작'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미국 내에서 확산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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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9만6000개 빙하가 녹고 있다…네팔 참사가 드러낸 '히말라야 시한폭탄'
CNN "아시아 고산지대의 빙하 빠르게 질량 잃어"…한국과 비슷한 면적 덮어 매년 사라지는 얼음, 맨해튼 366m 잠길 규모…빙하·암석 붕괴로 대홍수 촉발 대홍수로 흙탕물 덮친 네팔 누와코트 지역.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아시아 고산지대에 흩어져 있는 약 9만6000개의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거대한 '시한폭탄'으로 변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을 덮친 대홍수 역시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붕괴하면서 촉발된 것으로 분석되면서 기후변화가 히말라야 산악지역의 재난 지형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댄 맥그래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지구과학과 교수는 29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고산지대에 약 9만6000개의 빙하가 있으며 이들이 한국과 비슷한 규모의 면적을 덮고 있다"고 설명했다. 30일 외신 등에 따르면 네팔·티베트 접경에서 발생한 돌발 홍수로 최소 682명이 숨지고 약 3000명이 실종됐다. 홍수는 마을과 도로, 교량은 물론 수력발전 시설까지 휩쓸었다. 피해를 본 주민은 9만명을 넘어섰으며 네팔 정부는 복구에 40억~5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맥그래스 교수는 매년 아시아 고산지대 빙하에서 사라지는 얼음의 양을 물로 환산하면 미국 뉴욕 맨해튼섬 전체를 약 366m 깊이로 잠기게 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꼭대기 부근까지 물이 차오를 정도다. 녹아내리는 9만6000개 빙하…현실이 된 '시한폭탄' 대홍수로 네팔을 덮친 홍수. /영상=연합뉴스 이 같은 경고가 주목받는 것은 네팔에서 빙하 붕괴에 따른 대규모 참사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에서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무너진 뒤 계곡과 하천을 따라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최근 집계로 네팔과 티베트에서 600명 이상이 숨지고 수천명이 실종됐다. CNN이 위성사진과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빙하 일부와 암석이 산비탈에서 떨어져 약 2000m 아래 계곡 방향으로 쏟아졌다. 붕괴 지점부터 하천까지 산비탈에는 폭 약 900m, 길이 약 6.4㎞에 달하는 거대한 흔적이 남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당시 관측된 진동도 지진이 아니라 빙하와 암석이 붕괴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빙하와 암석이 하천으로 쏟아지면서 일시적으로 물길을 막았다가 한꺼번에 터져나가 거대한 홍수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지 전문가들은 Planet Labs 위성사진에서 대규모 빙하·암석 사태의 흔적을 확인했다고 CNN에 설명했다. 기후변화가 이번 개별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과학자들은 히말라야의 기온 상승이 빙하 뿐 아니라 산악 지형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얼음이 녹으면서 빙하의 결속력이 약해지고 영구동토층까지 해빙되면 산비탈의 암석과 토양도 불안정해진다. 빙하 붕괴가 낙석과 산사태, 토석류로 이어지고 다시 하천을 막아 대규모 홍수를 일으키는 '연쇄 재난' 위험이 커지는 셈이다. CNN은 히말라야 일대가 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온난화하고 있으며 2000년 이후 빙하의 얼음 손실 속도가 크게 빨라졌다고 전했다. 제이슨 굴리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지질학과 교수는 네팔에서 녹아내리는 빙하를 '시한폭탄'에 비유하며 온난화가 계속될수록 치명적인 빙하 관련 홍수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위험…홍수 뿐만 아니다 위험은 홍수에서 끝나지 않는다. 빙하가 빠르게 녹는 초기에는 하천으로 유입되는 물이 늘고 빙하호가 커지면서 홍수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빙하 자체가 크게 줄어들면 상황이 뒤집힌다. 빙하는 눈과 얼음을 저장했다가 건기에 천천히 녹여 강으로 흘려보내는 '천연 저수지' 역할을 해 왔다. 빙하가 사라진다는 건 건기에 공급할 물도 함께 줄어드는 걸 의미한다. 결국 아시아 고산지대의 빙하 위기는 단기적으로는 '너무 많은 물', 장기적으로는 '너무 적은 물'이라는 정반대의 위험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세계기상기구(WMO)도 빙하 소실이 돌발 홍수와 산사태 같은 재난 위험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하천 유량과 수자원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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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쓰레기통 왜 안 비우죠?” 27장짜리 민원 쏟아져…골머리 앓는 英 공무원, 무슨 일?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단순한 생활 민원도 인공지능(AI)을 거치면서 수십 페이지짜리 장문 민원으로 바뀌고 있다. 영국에서는 AI 챗봇을 활용해 법률과 판례 등을 덧붙인 민원이 잇따르면서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공공기관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최근 영국에서 AI를 활용해 각종 규정과 법률 조항을 인용한 장문의 민원을 작성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라면 A4 용지 한 장이면 충분했을 ‘쓰레기통이 비워지지 않았다’는 내용의 민원이 AI를 거치면서 판례와 법률 조항 등을 담은 19~27페이지 분량으로 늘어나는 식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과태료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복지 혜택 판정에 불복하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퍼지고 있다. 문제는 민원 분량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AI가 잘못된 법률 조항을 인용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어 공무원들이 관련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고 법률 자문까지 거쳐야 하는 부담이 생기고 있다. 지방 정부 변호사 협회는 급증하는 민원을 감당하려면 처리 인력을 현재의 두 배로 늘려야 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민원 처리량이 늘면서 답변과 처리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민원 분량을 제한하는 양식을 도입하는 등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학교·정보공개 부서도 ‘장문 민원’ 몸살…AI의 순기능도 학교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 지도자 협회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AI를 이용해 장문의 불만 사항을 여러 건 제기하면서 교직원들의 업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영국 정보감독청(ICO)과 전국 데이터 보호 책임자 협회 역시 AI를 활용한 정보공개 청구가 늘면서 잘못된 법률 인용이나 복잡한 요청으로 인한 ‘숨겨진 업무량’이 증가하고 행정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AI를 활용한 민원 작성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신경다양인이나 자신의 의견을 글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AI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메일 중심으로 소통 방식이 바뀌면서 글쓰기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민원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다. 일부 공공기관과 기업은 AI가 작성한 장문의 민원을 다시 AI로 요약해 한 페이지 분량의 답변을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동시에 학부모나 주민을 직접 만나 대화하는 등 기존의 소통 방식을 되살리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악성 민원 2만 건 시대, 선생님에게 변호사가 필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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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롤러코스피' 멈췄지만…활력 위축에 7천선 문턱 걸린 코스피
지난달 사이드카 15회→이달 단 5회…지수 움직임도 미미 단일종목 레버리지 대책에 VKOSPI. 한달새 97.99→50.08 급락 변동성 잡혔지만 거래 활기는 '뚝'…일평균 거래량·회전율 올해 최저 "코스피, 기간 조정 후 반등 전망…다시 박스권 머물 가능성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PG)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지난달까지만 해도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는 급등락을 반복하던 코스피가 눈에 띄게 잠잠해졌다. 7월 내내 사흘에 이틀 꼴로 3% 넘는 등락을 보이던 지수는 이달 들어 급격히 변동성을 축소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사이드카 발동 횟수도 지난달 15회에 이르렀던 것이 이달 들어서는 3분의 1 수준인 5회로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의 시장쏠림과, 이로 인한 변동성을 더욱 증폭하던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상품(ETP)으로 인한 문제가 크게 완화된 모습이다. 당국은 글로벌 반도체 조정과 맞물려 국내 주식시장이 초(超)고변동성을 보이자 지난달 31일 기본예탁금을 1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긴급 보완대책을 실시했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투자자들의 심리에 남긴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고 있다. 증시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거래량과 거래대금 등 시장 활력이 크게 위축되면서 지수 상승 탄력이 확연히 둔화한 것이다. 시장 거래량과 회전율이 나란히 감소한 가운데 코스피는 이달 들어 7천선 안착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롤러코스피' 증시…변동성 정점 찍은 7월 30일 연합뉴스가 코스피의 일별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3% 이상 오르거나 내린 날은 22거래일 가운데 14거래일(64%)에 달했다. 거래일 약 3일 중 2일꼴로 지수가 3% 넘게 움직인 셈이다. 1월에는 이 같은 날이 단 하루였다. 이후 2월에는 7일,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변동성이 커진 3월에는 9일, 4월엔 3일, 5월엔 7일을 기록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가 본격화한 6월에는 11일, 7월에는 14일까지 늘었다. 반면 규제가 시행된 이후인 이달을 보면 지난 28일까지 총 19거래일 가운데 8일(42%)만 코스피가 3% 이상 등락했다. 코스피가 5% 이상 급등락한 날의 수를 보면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6월에는 7일, 7월에는 10일을 기록했는데 이달 들어서는 단 3일로 줄었다. 올해 코스피가 하루 10% 이상 움직인 총 세 차례 가운데 두 차례는 7월에 몰렸다. 지난달 28일 코스피는 10.84% 폭락해 역대 2위 하락폭(732.09포인트)을 기록했고, 31일에는 반대로 17.91% 뛰어 역대 최대 상승률과 상승폭을 새로 썼다. 역대 1위 하락폭을 기록한 날은 지난 6월 23일(-910.71포인트)이다. [그래픽] 코스피 변동폭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5월 27일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최근 증시 변동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인스타그램 @yonhapgraphics 지수 움직임이 잔잔해지자 시장 안전장치 발동 횟수도 줄었다. 유가증권시장 사이드카는 6월 10회, 7월 15회 발동됐다. 7월 전체 거래일은 22일이었는데 7일을 뺀 나머지 일수에는 모두 사이드카가 울렸던 것이다. 올해 총 49차례의 사이드카 발동건수 중 절반이 넘는 25건이 6∼7월에 집중됐다. 반면 8월 들어서는 사이드카 발동이 5회에 그쳤다. 코스피가 전일 종가지수 대비 8% 이상 폭락한 채로 1분간 지속되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 역시 올해 3월 두 차례, 6월 세 차례, 7월 네 차례로 지속적으로 횟수를 늘려가는 추세였으나, 이달 들어서는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지난 6월 말 장중 한때 97.99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28일에는 50.08로 내려왔다.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대책 이전인 지난달 30일(86.18포인트)과 비교하면 불과 20거래일 만에 36.1포인트(42%)가 하락한 것이다. 코스피200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30일 기대 변동성을 연율화한 지표인 VKOSPI가 종가 기준 50으로 내려온 건 지난 4월 20일(50.32) 약 넉 달만 처음이다. 변동성 잡았지만 거래 활기도 '뚝'…다시 '박스피'? 문제는 변동성은 잡았지만 시장의 열기가 식는 걸 막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코스피는 지난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치솟으며 '만스피'(코스피 1만 포인트)에 대한 기대를 키웠지만 이후 글로벌 반도체주 조정과 고점 부담 속에 지난달 29일 장중 5,262.77까지 추락했다. 이달 들어서는 저점 대비 상당 폭 반등했지만 7천선 안착에는 실패했다. 지난 18일에는 장중 7,216.62까지 올랐지만 결국 6천선에서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7천선을 웃돈 것은 지난달 23일(7096.89)이 마지막이다. 거래 위축도 두드러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량은 3억2천179만주, 일평균 거래대금은 25조7천568억원으로 둘 다 연중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상장주식 회전율 역시 올 최저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 코스피의 일평균 상장주식 회전율은 0.54%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전체 상장주식 1천주 중 약 5.4주가 거래됐다는 의미다. 상장주식 회전율은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투자자 간 주식의 '사고 팔고'가 적었다는 뜻이다. 코스피 일평균 회전율은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진 6월에는 0.82%였고 7월에는 0.72%였다. 지수 급락 과정에서 누적된 손실로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은 데다, 이후 반등세마저 주춤하면서 투자자들이 손실 만회를 기다리는 이른바 '물린' 상태에 머물고 있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외벽에 붙은 코스피 7천 안내문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7000선을 돌파하며 장을 마친 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외벽에 코스피 7천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6.5.6 ksm7976@yna.co.kr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다시 7천선을 넘어 전고점을 향하려면 레버리지 자금이 빠져나간 자리를 새로운 수급이 채워야 한다고 본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일부 종목으로의 쏠림을 배가시켰고, 이후 규제가 들어오면서 거래 규모도 줄었다"며 "이는 수급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 상반기와 달리 투자자들의 매물대기 잠겨있는 만큼, 향후 지수는 일정 기간 조정을 거치는 '루트자'(√) 형태의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다시 올라가려면 새로운 자금이 유입돼야 하는데 레버리지 지수상장펀드(ETF)로 들어올 수 있는 신규 자금 경로가 줄어든 만큼 반등 속도도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내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던 금융투자, 특히 ETF 쪽이 예전처럼 열심히 매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에 비해 공격적인 투자자들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허 연구원은 "기업 이익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크게 늘었지만, 내년부터는 증가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6월 코스피 고점이 내년 이익까지 상당 부분 반영한 수준이라면 추가 상승 기대감이 제한되면서 지수가 다시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거래 위축은 증권사에도 부담이다. 올해 상반기 거래 급증은 증권사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확대를 이끌었지만, 최근처럼 거래대금 감소가 이어질 경우 3분기에는 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이 상당히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거래대금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각 증권사가 이 감소를 어떻게 메웠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will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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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Why&Next]美화장품 자회사 헐값 매각…LG생건, 긍정평가 이유는?
7년 만에 적자 사업 털어 연매출 2600억 공백 불가피 자체 브랜드 성장세… 더크렘샵 적자전환 북미 M&A도 과제 에이본 디지털 카탈로그. 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이 북미 시장의 교두보로 낙점하고 인수한 미국 화장품 회사 에이본(The Avon Company)을 약 84억원에 매각한다. 2019년 1450억원에 인수한 지 7년 만이다. 인수 이후 출자와 대여 등으로 투입·지원한 자금은 5000억원을 웃돌지만 매각가는 최초 인수가의 5.8%에 불과하다. 에이본을 앞세운 북미 진출 전략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가운데 LG생활건강은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북미 사업의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1450억에 인수해 5000억 넘게 투입…84억에 매각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북미 법인 LG H&H USA는 에이본 지분 100%를 스트랫포드 월드와이드에 600만달러(약 84억원)에 넘기기로 했다. 에이본 캐나다 지분 100%도 1달러에 양도한다. 거래 종결 예정일은 다음 달 1일이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4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서버러스로부터 에이본의 전신인 뉴에이본 지분 100%를 1450억원에 인수했다. 130년 역사를 가진 에이본의 현지 판매망을 활용해 북미 화장품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었다. 이듬해 에이본 주식 전량을 LG H&H USA에 현물출자하면서 에이본은 LG생활건강의 손자회사가 됐다. 그러나 에이본은 기대했던 북미 전초기지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핵심 경쟁력이던 직접판매 방식이 온라인과 전문 소매점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미국 화장품 시장의 흐름과 맞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에이본 매출의 75.9%가 판매원을 통한 직접판매에서 나왔고 온라인 등 기타 채널 비중은 24.1%에 그쳤다. 인수 이듬해인 2020년 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한 차례 흑자로 돌아섰지만 이후 다시 적자가 이어졌다. 2021년 55억원의 순손실을 시작으로 2022년 470억원, 2023년 404억원, 2024년 28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301억원의 순손실을 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36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졌다. LG생활건강의 자금 지원도 계속됐다. 지난해 5월 LG H&H USA에 유상증자한 자금 가운데 6000만달러(약 861억원)를 에이본에 현금 출자했다. LG생활건강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LG H&H USA를 대상으로 실시한 유상증자 규모는 1억3000만달러였다. 이번 매각을 앞두고는 LG H&H USA가 에이본에 빌려준 2억550만달러(약 2863억원)를 자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새로 현금을 투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에이본이 LG H&H USA에 갚아야 할 대여금을 자본으로 바꾸는 것이다. 최초 인수가 1450억원과 지난해 현금 출자액, 이번에 출자전환하는 대여금을 합하면 에이본 인수와 지원에 들어간 자금은 약 5170억원에 이른다. 반면, LG생활건강이 이번 매각으로 받는 금액은 84억원으로 최초 인수가 1450억원의 5.8%에 그친다. 인수 이후 추가 출자와 자금 지원까지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단행했던 에이본 M&A가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거래를 "과거 인수자산의 가치 훼손을 확인하는 거래"라고 평가했다. "가치 훼손 확인"에도 증권가가 매각 반기는 이유 다만, 증권업계는 에이본을 계속 보유하는 것보다 지금 정리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정상화를 시도하려면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데다 적자가 이어질 경우 LG생활건강의 연결 실적에도 계속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엔 M&A를 통해 현지 유통망과 매출 규모를 확대했다면, 이제는 자체 브랜드가 주요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직접 성장하고 수익까지 창출하기 시작했다"며 "에이본 매각 이후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겠지만 적자 사업이 제거되는 동시에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자체 브랜드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판매조직을 유지하면서 온라인과 리테일 중심으로 사업을 바꾸려면 사실상 두 개의 유통체계를 동시에 운영해야 한다"며 "LG생활건강 입장에서는 에이본 정상화에 추가 자본을 투입하기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에 자원을 배분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매각 이후에는 외형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북미 사업 재편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LS증권은 에이본이 연결 실적에서 제외되면 LG생활건강의 연간 매출이 약 26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 적자 사업이 빠지는 만큼 영업이익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LG생활건강 LG서울역빌딩 전경. LG생활건강 에이본 대신 자체 브랜드…더크렘샵 적자 전환은 숙제 관건은 사라지는 에이본 매출을 자체 브랜드가 얼마나 빠르게 메우느냐다. 최근 흐름은 나쁘지 않다. 올해 2분기 LG생활건강의 북미 매출은 20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3% 증가해 처음으로 중국 매출을 넘어섰다. 북미 사업에서 자체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50%까지 높아졌다. 에이본 판매망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북미 사업을 확대할 여건은 인수 당시보다 갖춰졌다는 평가다. 다만 자체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서는 현지 유통 전략도 새로 짜야 한다. 에이본 인수 당시에는 이미 구축된 직접판매 조직을 활용해 북미 시장에 진입하려 했다. 앞으로는 닥터그루트와 빌리프, CNP 등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온라인 채널과 현지 소매점 입점을 확대해야 한다.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 투자도 필요하다. 남아 있는 북미 M&A 자산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다. 차석용 전 부회장은 코카콜라음료와 더페이스샵, 해태음료 등 약 30건의 M&A를 통해 LG생활건강의 외형을 키웠지만 임기 후반 북미 시장을 겨냥해 단행한 투자에서는 이전만큼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LG생활건강은 에이본에 이어 2021년 미국 헤어케어 업체 보인카 지분 56.04%를 인수했고, 2022년에는 미국 색조 브랜드 더크렘샵 지분 65%를 사들였다. 두 회사의 최근 실적도 엇갈렸다. 보인카와 종속기업은 지난해 매출 363억원, 순이익 22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실적이 개선됐다. 반면 더크렘샵은 매출이 2024년 1240억원에서 지난해 657억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276억원의 순이익에서 156억원의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LG생활건강은 이런 실적 악화에도 지난해 더크렘샵 잔여지분 35%를 추가로 인수해 지분율을 100%로 높였다. 잔여지분 인수에 지급한 금액은 6680만달러, 당시 환율 기준 약 918억원이다. 에이본을 정리하면서도 다른 북미 M&A 자산에는 추가 투자를 단행한 만큼, 향후 더크렘샵의 실적 회복과 보인카의 성장 여부가 LG생활건강 북미 사업의 성과를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지금 미국에서 성장하는 K뷰티 브랜드 상당수는 대기업이 과거 해외사업에서 활용했던 현지법인이나 M&A보다 아마존과 틱톡, 세포라·얼타 같은 채널을 통해 소비자 반응을 빠르게 확인하고 유통을 넓히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LG생활건강도 북미에서 중요한 것은 보유한 브랜드 수나 현지법인의 규모가 아니라 이런 시장 변화에 맞춰 브랜드를 얼마나 빠르게 키워낼 수 있느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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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반도체 호황 '낙수 시차'…온기 돌기 전 '이자 폭탄' 맞은 가계
실질노동소득 증가율 내년 4% '껑충'…IT 성과급 견인, 고용 증가 몫 미미 낙수 효과 더디면 국민 태반 이자 부담만…7월 가계대출 금리 나홀로 상승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반도체 호황이 가계 지갑 사정에 본격 반영될 시점은 올해보다 내년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과 주요 기업 실적은 연달아 신기록을 쓰고 있으나, 직장인 명목임금 상승률은 2분기 오히려 둔화했다. 수출과 기업 실적의 호조가 가계의 실질소득과 소비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차가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호황의 이익이 IT 대기업 성과급 등 일부 계층에 먼저 반영되면서 반도체와 거리가 먼 업종·계층까지 호황의 온기가 확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반면 물가와 금융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 소득이 개선되기 전에 시작됐다. 반도체 호황의 낙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가계는 소득 개선을 충분히 체감하기도 전에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부터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내년 가계 구매력 4% 늘지만…고용 증가 몫 20%도 안 돼 30일 한국은행의 '8월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실질노동소득 증가율은 올해 약 1.2%에서 내년 4.0%로 1년 새 3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시산됐다. 가계 실질노동소득은 취업자 수에 1인당 명목임금을 곱한 뒤 소비자물가로 나눈 값이다. 경기확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플레를 제외하고 가계가 노동을 통해 확보한 구매력 수준을 보여준다. (한은 제공) 한은에 따르면 실질노동소득 증가율이 2.8%포인트(p) 치솟는 동안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완만히 늘어날 것(14만→20만 명)으로 예측됐다. 국가데이터처의 지난해 통계에 대입하면 취업자 수 증가율은 올해 0.5%, 내년 0.7% 수준으로 계산된다. 실질노동소득을 쉽게 표현하면 '일하는 사람 수 × 한 사람이 물가 영향을 빼고 번 돈'이다. 내년 이 지표가 4% 증가할 전망인데, 이 중 일하는 사람 수가 늘어난 효과는 0.7%p이며, 나머지 3.3%p는 한 사람당 실질 임금이 오른 효과에 해당한다. 내년 구매력 증가분 100원 가운데 18원은 고용 증가, 82원이 임금 상승 몫일 것으로 관측된 셈이다. 특히 IT 대기업 직원들의 성과급이 구매력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됐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주요 IT 대기업 실적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특별급여 상승 폭이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면서 반대로 "건설업 등 비 IT 부문의 명목임금 회복은 지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매력 발맞춰 소비 늘까…낙수효과 작을수록 서민 타격 반도체 종사자 등 일부 계층의 구매력 향상이 광범위한 소비 증대로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가 2.1%, 내년 2.3%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큰 폭으로 확대될 구매력 증가세(2.8%p)에 비해, 소비 증가율은 0.2%p 상승에 그친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수출 수혜가 특정 부문에 집중돼 전반적 소비 확대로 이어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혜가 고르지 않게 편중될수록 실제 소비분은 작아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가 금통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8.27 ⓒ 뉴스1 낙수의 시차도 관건이다. 구매력 향상이 경제 전반에 확산하는 속도가 늦춰질 경우, 비제조업과 중기·소상공인 등 반도체와 거리가 먼 계층이 일제히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소득 양극화에 따른 자산 격차뿐 아니라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거나 신규 차입이 제한되는 등 피해가 우려된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기준금리 연속 인상 직후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가계 소비로 파급되는 정도가 아직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 이익이 우선은 법인세 납부를 통해 국가재정 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다음 임직원 성과급, 임금 상승, 설비투자 등 다양한 경로를 거쳐 각기 시차를 두고 파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화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정부의 소득이 먼저 늘고 취약 가계의 현금 흐름은 늦게 좋아진다면 경제 전체 소득이 많이 증가해도 소비 회복은 고소득층과 일부 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며 "금통위가 높은 성장률을 확인하고도 완만한 점도표를 제시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초장부터 금리 인상 속도전…벌써 가계 이자 부담 10조↑ 한은은 반도체 낙수 효과가 명확히 가시화하기 전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뒤 이달 재차 3.00%로 인상했다. 금리 인상기를 개시하고 곧바로 다음 회의에서 백투백(연속) 인상을 단행한 것은 금리 중심 통화정책 체계를 도입한 199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례적인 긴축 초반 속도전은 물가 선제 대응이 목적이었다. 인플레 기대 심리를 초장부터 관리해, 미래에 우려되는 긴축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문제는 반도체 호황의 파급 경로마다 시차와 범위가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반면 통화정책은 업종·소득 등에 따라 금리를 차등해 매기기가 힘들다. 반도체 수혜가 일부 계층에 제한적으로 반영된 가운데, 금리 인상 충격은 빚을 진 국내 부문 전체를 덮는 불균형한 형국이 됐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가계가 부담하는 금리는 실제 기준금리 인상 전부터 올랐다. 7월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4.64%로 한 달 새 0.14%p 상승했다. 같은 기간 0.07%p 하락한 기업대출과 대비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48%로 2년 8개월 만에,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5.97%로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신규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은 12년 5개월 만에 최저(31.9%)로 떨어져, 가계가 과거 긴축기보다 금리 인상에 더 많이 노출될 여지도 생겼다.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은 사상 처음 2000조 원을 넘겼다. 이 중 가계대출은 1891조 3000억 원으로, 단순 계산 시 연속 금리 인상으로 늘어날 가계 이자 부담만 10조 원에 육박한다. 서 연구원은 "금통위의 정책 목적은 경기 위축보다 물가와 금융 불균형의 선제적 억제로 보인다"며 "다음 금리 결정은 성장률보다 소득 증가가 내수·물가로 전파되는 정도가 관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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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자 감당 안되는데 110만원 더 내라뇨”…눈물 쏟는 자영업자, 연체는 ‘불보듯’
한은 기준금리 두달새 0.5%P 상승 자영업자 이자부담도 연 112만원↑ 연체 지표도 늘어…129개월만 최대 한은, 금융중개지원대출금리는 유지 시중의 한 은행점포에 개인대출 창구가 표시되어 있다. [이승환 기자]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 폭과 같이 자영업자 대출금리가 0.50%포인트 상승할 경우 연간 이자 부담은 총 3조6000억원, 1인당 평균 112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은 두 달 연속 인상으로, 누적 인상 폭은 0.50%포인트다. 앞서 한국은행이 박성훈·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연간 이자 부담은 총 1조8000억원 증가한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56만원을 더 내는 셈이다. 대출금리 상승 폭이 0.50%포인트로 커지면 연간 이자 부담 증가액은 총 3조6000억원, 1인당 평균 112만원으로 확대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잔액에 변동금리 대출 비중 65.5%를 적용하고 모든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가 같은 폭으로 오른다고 가정해 이같이 전망했다. 다만 이는 실제 발생한 이자 증가액이 아니다.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올랐다고 해서 모든 자영업자의 대출금리가 즉시 똑같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대출금리는 코픽스나 은행채 금리 등 지표금리와 금융회사의 가산금리·우대금리에 따라 달라진다. 변동금리 대출도 상품별 금리 변경 주기에 맞춰 순차적으로 조정된다. 자영업자 대출의 65.5%가 변동금리인 만큼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로 이어질 경우 상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이미 1100조원에 근접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095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7% 증가했다. 신촌의 한 골목에 임대를 기다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승환 기자] 연체 지표도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박성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은 지난해 말 20조3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22조3000억원으로 2조원 늘었다. 연체율도 1.86%에서 2.04%로 올라 2015년 2분기 말 2.08% 이후 10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체율 상승은 취약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에서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12.79%로 지난해 말 11.95%보다 0.84%포인트 상승했다. 2015년 1분기 말 14.01%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러 금융회사와 상품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는 금리 상승에 더 취약하다.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금리가 0.50%포인트 오르면 연간 이자 부담은 총 2조1000억원, 1인당 평균 13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산출됐다. 전체 자영업자의 평균 증가액인 112만원보다 18만원 많다. 금융통화위원회도 이번 결정 과정에서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을 고려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하반기 경제성장 계획에 취약차주 지원책이 포함돼 있다며 정부와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도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연 1.25%로 유지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국은행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실적 등에 따라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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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신현송 “워시 이제 행동할때...호미 안되면 가래로라도 막아야”
신현송 한은 총재, 잭슨홀서 간담회 “워시 연설 9월 인상 시사한 것”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연례회의에 참석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잭슨홀 데뷔 무대에서 ‘매파’ 본색을 드러냈지만 금리인상 시기를 두고선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연준의 9월 금리인상을 전망했다. 신 총재는 28일(현지시간) 잭슨홀 연례회의가 열린 잭슨레이크롯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워시 의장의 이번 발언은 7월 때와는 차이가 크다”며 “9월 회의 (금리인상)에 대해 상당히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총재는 워시 의장의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 65개월간 목표치를 상회했다, 우리의 목표는 PCE 2%다. 우리는 할일이 있다. 수단은 정책금리다”라는 발언을 금리인상에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평소엔 반기지 않을 메시지인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안도했다”며 “워시 의장의 의도를 헤아려 신뢰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워시 의장 연설에 대해 단기 국채금리는 오르고 장기채 금리는 하락하다가 소폭 상승한 것이 증거라고 했다. 다만 그는 연준의 대응에 대해 “가급적 호미로 막아야 되는데 필요하면 가래로라도 막아야 한다”며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앞서 신 총재는 27일 한은이 기준금리 2연속 인상을 단행한뒤 “호미로 정책을 펴겠다”며 선제적 대응을 강조한바 있다. 신 총재는 “미국은 물가가 3%를 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관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며 “관세는 2차 파급이 없다면 일시적인 충격이기 때문에 당장 대응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러다가 그동안 밀렸던 물가상승 압력이 치고 올라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물가가 65개월간 목표치를 상회했으면 자체적인 (상승) 모멘텀이 붙은 것”이라며 “이제 행동에 옮겨야할 때”라고 금리인상을 강조했다. 워시 ‘조용한 연준’ 이론 제공한 신현송 “K점도표 1년 평가뒤 결정” 특히 신 총재는 워시 의장의 지론인 ‘조용한 연준’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신 총재는 “(워시가) 나와 그에 관해 많은 얘기를 나눴었고 실천에 옮긴 것”이라며 “시장에선 익숙치 않으니까 그동안 당황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워시 의장의 연설문 각주에는 참고문헌이 담겼는데 이중 신 총재가 2002년 발표한 ‘공공 정보의 사회적 가치’ 논문이 포함돼 있다. 신 총재는 “워시 의장은 시장에 익숙했던 포워드가이던스는 안하겠다는 것”이라며 “점도표에 대해서도 굉장히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앙은행이 말을 많이 하면 투명하다고 흔히들 오해한다”며 “말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시장 정보 해석 능력이나 취합 기능이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워시 의장은 연설에서 ‘거울의 방’ 이론을 들어 이를 설명하기도 했다. 신 총재도 “거울의 방처럼 중앙은행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시장 가격이 이를 반영하고 다른 가격도 좌우하면서 시장 전체가 중앙은행의 소통에 사로잡혀 버린다”며 “자체적인 가격 발견 능력이 없어져버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행도 미국식 점도표를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신 총재 취임 이후 재평가 작업을 진행중이다. 신 총재는 “K점도표에 대해선 그렇게 부정적이진 않다”면서도 “2월, 5월, 8월까지 3번 했는데 아직 이르고 1년 후에 평가를 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안정에 “외환시장 중심 잡을것”...“4500억불 대미투자 환율에 부담안돼” 그는 “몇번 하니까 중앙은행에서 하는 마이크로 현상까지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려 한다”며 “바람직하지 않고 워시 의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령 점도표에서 누구 점인지 보물찾기 하는 현상이나 의결문 단어 하나하나를 뜯어서 해석하는 것들”이라며 “우리가 시장에 전달하고자 하는 큰 그림을 봐달라고 당부를 하는 것도 그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최근 달러당 원화값이 급락했지만 향후 추세에 대해선 여전히 엇갈린 전망이 많다. 신 총재는 “한국에선 외환위기 트라우마 때문인지 환율이 단순한 교역조건을 위한 가격이 아니고 전체 금융과 통화제도의 신뢰를 나타내는 상징”이라며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중심을 잡는 역할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50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가 원화값 재급락의 ‘트리거’가 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의를 한 것이라 환율에 부담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 총재는 “금리로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한은의 금융안정 책무에서 물가 다음으로 중요한게 부동산”이라고 말했다. 주택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급증으로 금융안정이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다. 그러면서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물가와 달리 호미로 못막으면 가래로도 못막는다”고 강조했다. 잭슨홀(미국)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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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답 대신 원칙”…워시가 잭슨홀서 그린 ‘새 연준’
2% 물가목표·정책금리 역할 명확히…“할일 있다” 포워드 가이던스 대신 데이터·시장 신호 중시 9월 인상 확률 57%로↑…고용·물가가 분수령 파월 소통방식서 전환…매 회의 불확실성 커질 듯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취임 후 첫 잭슨홀 연설에서 자신이 이끌 ‘새 연준’의 윤곽을 드러냈다. 향후 금리 경로를 미리 알려주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는 줄이는 대신 2% 물가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금리의 역할은 명확히 했다. 시장에 정답을 미리 알려주기보다 경제지표와 금융시장 신호를 토대로 그때그때 정책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시장의 관심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여부에 쏠렸지만 워시 의장이 던진 메시지는 그보다 장기적이다. 제롬 파월 전 의장 시절 익숙해진 연준의 소통 방식에서 벗어나 중앙은행과 금융시장 간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구상을 구체화했기 때문이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포워드 가이던스, 수명 다했다” 워시 의장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정상적인 시기에 포워드 가이던스의 역할은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도입한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서는 “환영받을 수 있는 기간을 넘어섰다(overstayed its welcome)”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이 미래의 정책 결정을 지나치게 공유하면 시장과 기업, 가계를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금리에 대한 사실상의 약속이 정책 결정자 스스로 향후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여지도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워시는 연준이 시장 참가자들의 ‘다음 거래’를 결정해주는 체제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경제 정보를 자체적으로 분석해 성장과 고용, 물가에 대한 전망을 형성하고, 연준은 그렇게 형성된 국채금리와 환율, 신용여건, 원자재 가격 등의 시장 신호를 정책 판단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신호가 시장가격을 결정하고 중앙은행이 다시 그 가격을 보면서 정책을 결정하는 이른바 ‘거울의 방(hall-of-mirrors)’ 문제도 경계했다. 워시는 “시장이 연준의 가이던스에 크게 의존하고 연준이 시장가격에 의존한다면 새로운 상황을 보지 못하고 정책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금리 경로 감췄지만 ‘반응함수’는 명확히 그렇다고 워시 의장이 통화정책의 방향까지 모호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연설에서는 지난 7월 FOMC 기자회견보다 물가에 대한 판단과 정책 반응함수(경제 상황에 따라 중앙은행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보여주는 원칙)를 훨씬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워시는 연준의 물가안정 목표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기준 2%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이를 “확고하고 고정된 목표(firm, fixed target)”라고 규정했다. 또 연준의 양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주된 정책수단은 단기 정책금리라고 명시했다. 현재 경제에 대한 판단에서도 물가에 무게를 실었다. 워시는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부합하는 반면 PCE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7%, 최근 6개월 기준 연율 4.1%로 목표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연준의 주된 초점은 물가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를 향해 명확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회의의 금리 결정을 예고하지는 않았다. 워시는 연설을 마치면서 “나는 오늘 하나의 결정이 아니라 원칙에 전념하고 있다(I stand here today committed to a discipline, not to a decision)”고 선을 그었다. 결국 ‘9월에 금리를 올리겠다’는 식의 경로는 제시하지 않되 어떤 상황에서 연준이 움직일 것인지는 보다 명확하게 보여준 셈이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AFP) 9월 인상 확률 35%→57%…데이터 중요성 더 커져 금융시장은 워시의 메시지를 매파적으로 받아들였다. 연설 이후 금리선물시장이 반영한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전날 35% 수준에서 57% 안팎으로 뛰었다. 정책금리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11.8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상승한 4.348%를 기록했다. 그러나 워시가 9월 인상을 사실상 예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7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한 이유에 대해 공급망과 투자 흐름, 지정학적 상황 등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미리 정해진 금리 경로보다는 그때그때 들어오는 정보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9월 FOMC까지 발표될 고용과 물가 지표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부합하는 흐름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경우 금리인상의 명분은 강해질 수 있다. 반대로 고용이 빠르게 둔화하거나 물가가 예상보다 뚜렷하게 진정된다면 동결 가능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워시가 연준의 가이던스를 줄일수록 개별 경제지표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과거처럼 연준이 몇 달 앞의 금리 방향을 어느 정도 제시하지 않는다면 시장 참가자들은 새로 발표되는 데이터 하나하나를 통해 연준의 다음 결정을 다시 추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워시가 원하는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워시는 자신이 지향하는 연준을 “더 조용하지만 소통에는 더 목적의식이 있는 연준(a quieter Fed, more purposeful in its communications)”이라고 표현했다. 연준이 말을 많이 하는 것으로 신뢰를 얻는 게 아니라 물가안정이라는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잭슨홀 연설은 워시가 특정 금리 경로보다 정책 원칙을 앞세우겠다는 선언에 가깝다고 해석된다. 시장이 앞으로 읽어야 할 것은 연준 의장의 다음 금리 힌트가 아니라 물가와 고용, 금융시장 신호가 워시의 정책 판단을 어느 방향으로 이끄느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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