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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압구정 재건축 '속도전'…2구역 앞서고 3·4구역 추격
압구정 2~5구역 재건축 추진 현황/그래픽=윤선정 총공사비가 12조원에 육박하는 서울 압구정 2~5구역 재건축 사업이 인허가 속도 경쟁에 돌입했다. 2구역이 통합심의를 조건부 통과하며 선두로 나선 가운데 3구역은 통합심의를 접수하고 4구역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구역별 후속 절차에 속도가 붙고 있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31일 서울시에 정비사업 통합심의를 접수했다. 지난 5월25일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지 3개월여 만이다. 통합심의는 건축·교통·환경·경관 등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심의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절차다. 압구정3구역은 현대아파트 1~7차와 10·13·14차, 대림빌라트 등 기존 3934가구를 최고 65층, 5175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가 5조5610억원에 달한다. 압구정 재건축 구역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같은 날 압구정4구역은 삼성물산과 2조1154억원 규모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5월23일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한 지 100일 만이다. 조합과 삼성물산은 20여 차례 협의를 거쳐 계약 조건을 확정했고 지난달 27일 열린 대의원회에서 계약안이 85%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4구역은 현대8차와 한양3·4·6차를 최고 67층, 8개 동, 1662가구 규모로 재건축한다. 조합은 도급계약 협상에 장기간 매달리기보다 인허가와 이주·멸실을 앞당기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오는 11월 통합심의를 접수해 내년 2월 심의를 통과하고 내년 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거쳐 2028년 상반기까지 이주를 마친다는 목표다. 압구정 재건축이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높은 사업성과 행정 지원이 있다. 압구정은 한강변을 대표하는 최상위 입지인 데다 대형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사업 추진 기반이 마련됐다. 사업시행인가 등 후속 절차를 담당하는 강남구도 신속한 행정 지원 방침을 밝혔다. 김현기 강남구청장은 지난 7월 2~5구역 조합장들과 만나 구역별 현안과 건의사항을 듣고 서울시·관계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을 신속하게 조율하기로 했다. 현재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2구역이다. 현대9·11·12차로 구성된 2구역은 지난해 9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올해 3월 2조7489억원 규모의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7월에는 압구정 2~5구역 가운데 처음으로 통합심의를 조건부 통과하고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비롯한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최고 66층, 2381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지난 5월30일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5구역은 도급계약 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한양1·2차를 최고 68층, 8개 동, 1397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는 1조4960억원이다. 압구정 재건축은 총 6개 구역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사업이 본격화한 2~5구역은 모두 시공사를 선정했으며 공사비 합계는 11조9213억원이다. 현대건설이 2·3·5구역을, 삼성물산이 4구역을 각각 맡는다. 1·6구역은 조합 설립 등 재건축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시장에서는 사업 추진 여건이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정비업계 한 전문가는 "압구정은 상징성과 사업성이 모두 최상위인 데다 사업시행인가권자인 강남구청장도 사업 추진에 협조적"이라며 "현재 진행 상황을 고려하면 2·4·3·5구역 순으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구역의 이주 시기가 맞물릴 경우 대규모 이주 수요를 압구정과 인근 주택시장이 감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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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2023년엔 ‘경기’ 올해는 ‘전쟁’…더 복잡해진 금리 변수
美국채 10년물 금리 5% 턱밑 ‘적신호’ 2023년과 같은 빠른 안정 어려울 듯 만기조절만으론 국채 수급 해소 한계 경쟁적 AI투자 수요에 국채금리 압박 이란戰에 유가 상승…물가 불안 자극 미국 등 주요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수십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모니터를 보며 거래 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에 육박하면서 2023년 금리 급등 시기가 거론되고 있다. 2023년에도 장기금리는 약 5%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빠르게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투자업계는 지금 상황이 2023년과는 다르다고 분석한다. 당시와 달리 지금은 국채 공급 부담과 견조한 투자 경기, 지정학적 불안이 동시에 금리에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어서다. 특히 중동 전쟁이 국제유가를 직접 끌어올리면서 물가와 통화정책 불안까지 자극하고 있다는 게 큰 차이로 꼽힌다. 2일(현지시간) 미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장중 4.821%까지 올라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일부 상승 폭을 반납했지만 여전히 4.78%를 나타내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에 이미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23년에 버금가는 금리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8%를 넘긴 미국 10년물 금리는 이제 5%를 테스트할 전망”이라며 “10년물 5%는 연준이 기준금리 상단을 5.5%까지 올린 2023년에 기록한 레벨”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의 금리 급등도 출발점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미국에서는 부채한도 합의 이후 국채 발행이 재개됐고, 재무부가 시장 예상보다 큰 차입 계획을 내놓으면서 재정 우려가 빠르게 커졌다. 여기에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이표채 발행 확대까지 겹치면서 장기 국채 공급 부담이 부각됐다. 강한 경기 역시 금리를 밀어 올렸다. 고용과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탄탄하게 나오자 연준이 기준금리를 크게 올렸는데도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소비 호조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 데 이어 실제 고용지표가 약해지면서 경기 과열 우려가 빠르게 식었다. 결정적으로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발행 확대 폭을 시장 예상보다 낮추고 단기채 비중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장기물 수급 부담도 완화됐다. 여기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비교적 완화적인 신호를 보내자 미국 10년물 금리는 한 달 사이 약 60bp(1bp=0.01%포인트) 떨어졌다. 문제는 이번에도 당시와 같은 방식으로 금리를 눌러둘 수 있느냐는 데에 있다. 시장에선 크게 ▷국채 수급 ▷경기 중심축 ▷전쟁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국채 수급부터 다르다. 이미 재무부는 장기채 바이백 등을 통해 장기물 공급 부담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장기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건 시장이 만기별 발행 비중보다 전체 국채 발행 규모 자체를 더 걱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란 전쟁 비용 등으로 향후 국채 발행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회사채 발행까지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2023년에는 장기물 발행을 줄이고 단기물을 늘리는 방식으로 시장을 안심시켰다. 지금은 이런 만기 조절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의 전체 공급 부담을 시장이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빚, 그 자체가 채권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셈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관세 환급과 이란 전쟁 비용 등으로 국채의 발행 규모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만기별 발행 물량 조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국채 발행 물량 부담을 시장이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의 중심축이 달라진 것도 중요한 차이다. 2023년에는 소비가 경기 호조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었다. 고금리가 소비를 약화시키면 경기 둔화 기대와 함께 금리도 자연스럽게 내려갈 수 있었다. 지금은 투자, 특히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투자가 성장 중심에 있다. 7월 미국 데이터센터 건설지출은 전월 대비 6.23% 늘었고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5.5% 급증했다. AI 투자 경쟁은 일반 소비보다 금리에 덜 민감하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빅테크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졌다고 해서 투자를 곧바로 멈추기 어렵다. 이런 구조라면 향후 발표될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하지 않는 한 경기 우려가 금리를 빠르게 끌어내리긴 쉽지 않다. 특히, 전쟁이 큰 변수이다. 전쟁이 유가를 직접 건드리고 있다. 2023년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있었지만 당시엔 국제유가가 불안한 상황은 아녔다. 지금은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재개되면서 WTI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고,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기대도 약해지고 있다. 국채 공급 부담이 더 크고, AI 투자를 중심으로 경기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으며, 전쟁이 유가를 통해 물가까지 자극하고 있어서다. 세 요인이 동시에 금리의 하방을 막고 있는 셈이다. 증시에는 분명 부담이다. 특히 미국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서도 추가 상승할 경우 성장주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고, 재정 불안과 긴축 우려가 겹치면서 주가 조정 압력이 더 확대된다. 다만 금리 상승이 곧 증시의 추세 하락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은 훼손된 부분이 없고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설 경우 미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나타나면서 상승세가 조절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상준 연구원은 “5% 상회 시 미 정부의 즉각적 개입이 나타날 수 있고,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 여건도 훼손된 부분이 없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주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미국 정부의 개입, 경제지표 확인 등을 통한 금리 안정과 반도체 중심의 강한 펀더멘털 등을 바탕으로 코스피 지수도 재차 상승 동력을 키울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홍태화 기자
김건희트럼프미국지방선거AI -
경제LH 부채 2030년 373조 '폭증'…공공주택 공급에 경고등
연 10만가구 착공…전체 공공기관 부채 증가분 80% '빌라외면' 매입임대 공실 8000가구…수도권도 48%↑ 건설형 공공주택 18만가구 확대…입지·수요 맞춤 시급 정부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전담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2028년부터 해마다 10만가구이상 착공에 나설 경우 2030년 LH 부채는 373조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기존 매입임대주택 장기공실은 2021년이후 최대규모로 늘었다. 막대한 재무위험을 감수하며 추진한 정책임 만큼 단순 물량달성을 넘어 수요와 입지를 고려한 공급효율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1-2 한국토지주택공사(LH) 유휴부지 전경. LH는 이곳에 공공임대주택 약 300가구를 공급하려다 사업을 중단한 뒤 4024억원대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사진=LH]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H는 올해 5만가구를 시작으로 내년 7만6000가구를 착공한 뒤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10만가구이상 착공할 계획이다. 연간 발주 규모 역시 올해 14조9000억원에서 내년 25조7000억원으로 늘리고 2028년부터는 매년 30조원 안팎으로 확대된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8·13주택신속공급방안'에 따라 공공 주도 주택공급을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LH 역할도 커졌다. 정부는 수도권 신규택지 10만가구를 포함해 건설형 공공주택 착공물량을 기존 계획보다 18만가구 확대하기로 확정했다. LH는 공공택지와 도심권, 신축매입 등을 활용해 2030년까지 연평균 12만가구 수준 주택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규모 자금투입이 불가피해지면서 LH 재무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6~2030년 공공기관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보면 LH 부채는 올해 197조5000억원에서 2030년 372조8000억원으로 175조3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기간 부채비율은 250.6%에서 351.2%로 100.6%포인트(p) 상승한다. LH 부채 증가 규모는 전체 공공기관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중장기재무관리계획 대상 37개 공공기관 부채는 올해 778조3000억원에서 2030년 997조4000억원으로 219조1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LH 증가분이 약 80%를 차지한다. 반면 LH를 제외한 나머지 36개 기관 부채비율은 같은기간 196.8%에서 176.2%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LH 재무부담 확대 배경으로 신규주택 착공물량 증가와 신·구축 매입임대사업 확대를 꼽았다. 주택공급을 위해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다 임대주택은 투자금 회수까지 오랜시간이 걸려 재무부담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김민지 기자]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공급을 대폭 늘리는 만큼 실제 주택수요와 입지를 고려한 효율적 공급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기존 매입임대주택에서 장기간 입주자를 찾지 못한 물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까닭이다.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은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LH 매입임대주택 20만3247가구 중 6개월 이상 비어 있는 장기공실은 8279가구로 집계됐다. 공가율은 4.1%로 장기공실 물량은 통계가 확인되는 2021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21년말 4283가구이던 장기공실은 지난해 말 6186가구로 늘어난 뒤 올해 6월 8279가구까지 치솟았다. 수도권에서도 장기공실 증가세가 뚜렷하다. 서울·경기·인천 6개월이상 장기공실은 지난해말 1996가구에서 올해 6월 2949가구로 반년만에 47.7% 늘었다. 같은기간 수도권 매입임대주택 재고 증가율이 5.1%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공실 증가속도가 훨씬 가파르다. 비수도권에서는 충남과 세종 공가율이 각각 21%, 23%로 20%를 웃돌았다. 5가구중 1가구이상이 6개월 넘게 비어 있다는 의미다. 매입임대 공실이 발생하는 배경으로는 지역별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꼽힌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7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LH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보유한 서울 매입임대주택은 강남구보다 금천·강동·구로구 등에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했다. 매입임대주택 상당수가 아파트보다 선호도가 낮은 다세대·다가구주택이라는 점도 공실 발생 요인이다. 다만 전국 공가율 4.1% 자체를 공급실패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기존 입주자가 퇴거후 주택정비와 새 입주자모집까지 시간이 필요한데다 일부 장기공실에는 이주자 공급을 위해 의도적으로 비워둔 물량도 포함돼 서다. 정부의 공급확대 방침에 따라 앞으로 LH가 떠안아야 할 공급물량과 재무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주택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공급확대는 필요한 상황이지만 2030년 부채가 37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순히 공급량을 채우는 수준을 넘어 실제 수요가 있는 지역과 주택을 선별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매입물량을 다소 줄이더라도 수요자들이 입주를 희망하는 주택을 집중 매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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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의 롯데⑤·完] 케미칼이 울린 경고음…롯데, ‘돈 쓸 곳’ 다시 고른다
석화 부진에 월드타워 담보까지…그룹 재무 부담 수면 위 롯데그룹이 최근 AI 물류, 글로벌 사업 확대, 자산 효율화 등 ‘미래 성장’과 ‘체질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여전히 롯데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삼성, SK, LG, 현대차 등이 AI 혁신 기업으로 치열한 전환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시장 참여자들은 롯데에게선 그러한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롯데의 주요 계열사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대규모 투자와 자산 매각, 차입 부담, 적자 사업 등이 동시에 나타난다. 전년과 대비해 두드러진 성과는 아직 없다. 롯데가 현재 무엇을 줄이고 어디에 돈을 넣고 있는지, 그 선택이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주요 계열사별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사진=롯데백화점]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롯데그룹이 자산을 팔고 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에는 다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롯데케미칼의 재무 부담이 그룹 전반의 위기감으로 번진 이후 저수익 사업은 재편하고 비핵심 자산은 줄이는 한편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사업에는 자본을 다시 배치하는 모습이다. 한때 그룹의 캐시카우였던 롯데케미칼의 부진은 롯데가 재무건전성을 주요 경영 화두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실적이 악화됐고, 2024년에는 일부 회사채의 재무특약을 충족하지 못해 약 2조원 규모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롯데가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해 은행권 지급보증을 받는 신용보강책까지 꺼내 들면서 롯데케미칼의 문제가 그룹 전체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번졌다. ◆케미칼이 울린 경고음…대산 떼내고 차입 1.6조 이관= 2년여가 지난 현재 롯데케미칼은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단계에 들어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산 석유화학 사업 재편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6월 대산공장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롯데대산석화를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대산사업 관련 자산 약 2조2147억원과 부채 약 2조1077억원을 신설법인으로 넘겼다. 이관된 차입금만 1조6212억원에 달한다. 대산공장을 생산자산뿐 아니라 관련 금융부채와 함께 분리하면서 롯데케미칼 본체의 재무 부담을 낮춘 셈이다. 이후 롯데대산석화는 지난 1일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해 ‘H&L어드밴스드’로 새롭게 출범했다. 석유화학 업계와 정부가 추진해 온 사업재편이 기업 간 통합으로 이어진 첫 사례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역시 지난 7월 사업재편계획 승인 이후 관계사들과 통합 운영체계 구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사업 재편이 곧바로 수익성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롯데대산석화는 출범 후 지난 6월 말까지 한 달간 매출 3908억원을 올렸지만 76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롯데케미칼 역시 통합법인에 대한 추가 출자와 자금보충 부담을 안게 되는 만큼 석유화학 사업의 체질 개선은 아직 진행형이다. ◆팔 건 팔고, 쓸 곳엔 쓴다…롯데가 다시 짜는 ‘돈의 순서’= 롯데케미칼에서 시작된 사업 재편의 흐름은 그룹 계열사 곳곳에서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롯데가 올해 비주력 사업 지분과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해 진행한 거래 규모만 1조7300억원을 넘어섰다. 롯데렌탈 지분 매각을 비롯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롯데에코월 지분 매각, 롯데쇼핑·롯데웰푸드의 분당물류센터와 롯데마트 킨텍스점, 롯데네슬레코리아 청주공장 및 부지 매각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는 이를 비주력 사업과 자산 효율화를 통한 ‘포트폴리오 리스트럭처링’의 일환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룹이 모든 사업에서 일률적으로 투자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저수익·비주력 사업과 자산에서는 자금을 회수하는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사업에는 다시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국내 사업이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온라인 그로서리를 미래 경쟁력으로 낙점하고 오카도 기반 사업에 총 9500억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가동을 시작한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에만 약 2000억원을 투입했다. 다만 부산센터의 손익분기점(BEP) 도달까지 5~6년이 예상되는 만큼 투자 속도는 성과와 연동한다. 롯데마트는 부산센터 운영 성과를 후속 CFC의 투자 시기와 운영 방향을 검토하는 주요 기준으로 삼고 전국 6개 CFC의 구체적인 구축 순서와 시기는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식품에서는 자본의 이동 방향이 해외를 향한다. 롯데웰푸드는 분당물류센터를 매각하는 등 국내 자산 효율화를 추진하는 한편 인도를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은 57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 늘었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롯데웰푸드와 일본롯데제과의 싱가포르 합작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해외 식품사업은 차세대 경영의 시험대라는 의미도 더해졌다. 호텔롯데 역시 자산 매각과 투자 사이에 서 있다. 롯데렌탈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호텔롯데에는 8170억원의 현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롯데는 주주총회 등 후속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 내 거래를 종결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유입 자금을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재무건전성 개선 및 사업 경쟁력 강화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거점 리뉴얼과 프리미엄 브랜드 운영 역량 강화에도 재원을 배분해 호텔사업의 수익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뉴욕 롯데뉴욕팰리스 토지 매입에 약 7200억원이 필요한 데다 국내 호텔 리뉴얼과 계열사 지원 등 자금 소요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자산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 가운데 얼마를 차입 부담 완화에 투입하고 얼마를 미래 투자에 배분하느냐에 따라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 폭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롯데지주는 5월27일 기업설명회를 개최하고 그룹 1분기 실적 및 포트폴리오 고도화 전략, 신사업 진행 경과 등을 공유했다. 최영준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왼쪽)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롯데가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방향 역시 이와 맞닿아 있다. 그룹은 남은 하반기에도 비주력 사업과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의 상반기 실적 개선과 함께 이번 롯데렌탈 매각 승인으로 그룹의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남은 하반기에도 비주력사업 및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롯데의 움직임은 비용과 투자를 일률적으로 줄이는 ‘허리띠 졸라매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케미칼에서는 대규모 사업 재편을 통해 재무 부담을 덜어내고 호텔·식품에서는 자산을 매각하는 동시에 마트의 온라인 전환과 식품의 해외 확장 등 미래 사업에는 다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롯데케미칼의 사업 재편이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돼야 하고 롯데마트의 9500억원 투자는 장기간에 걸쳐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호텔롯데 역시 본업 회복과 자산 매각을 실질적인 차입 부담 완화와 수익구조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롯데가 풀어야 할 과제는 결국 무엇을 얼마나 파느냐보다 확보한 자본을 어디에서 빼고 어디에 다시 투입할지를 정하는 데 있다.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성장 투자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 다시 짜고 있는 ‘돈의 순서’가 실제 현금창출력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그룹 체질 개선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박경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한국중소기업학회장)는 “현금흐름과 성장성이 모두 좋은 신규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사업을 찾기는 쉽지 않아 장기 투자에 따른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가능한 한 기존에 경쟁력을 갖춘 화학 사업과 관련성이 높은 AI 소재 분야나 유통 등 기존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한국경영학회 차기 회장)은 “결국 기존 사업구조에서 새로운 사업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자본의 재배치’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원장은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으로 옮겨간 뒤 얼마나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하느냐”라며 “앞으로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영업현금흐름과 현금창출능력, EBITDA 등이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봐야 한다. 결국 이런 수익성 지표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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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법무부·성평등부, 내년 상반기 세종 이전...공공기관 109개 감축
유사·중복기능 일원화, 자회사·소규모기관 손질 LH 개발·주거복지 분리·석탄공사는 폐지 수순 통폐합 직원 고용승계 보장…처우 저하도 방지 행정기관 법무부·성평등부 세종 이전 관련 법 개정 [헤럴드경제=양영경·배문숙 기자] 정부가 2027년 상반기부터 법무부, 성평등가족부 등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의 세종 이전을 추진한다. 또 전략적 구조개혁 등을 통해 109개 공공기관을 감축키로 했다. 전략적 구조개혁으로 15개, 유사·중복기능 일원화로 11개, 자회사·소규모기관 통합으로 83개를 줄이는 대대적인 구조개편이다. 발전 5사는 하나의 발전공기업으로 합치고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도 통합한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를 합치는 한편 대한석탄공사는 폐지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한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뉴시스] 한성숙 국무총리는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개를 대상으로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 하에 올 4분기 중 이전계획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이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구조개혁, 유사·중복 기능의 일원화, 소규모 기관 통합 등을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109개 공공기관을 감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2027년 상반기부터 법무부, 성평등부 등 규모나 이전 효과가 큰 기관을 우선으로 순차적 이전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행안부는 해당 기관들을 이전 제외기관에서 삭제하는 내용의 ‘행복도시법’ 개정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청(공소청·중수청), 경찰청 등 별도의 청사가 필요한 기관은 청사 신축 이후 이전을 추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 등을 대상으로 기관별 기능과 성격, 기관 간 업무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세종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현행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기관으로 규정된 법무부와 성평등부 등의 세종 이전을 위해 이들 기관을 이전 제외기관에서 삭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한다.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방법·시기는 행복도시법에 따라 관계 중앙행정기관 협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을 변경·고시해 확정한다. 정부는 관련 절차를 거쳐 2027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와 성평등부 등 규모가 크거나 이전 효과가 큰 기관을 우선으로 순차적인 이전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검찰청(공소청·중수청)과 경찰청 등 별도의 청사가 필요한 기관은 청사를 신축한 뒤 이전하기로 했다. 모든 기관을 일률적으로 같은 시기에 이전하는 대신 기관별 업무 여건과 준비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전 과정에서 민원과 인허가, 정책 집행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업무가 중단되거나 지연되지 않도록 기관별 업무 연속성 확보 방안도 마련한다. 이전 직원과 가족의 세종 정착을 위해 주거·교육·보육·교통 등 정주 여건을 점검하고, 이전 기관이 조기에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도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중앙행정기관 이전에 필요한 예산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고 행복도시법 개정 등을 위해 국회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행안부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해 기관별 이전계획과 청사 확보 상황, 업무 연속성 확보, 직원·가족 정착 지원 등을 점검한다. 또 정부는 3일 제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심의·의결을 거쳐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의 핵심은 국가 인프라 분야다.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 5사를 가칭 ‘한국발전’이라는 단일 법인으로 합친다. 발전사별로 분산된 연구개발과 재생에너지 투자를 한데 모아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연료·정비자재 공동구매와 중복인력 효율화를 추진한다. 통합 법인에는 재생에너지본부와 정의로운전환본부를 두고 지역에는 3~4개 재생에너지본부를 설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는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한다. 정책·기획 기능을 일원화하되 기존 항만공사는 산하 4개 지역지사로 개편해 지역별 특화사업을 맡긴다. 항만공사 간 과당경쟁을 줄이고 해외거점 공동 조성 등을 추진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로 합친다. 석유공사의 석유비축과 제한적인 석유 탐사·개발 기능은 통합 공사로 넘기고 알뜰주유소 등 유통구조 개선 기능은 석유관리원으로 이관한다. 모든 광업소가 폐광되면서 존치 필요성이 사라진 대한석탄공사는 폐지한다. LH는 택지개발·주택건설을 담당하는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거복지·자산비축을 맡는 가칭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분리한다. 주택도시개발공사의 개발이익이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운영 구조도 설계한다. 구체적인 조직별 기능 개편안은 국토교통부가 별도의 ‘LH 개혁방안’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공항 분야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를 당장 합치지 않는다. 지방공항 활성화 대책을 먼저 추진한 뒤 진행 상황을 점검해 통합 여부를 재검토한다. 대신 한국공항보안과 인천국제공항보안을 가칭 ‘항공보안공단’으로 통합하는 등 공항 자회사를 재편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축산환경관리원도 가칭 ‘한국축산진흥공사’로 합친다. 유사·중복 기능을 수행하는 중·대규모 기관을 합쳐 11개를 줄이고 자회사와 소규모 기관도 대거 정비한다. 전체 109개 감축 가운데 83개가 자회사·소규모기관 통합을 통해 이뤄진다. 모회사와 유사·연관 업무를 수행하는 자회사는 모회사가 흡수·통합하고 비슷한 업무를 하는 자회사끼리는 수평 통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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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발전 5사 하나로, 석유·가스공사도 통합…에너지 공기업 대수술
발전 5사 한국발전(가칭)으로 단일화 한국석탄공사는 폐지 에너지 통합전략, 국제 협상력 제고 기대 전력시장 경쟁 약화 등은 우려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국동서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부발전, 남동발전 등 한국전력 산하 5곳의 발전사가 한국발전(가칭)으로 단일법인화된다. 한국석유공사와 가스공사가 에너지자원공사(가칭)으로 합쳐지고, 한국석탄공사는 폐지한다. 기관별로 분산된 투자와 연구개발(R&D), 연료·정비자재 구매 등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에너지 안보와 재생에너지 전환 대응 역량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발전사 통합이 전력시장 경쟁을 약화시키고, 부실이 누적된 석유공사를 가스공사가 떠안으면서 가스공사의 재무건전성까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동서발전, 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등 발전 5곳이 한국발전으로 단일화된다. 이들은 2001년 4월 전력사업에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 발전부문을 5곳으로 분할돼 설비 건설·운영, 연료 수급, 재생·연구개발(R&D) 등 사업을 각각 추진해왔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안보 강화, 메가프로젝트 안정적 전력공급 등을 위해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조기 달성 등 에너지전환 가속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 발전사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 확보, 전략적 역량결집 등을 위해 단일법인으로 통합키로 했다고 재경부는 설명했다, 특히 해외사업 과정에서의 협상력·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발전부문 거버넌스 재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번 발전사 통폐합으로 에너지 안보 및 공급망 재편 대응을 위해 에너지·항만 등 국가 인프라 관련 공공기관 관리체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발전 5곳을 하나로 통합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 정의로운 전환 등 선도적 추진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인적·물적 역량을 결집하여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 및 탄소중립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발전 5곳은 해마다 500억원 내외의 연구개발비와 2000억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건설사업을 발전사별 분산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통폐합할 경우, 통합재무구조로 투자여력 확보, 연료·정비자재 공동구매, 중복인력의 효율화로 수익성 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발전 5곳의 단일법인화할 경우 본부에는 재생에너지본부(해상풍력 등 대형프로젝트), 정의로운전환본부(석탄발전폐지)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지역본부에는 지역 재생에너지본부(태양광, 육상풍력 등) 3~4개 설치한다. 또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가 통합돼 에너지 안보 체계 구축와 국가 에너지 수급 최적화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 공급망 위기 대응과 국가 차원의 통합적 에너지(석유·가스)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합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산유국과 글로벌 에너지 기업 대상 국제 협상력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국 사례와 같이 석유-천연가스 통합 관리를 통해 해외광구 입찰·협상 시 유리한 위치 선점 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통합안은 석유공사의 석유비축 및 제한된 석유 탐사개발 기능은 통합 공사로 이관하고 알뜰주유소 등 유통 구조개선 기능은 석유관리원으로 이관된다. 그러나 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통합은 역대 정부에서 여러 번 추진됐지만 석유공사의 고질적인 재무건전성 문제와 업계 반발 등으로 매번 무산됐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통폐합 아이디어가 처음 수면 위로 올라온 건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이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가 외국계 컨설팅회사까지 고용해 통합안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때도 2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다시 한번 통합을 추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부채만 20조원에 달하는 석유공사의 재무구조였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가스공사는 양사 통합이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석유공사는 가스공사로 통합되면 석유 비축 업무가 홀대받을 수 있다는 점을 반대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정부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합병 과정에서 상장사인 가스공사의 주주 반발을 완화하는 구조를 설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석유공사의 자본총계는 -1조87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총차입금만 16조1028억원에 달한다. 2024년부터 비로소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가스공사가 이런 부실기업을 그대로 떠안으면 가스공사 재무구조까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석탄공사는 모든 광업소를 폐광해 기능이 종료된 석탄공사의 적기 청산으로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에 맞는 기능으로 정비된다. 1989년 시행된 석탄합리화정책 이후 석탄 감산과 최고가격제 등 정부 정책으로 원가미만의 판매가 지속돼 2025년 6월 삼척 도계광업소를 마지막으로 모든 광업소 폐광된다. 석탄 수요 감소와 함께 지속적인 적자 발생으로 2025년 부채액이 2조5900억원에 달했다. 별도 영업활동(소송·차환 등 잔여업무 외) 없이 연간 약 75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이 발생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제기돼 왔다. 관계부처 간 협의 등을 통해 석탄공사 부채 청산 재원을 마련 후 대한석탄공사법 등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조속한 청산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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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독] ‘단일종목 레버리지’ 세칙 개정 결재한 금감원장, 이해충돌 논란
아들이 미래에셋자산운용 재직 직무회피 신청하고도 직접결재 이찬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아들이 재직 중인 미래에셋자산운용 등과 관련해 직무 회피를 신청해 놓고도, 이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위한 시행세칙 개정은 직접 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4월 22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금융투자업 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에 직접 서명하며 결재를 완료했다. 이 시행세칙은 레버리지 ETF 대상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로 특정하는 등 세부적인 기초자산 종목 기준과 상품 유형을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이 세칙 개정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한 특정 대형 자산운용사들에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길을 열어줘 사실상의 ‘인허가’나 ‘승인’과 다름없는 효과를 낸다는 말이 나온다. 이 원장도 당초 이러한 이해충돌 논란을 우려, 취임 직후 총 14개 기관 및 법인에 대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상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고 직무 회피를 신청한 바 있다. 이 14개 목록에 이 원장의 아들이 근무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관련한 핵심 감독 업무에서 배제돼 결재권을 행사하지 않다가, 이번 금투업 규정 시행세칙만은 직접 결재한 것이다. 금감원은 이 원장이 결재를 진행한 데 대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제정 및 개정 업무는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이해충돌법상 직무 회피 예외가 적용되는 것은 상위 규정인 ‘법률’과 ‘대통령령’”이라며 “하위 규정의 제·개정안에 대해선 신고 및 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권익위는 “공직자의 가족이 해당 기업의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신동욱 의원은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 원장의 아들이 근무하는 금융투자회사의 레버리지 ETF 출시를 금감원장이 직접 결재한 것”이라며 “권익위도 아들 재직 회사의 관련 규정 결재는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향후 국정감사 등에서 강도 높게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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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1월 이어 ‘2단계 반도체 관세’ … 국가별 세율·쿼터 설정도 거론
■ 러트닉 ‘표적 관세’ 예고 완제품으로 대상 확대 주목 삼전닉스 美 투자 영향 우려 2일 주요 20개국(G20) 혁신장관회의에 참석한 하워드 러트닉(오른쪽 두 번째) 미 상무장관, 젠슨 황(〃 세 번째) 엔비디아 CEO, 김정관(〃 다섯 번째) 산업통상부 장관 등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박준희 기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 1월에 이어 반도체가 포함된 완제품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미국 투자와 연계하는 방안이 핵심으로 꼽히는 2단계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국가별 관세율과 쿼터를 설정하는 방안도 거론돼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거나 약속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러트닉 장관은 2일(현지시간)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반도체 관세에 대해 미국에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지 않을 경우 ‘고강도’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업 투자와 관세를 연계하는 구조라는 보도에 대해 “정확히 맞다”고도 했다. 앞서 폴리티코는 부과 대상에 반도체 자체뿐 아니라 노트북, 게임 콘솔, 데이터센터 서버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여러 완제품을 포함하는 한편 국가별 관세율과 쿼터를 설정하고 주요 반도체 제조사를 대상으로 국가별 지침을 적용하는 방식 등이 아이디어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 같은 정책이 이미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확보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들어왔을 때 미국의 (전 세계) 반도체 생산 비중은 2%도 되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40%를 향해 가고 있고 인텔이 성공한다면 우리가 떠날 때는 50%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점을 두고 이번 발언이 한국 등 글로벌 반도체 주도국에 대한 대미 투자 압박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한국 정부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관해 당장 논의되고 있는 에너지 분야에서의 1호 프로젝트에 집중한다는 반응이다. 미국이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는 양국 정부 간 협의로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게 정부와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이 반도체 분야 대미 투자에 나설 경우 그 주된 주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미국 측 동향을 주시하며 미국이 반도체 관세 정책을 발표할 경우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알래스카 선거 지원 발언 중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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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위·금감원 세종행 이번엔 빠졌다…4분기에 최종 결정
정부, 2차 지방이전 추진방향 발표 4분기 중 금융위 등 기관별 이전 계획 확정 발표 윤호중 "언급 안 된 기관, 이전 대상 제외 아냐" 금융권의 관심이 쏠렸던 금융위원회의 지방 이전 여부는 3일 발표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는 일단 담기지 않았다. 다만 정부가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을 재확인한 데다 4분기까지 구체적인 이전 대상 기관을 확정하기로 한 만큼 금융당국의 지방 이전 가능성을 둘러싼 긴장감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 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3 조용준 기자 정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원칙 및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일단 2027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와 성평등부 등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을 순차적으로 추진한다. 금융위를 비롯한 나머지 행정·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여부는 소관 부처의 검토와 지방시대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올 4분기 중 최종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금융당국의 이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 "오늘 언급하지 않은 기관이 지방 이전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4분기 중에 이전 대상 기관을 최종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이전 여부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논의를 통해 이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구체적인 이전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정부가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을 재확인한 만큼 지방 이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숨을 돌렸다기보다는 아직 금융당국과 관련해 정해진 게 없어 보이니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금융위 내부에서는 세종 이전 가능성을 어느 정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정부가 출범 이후 국가균형발전 기조를 꾸준히 강조해온 데다 수도권에 꼭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기관은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역시 이전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왔다. 이에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수도권에 금융회사와 관련 인프라가 집중돼 있는 만큼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전문인력 이탈과 업무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에서 "금융회사 본점의 91.6%, 상장기업 본사의 72.7%가 수도권에 밀집해 지방 이전 시 금융감독에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금감원의 검사·감독을 받는 금융회사들 사이에서도 향후 감독분담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금감원 이전 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세종으로 옮길 경우 금융 회사가 몰려있는 서울로의 이동이 잦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사·감독 과정에서 교통비와 숙박비 등 출장 비용이 늘어나면 금감원의 감독 업무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하고, 결국 금융회사가 부담하는 감독분담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이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세종으로 둥지를 옮길 경우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 본점 직원들이 금감원 담당 부서를 찾아가 업무를 협의하는 일이 빈번하고, 임원들도 최소 한 달에 한두 번은 금융당국을 직접 찾아가 소통할 일이 생긴다"면서 "금감원이 세종으로 이전하면 줌 같은 화상회의로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날 텐데, 실무적으로 불편하고 소통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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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외환보유액 ‘세계 10위표’ 지운 한은…“순위가 건전성은 아냐”
금값·시장개입 따라 순위 출렁…“펀더멘털과 괴리된 해석 빈번” 금융위기 때보다 순위 낮지만 대외건전성은 개선…IMF도 “충격 대응 충분” 순위 재하락 앞둔 선제 대응 의혹에…“7월에도 세계 10위 유지” 경제 규모·대외포지션 빠진 단순 비교…한은 “분석적 가치 미미” 외환보유액 순위 대신 단기외채 등 ‘실질 방어력’ 강조 “불리한 통계 감추기 아니다”…IMF·각국 중앙은행에서 확인 가능 순위표는 사라지지만 논란은 남아…대체 건전성 지표 제시가 관건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주요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를 삭제했다. 사진=조세일보 DB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주요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를 삭제했다. 국가별 경제 규모와 대외채무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순위가 실제 외환건전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금 가격과 각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따라 순위가 빈번하게 바뀌면서 국내 대외건전성까지 악화하거나 개선된 것처럼 해석되는 상황에도 제동을 걸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향후 순위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을 피하기 위해 한은이 선제적으로 순위표를 없앤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자료는 이미 공개돼 있고 2026년 7월말에도 한국의 순위는 세계 10위로 직전월과 같았다"며 정보 은폐 의혹에 선을 그었다. 한은은 "순위 높다고 외환위기 대응력 강한 것 아니다"라며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의 분석적 가치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의 절대 규모만 나열할 뿐 국가별 경제 규모와 대외포지션의 차이를 전혀 통제하지 않은 통계라는 이유에서다. 외환보유액의 핵심 기능은 외화유동성 경색과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이를 흡수하는 '방파제' 역할이다. 그러나 단순 순위만으로는 한 국가가 보유한 외환이 단기외채 상환이나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에 충분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상당폭 낮아졌지만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을 비롯한 대외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크게 개선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6년 7월 대외부문 평가보고서(ESR)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을 "발생 가능한 광범위한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순위보다 외환보유액의 실질적인 방어 능력을 살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환보유액 절대액이 많더라도 단기외채나 자본 유출 위험이 크면 충격 대응력이 약할 수 있고 순위가 낮더라도 대외채무 구조가 건전하면 외환 안전판은 충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는 금 가격 급등락으로 외환보유액 순위가 자주 바뀐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각국의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 개입 기조와 자산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금과 같은 특정 자산의 시가가 크게 움직이면 해당 국가의 대외여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어도 평가액과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한은은 올해 들어 금 가격 변동 등의 영향으로 국가별 순위가 자주 바뀌면서 일시적인 순위 상승이나 하락이 한국의 외환건전성 변화와 연결돼 해석되는 사례가 빈번했다고 판단했다. 국내 대외부문의 기초체력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도 순위 변동만으로 외환시장 방어력이 강화되거나 약화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왜 지금 삭제했느냐'는 데 있다. 향후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부정적인 보도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순위가 비공개 정보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이를 반박했다. 통계 이용자가 IMF 통계 데이터베이스와 각국 중앙은행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내려받아 직접 순위를 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외환당국에 불리한 정보를 감추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 2026년 7월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10위로 직전월과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한은은 순위 하락이 현실화하기 전에 표를 삭제했다는 해석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 국가별 외환보유액은 IMF의 '외환보유액 및 외화유동성 통계(IRFCL)'에서 대부분 확인해야 할 전망이다. IMF 통계에 잡히지 않거나 보고가 늦어지는 일부 국가는 해당국 중앙은행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순위표 삭제로 한은의 보도자료에서 국가별 비교의 편의성은 낮아지게 됐다. 이에 따라 단순 순위를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단기외채 비율과 외환보유액의 충격 대응 능력 등 실질적인 대외건전성 지표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은의 이번 결정은 외환보유액을 '세계 몇 위인가'가 아니라 '실제 위기 때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로 평가해달라는 메시지다. 다만 익숙한 순위표를 없앤 시점이 미묘한 만큼 불필요한 의혹을 차단하려면 외환당국이 순위를 대체할 수 있는 보다 입체적이고 일관된 지표를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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