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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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고려한복은 불가, 생활한복은 가능… 고궁 무료입장 기준 또 도마에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한복 무료입장 거절 사례. /인스타그램 캡처 한복 제작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여성 A씨는 지난 14일 고려시대 불화를 참고해 재현한 고려한복을 입고 서울 창덕궁에 갔다. 고려한복을 입은 만큼 무료 입장을 기대했지만, 창덕궁 직원은 한복 무료 관람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A씨가 고려시대 한복이라고 설명한 뒤에도 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A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 같은 사연을 올리며 결국 입장권을 구매한 뒤 궁에 들어갔다고 했다. 한복 관람객 200만명… ‘한복 범위’ 두고 혼선 한복 체험이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지만, 고궁 무료 관람 대상으로 인정되는 한복의 범위를 두고 현장에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나치게 변형된 퓨전 한복이나 다른 나라의 전통 의상과 유사한 경우 무료 관람 대상으로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시대의 우리 전통 복식까지 제외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2013년부터 한복을 착용한 관람객에게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복 착용 무료 관람객은 2019년 115만명 수준에서 2024년 200만명으로 70% 넘게 늘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의 ‘한복 무료 관람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통한복과 생활한복 모두 무료 관람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상·하의를 기본적으로 갖춰 입어야 하고, 과도한 노출이 있는 복장은 인정하지 않는다. 전통 한복의 형태에서 지나치게 벗어난 퓨전 한복 등은 현장에서 무료 관람이 제한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한복대여점에 외국인 관광객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사자보이즈’ 옷도 무료 입장 불가 문제는 어디까지가 ‘전통 한복의 형태에서 지나치게 벗어났는지’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무관의 복식에서 유래한 철릭을 현대적으로 개량한 철릭 원피스가 대표적이다. 철릭이나 두루마기처럼 전통적으로 외투에 해당하는 복식은 해당 옷만 걸쳐서는 무료 관람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사자보이즈’의 복장을 연상시키는 의상이나 곤룡포 등도 해당 옷만 입으면 무료 관람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퓨전 한복도 일률적으로 제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철릭, 사자보이즈 복장만 입는 것은 안에 속옷만 입고 외투를 걸치는 것과 같아, 저고리와 바지를 받쳐 입고 외투를 입어야 전통 복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자보이즈 ‘Your Idol’ 공연 장면. /넷플릭스 유튜브 관람료 개편 토론회가 기준 정립 계기될까 한복 무료 관람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4년에도 ‘국적 불명’의 한복을 입고 궁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문화재청에선 경복궁 주변 한복점 현황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후 2년이 지났지만, 구체적 기준이 새롭게 정립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한복을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시대뿐 아니라 삼국·고려시대 등 시대별 복식을 갖춰 입으면 한복 대중화·세계화라는 무료 관람 제도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생활한복, 퓨전 한복이 한복 무료 관람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입장이 제한됐다는 사례들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국가유산청이 다음 달 8일 여는 대국민 공개 토론회에서 한복 무료 관람 기준이 논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가유산청은 2027년 1월부터 적용할 관람료 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회를 주최하기로 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아직 토론회의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아 무료 한복 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정”이라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서울 종로구인스타그램소셜미디어국가유산청 -
생활[단독] “수백억짜리 왜 기증해”…국보 기회 날린 ‘신숙주 초상’
가장 오래된 공신그림 ‘신숙주 초상’ ‘국보 승격’ 이미 2년전 예고됐지만 “내가 소유자” 문중 갈등으로 무산 유산청 “재접수하면 심의 부칠 것” 조선 전기 문신 신숙주(1417∼1475)의 초상화(1455년 제작 추정)가 지난 2024년 7월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 예고된 후 소유권 분쟁에 휩싸여 이후 절차 진행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정예고 후 ‘국보 승격’이 불발된 건 이 사례가 처음이다. 1977년 보물로 지정된 ‘신숙주 초상’은 가로 109.5㎝, 세로 167㎝ 크기의 비단 채색화로 충북 청주의 구봉영당에 봉안돼 전해졌다. 국가유산포털 상의 소유자(관리자)는 고령 신씨 문중이다. 2024년 국가유산청은 “가장 오래된 공신 초상으로, 제작 당시 원형을 비교적 충실하게 보전하고 있어 미술사적·역사적 가치가 높다”며 국보 승격을 예고했다. 당시 동산문화유산분과위원회는 2023년 이뤄진 전문가 조사를 토대로 소유자 측의 ‘보관·관리방안 제출’을 단서로 조건부 가결했다. 그러나 6개월 기한 내 관련 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며 국보 승격이 무산됐다. 당시 담당했던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20일 중앙일보에 “문중 내 소유권 분쟁으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심의 시일이 지나버렸다”고 말했다. 지난 2024년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 예고됐던 '신숙주 초상'. 사진 국가유산포털 실제로 ‘신숙주 초상’을 둘러싼 분쟁은 영정 소장·관리자인 신모씨에 대한 경찰 고발로까지 이어졌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고령 신씨 대종회(大宗會, 종중의 중앙 조직)가 청주시장에게 진정서를 낸 데 이어 2025년 청주상당경찰서가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신모씨를 조사했다. 당시 경찰은 “국가유산청 정기조사(2022년)와 과학조사(2023년)도 문제없이 이뤄지는 등 피의자가 신숙주 초상을 은닉·손상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불송치 결정’을 했다. 이와 관련해 대종회 측 신원식 청주향교 전교(典校, 대표)는 “이 영정은 본래 경기도 양주(현 의정부시 고산동)의 신숙주 종손 집안에 전해지다가 1920년 16대 종손(봉례공파)이 청주로 낙향한 후 소안공파가 보관·관리하게 된 것”이라면서 “문중의 영광이라는 생각에 고령 신씨 종친회 총회가 국보 승격에 협조하도록 결정했음에도 신모씨가 훼방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모씨는 대종회 측을 대신해 경찰 고소에 나선 소안공파 종손의 작은아버지로 영정 관리를 맡은 건 약 6년이었다고 한다. 신 전교는 “청주시에서 구봉영당에 2억원을 들여 CCTV 등도 설치해줬는데 그 사람이 초상화를 가져가서 작년부터 향사(종친회의 큰 제사) 때도 안 가져온다”면서 “종손은 항온·항습, 도난방지 차원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자는데 그 사람이 말을 안 듣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화에서 ‘이게 수백억짜리인데 왜 국가에 기증해야 하느냐’는 소리도 하더라”고 했다.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유산도 매매·증여·상속 등에 따른 소유권 이전은 가능하다. 다만 소유자가 바뀌면 국가유산청장에게 신고해야 하며, 국보·보물의 국외 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에 위치한 구봉영당. 보한재(保閑齋) 신숙주(申叔舟, 1417~1475)의 영정을 경기도 양주의 종가에서 옮겨 봉안한 사당이다. 보물 ‘신숙주 초상’은 애초 이곳에 봉안돼 전해지다가 2024년 고령 신씨 문중에서 소유권 분쟁에 휩싸인 뒤 원본은 다른 데로 옮겨지고 현재는 모사본이 걸려 있다. 사진 청주시 경찰 조서에 따르면 신모씨는 “(우리) 문중에서 대대로 관리해 왔는데 느닷없이 대종회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의 점검 절차를 잘 따라왔고 현재도 문제 없다”고 진술했다. 신모씨는 20일 통화에서 “조상님 제사 때 모시는 영정에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 소송도 무혐의 처분으로 끝났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뒤 “국보 승격 그딴 건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앞서 초상화 전시를 위해 고령 신씨 문중과 접촉했던 김혜원 국립대구박물관장은 “국보급 유물의 현상태 확인이 시급하다”고 했다.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정책과 조주성 과장은 “지정예고까지 했음에도 심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면서 “관련 사안이 정리돼 다시 접수되면 심의에 부칠 것”이라고 했다. 국가유산청이 5년마다 하는 정기조사는 내년에 이뤄진다. ☞신숙주 초상=집현전 학사를 거쳐 병조판서, 영의정 등을 역임한 보한재 신숙주(1417∼1475)가 초록색 관복 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그림이다. 신숙주는 수양대군의 계유정난(1453년) 때 공신으로 1455년 세조 즉위 후 좌익공신 1등에 녹훈됐는데 이때 하사받은 초상화로 보인다. 15세기 초상화로 독보적 가치를 지녀 1977년 보물로 지정됐다.
국립중앙박물관국가유산청증여·상속문화유산경찰서 -
생활
순국 전 안중근 의사의 유묵, 116년 만에 고국서 공개
[앵커] 안중근 의사가 116년 전 중국 뤼순 감옥에서 순국 직전 남긴 유묵, 글씨가 일본에서 환수돼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만국공법불여대포', 여덟 글자엔 약육강식의 국제 질서를 바라본 안 의사의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강진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세월의 무게를 오롯이 간직한 족자를 조심스레 펼치자, 한 획 한 획 붓끝의 힘을 머금은 글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만국공법불여대포'. 지난 1910년 3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중국 뤼순 감옥에서 순국하기 며칠 전 옥중에서 남긴 유묵이 꿈에 그리던 고국에서 마침내 공개됐습니다. [박정혜 /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 : 죽음 앞에서도 흔들림 없던 특유의 그 힘 있는 필세는 안 의사의 숭고한 의연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법이 대포보다 못하다'는 문구엔 힘의 논리가 지배하던 제국주의 시대 실상에 대한 안 의사의 비판 의식이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1909년 10월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뒤 감옥에 갇힌 안중근 의사. 대한의군 참모중장 자격으로 정당한 전쟁 행위를 수행한 거라며 '만국공법'에 따른 재판을 요구했지만, 일제는 끝내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 [장 지 훈 / 경기대 예술대학 교수 : 전쟁을 수행한 포로이므로 만국공법으로 재판할 것을 요구했으나 일본이 단순 살인죄로 기소해서 사형을 선고한 데 대해서 안 의사는 국제법의 무력함을….] 안 의사의 손도장이 선명하게 찍힌 이번 작품은 뒷면에 적힌 기록도 눈길을 끕니다. 하얼빈 의거부터 사형 집행까지 경과는 물론, 최초 소장자와 전승 경로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역사적 가치를 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장지훈 / 경기대 예술대학 교수 : 처음 소장자는 뤼순 감옥의 초대 형무소장이었습니다. 사형 선고 기일을 또 미뤄달라고 부탁도 하고 안중근 의사를 굉장히 존경했던 인물인데요.] 116년 만에 빛을 본 안 의사의 '옥중 유묵'은 지난해 5월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일본 현지 협력망을 통해 그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이후 국가유산청과 복권 기금의 지원 등에 힘입어 같은 해 11월 국내 반입에 성공했습니다. YTN 강진원입니다. 영상기자 : 김정원 디자인 : 정민정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국가유산청사형 선고뤼순 감옥문화유산CIA -
생활조선왕릉 옆 6800호 아파트 가시화…“태릉 개발해도 가치 그대로”
태릉골프장 부지 공공주택 지구 국가유산위, 개발계획 조건부 가결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일대를 내려다본 광경.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유네스코 세계유산 조선왕릉과 가까운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자리에 아파트 6800호를 짓는 공공주택사업이 국가유산위원회 세계유산영향평가 심의를 사실상 통과했다. 12일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위원회 합동분과(세계유산분과·궁능유산분과)가 전날 태릉 주변 공공주택지구 조성 사업의 세계유산영향평가서를 심의해 ‘조건부 가결’시켰다고 밝혔다. 세계유산영향평가는 개발사업 등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가늠하는 절차다. 이번에 평가한 대상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마련한 태릉골프장 공공주택지구 조성안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가운데 태릉·강릉과 인접해 지난 1월 정부가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한 이래 영향평가 절차를 밟아왔다. 국가유산위원회는 안을 가결시키되 사업 계획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 정도에 대한 판단 근거를 평가서에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제시된 사업 계획이 이후 임의로 바뀌지 않도록 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국가유산청 쪽은 “태릉 공공주택지구 개발 계획의 평가서 내용을 일부 보완할 필요는 있지만, 조선왕릉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고 국가유산위원회가 판단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서울 노원구국가유산청아파트노원구 -
생활코리아둘레길 4,500km 첫 완주자는 78세 퇴직공무원 [산지컬 100]
코리아둘레길 첫 완주자 이건수씨 극한 산행은 단순히 체력만 좋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산을 대하는 올곧은 태도와 이념, 탄탄한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춰야만 안전히 산행을 마칠 수 있다. 넷플릭스 인기 예능 <피지컬100>에서 피지컬이 뛰어난 이를 탐구했듯, 월간<山>은 '산지컬'이 뛰어난 이들을 만나본다. _ 편집자 "걸음이 너무 빨라요." 사진기자가 여러번 제동을 걸어야 할 정도로 이씨의 걸음은 빨랐다. 4,500km. 대한민국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코리아둘레길의 총 거리다. 개통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워낙 장거리다 보니 완주한 사람은 올해 3월 기준 이제 200명을 좀 넘는 수준이다. 이들의 명단은 부산 오륙도에 있는 해파랑길관광안내소 명예의 전당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면면을 살펴보면 워낙 완주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탓에 대부분 은퇴한 시니어 걷기꾼들 이름이 올라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명예의 전당은 일정한 주기를 두고 완주한 이들을 가나다순으로 싣고 있다. 그래서 누가 먼저 완주했는지는 잘 특정되지 않는다. 사실 '먼저 완주'라는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좀 애매하다. 말하자면 선행학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코리아둘레길은 동해안에 2016년 5월 개통된 해파랑길부터 2020년 10월 남파랑, 2022년 6월 서해랑, 2024년 9월 마지막 DMZ 평화의 길까지 총 10년에 걸쳐 순차 개통됐는데 개통 전까지 꽁꽁 감춰뒀다가 개통일에 '출발'하는 식이 아니었다. 구간별로 완공될 때마다 열고, 완주 인증도 할 수 있었던 경우가 많다. 즉 극단적으로는 개통식 당일에 전 코스 완주 인증을 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또 7개 필수 경유지 중 3개만 통과하면 해당 전 구간이 완보 처리되는 걸 이용해 꼼수를 부리는 사람도 적잖다. 그리고 앱에 인증하지 않고 완주한 사람들도 꽤 있다. 아무튼 코리아둘레길 인증 앱인 '두루누비'에 기록된 값을 기준으로 잡으면, 2024년 10월 5일 오후 4시 23분에 강화평화통일전망대에 도착하면서 코리아둘레길 전 코스를 완주한 사람이 처음이라고 한다. 당시 나이 76세, 올해 78세인 이건수씨다. "걸음이 너무 빨라요." 사진기자가 여러번 제동을 걸어야 할 정도로 이씨의 걸음은 빨랐다. 체신부서 45년 근무…정부 부처 테니스 대회 우승도 이건수씨는 호적상 1948년생, 실제로는 1946년생이다. 경기도 안성 석남사 아래 산자락에서 태어나 6.25전쟁 때 피란을 갔다가 휴전 후 다시 본가로 돌아왔다. 전쟁의 기억은 어릴 때라 그저 업혀 다니고 끌려 다닌 것이 전부였다. 당시 마을의 발전도는 한마디로 정리됐다. "초등학교 5학년까지 전기가 안 들어왔었어요." 그런 곳이라 학교도 한참 걸어 다녀야 했다. 초등학교는 그나마 가까웠다. 편도 5km 정도 됐다. 중고등학교는 두 배로 10km를 걸어야 했다. 등하교를 통해서 체력이 축적된 탓인지 학창시절엔 나름 키도 크고 건강한 편이었다. "그래서 사관학교를 가는 게 꿈이었어요. 하지만 입시에서 실패했죠. 대학갈 형편도 아니라 일찌감치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인 18세에 공직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잘 선택한 것 같아요." 그렇게 1960년대 체신부(정보통신부)에서 행정업무를 45년 동안 맡았다. 일이 있으면 청와대에 차출되기도 했고, 한국통신(현 KT)의 창설멤버였기도 했단다. 그리고 2006년 퇴직했다. "젊을 땐 테니스를 좀 쳤어요. 정부 부처별 대회에서 우승도 한 적이 있죠. 좀 더 나이를 먹곤 상사 영향으로 골프를 쳤죠. 프로 자격증도 땄습니다. 확실히 운동에 소질이 좀 있었죠." 그런데 골프는 계속 시간과 돈을 쏟아 부어야만 실력이 유지된다는 걸 깨달았다. 매일 연습을 하자니 즐거움보다 스트레스가 커졌다. 그렇게 골프를 접고 시작한 것이 달리기. 이때가 퇴직을 앞둔 50대 후반이었다. 코리아둘레길과 임자체, 경기·서울·인천둘레길 각각의 완주 인증서들. 코리아둘레길과 임자체, 경기·서울·인천둘레길 각각의 완주 인증서들. 달리기하다 등산에 입문…백두대간 종주부터 시작 달리기도 5년 정도 열심히 했다. 마라톤 풀코스는 15회 완주, 하프는 셀 수 없다. 기록은 풀코스 4시간~4시간 20분, 하프는 1시간 45분~2시간 정도였다. 춘천마라톤 하프대회에선 연령대 3위를 해본 적도 있다. 처음엔 몰랐는데 주최 측에서 집으로 3등 축하 선물을 보내 줘서 뒤늦게 알았다. "산도 달리기 때문에 접했어요. 백담사에서 공룡능선을 타는 설악산 42km 종주를 달리기 훈련 삼아서 동호인들과 함께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서브쓰리하는 젊은 친구들보다도 제가 먼저 도착하는 걸 보고 '아. 내가 등산이랑 궁합이 맞나보다'란 생각을 하게 됐죠." 게다가 국내에서도 아름답기로 손에 꼽는 설악산 공룡능선이다. 도취될 수밖에 없는 절경이다. 그래서 자연히 산에 빠지게 됐다. 2011년쯤의 일이다. "등산을 시작하려니 어디부터 손을 대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쭉 보는데 백두대간 종주가 엄청 유행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유행인 것만 알고, 힘든 건 또 몰랐어요. 그래서 무턱대고 동네에 있는 해밀산악회 대간 종주대 가입 신청을 넣었죠. 나이를 보더니 바로 'No' 하더라고요." 산행 경험이 전무 하다시피 한 60대 중반이 백두대간을 탄다니 대장 입장에선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간청을 해서 합류하게 됐다. 걱정 반 의심 반의 종주가 시작됐는데 성큼성큼 잘 걷는 그를 보고 모두가 걱정을 거뒀다. 그리고 오히려 더 빨라지는 그를 보며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대장이 송병연씨라고 체육교사 출신인 산악인이셨어요. 이분이랑 같이 전국을 누볐습니다. 백두대간은 물론 9정맥도 완주했고, 산림청 100명산과 5대 태극종주(설악, 지리, 호남, 충북, 영남알프스)까지 섭렵했죠." 이씨는 "무엇보다 약속과 원칙을 한번 정해 놓으면 철저하게 지켜가면서 걷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코스를 단단하게 숙지할 정도로 산행 정보를 공부해 두는 건 물론 길에 얽힌 역사나 문화 유래, 소요시간까지 다 머릿속에 두고 걷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또 그런 그를 보면서 같은 자세로 산을 올라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2024년 9월 23일 DMZ 평화의 길 개통식에 참가한 이건수씨(오른쪽) 2025년 상반기 걷기여행주간 선포식에 코리아둘레길 완주자로서 기념패를 받았다. 코리아둘레길이 완성됐을 때 한국의길과문화에서 해파랑, 서해랑, 남파랑길 완주자들을 모아 마지막 개통구간 DMZ 평화의 길을 함께 걸었다. 이씨는 이들과 동행하다가 본인과 마찬가지로 속도가 빨랐던 김형갑씨와 단 둘이 질러 나가 먼저 완주했다고 전했다. 임자체로 수직의 세계, 코리아둘레길로 수평의 세계 그렇게 대간과 정맥, 100명산을 끝내자 높은 산에 대한 갈증과 꿈이 생겼다. 모락모락 피어난 염원은 저 멀리 히말라야의 흰 산으로 향했다. 임자체다. 고소를 경험한다고 3년간 중국 태산, 일본 후지산,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를 연습산행으로 각각 두 번 이상 갈 정도로 치열하게 준비했다. 그리고 2018년, 해밀산악회와 함께 임자체 정상에 올랐다. "정말 어려울 거라 예상하고 있었어요. 사고도 많이 난다고 들었고요. 그래서 정말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부모님 산소에 가서 절을 하고,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찍었던 사진도 가족 몰래 혼자 가슴에 품고 갔었습니다." 비장하게 도전했는데, 결과는 좀 허무했다. 정상까지 큰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고소증세도 잘 안 나타났다. 그래서 정상까지 갈 거라 예상하지 않았던 인원까지 정상에 올랐다. 날씨가 그만큼 좋았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고, 정상이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한다. 고산의 꿈을 이루고 난 뒤에 또 다른 꿈을 꾸었다. 이번엔 수평의 세계였다. 미국 PCT 4,300km다. 하지만 자료를 검토하면 할수록 부담스러웠다. 첫 번째는 언어의 장벽, 두 번째는 비용이었다. 그때 '코리아둘레길'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거다 싶었다. "완공을 기다리면서 다른 둘레길들을 쓸어 담듯 걸었어요. 한 번에 30~35km 정도 잡았죠. 지리산, 치악산, 북한산, 서울둘레길 등 이름 좀 있는 길들은 다 완주했습니다. 그중 으뜸을 꼽자면 제주 올레죠. 걸으면서 주민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았는데, 길에 어린 애환이나 역사가 무척 인상 깊더라고요." 서울둘레길은 58번이나 완주했다. 다른 둘레길을 가기 위한 훈련 차 걷다 보니 완주 기록이 엄청 쌓였다. 등산 앱 트랭글을 통해 확인해 보니 1년에 4,500~5,600km 정도 걸은 기록이 남아 있었다. "경기둘레길을 걷는 도중 안성구간을 지날 때였죠. 머리를 비운 채 이정표를 따라 하염없이 걷고 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아버지 산소가 툭 나왔어요. 하도 걸어 다니다 보니까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었죠. 워낙 어릴 때 돌아가셔서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렇게 건강하고 씩씩하게 낳아 주신 탓에 걷고 걸어 아버지 앞으로까지 이어지는 길에 설 수 있었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사하다고 절을 올리고 또 걸어 나갔었습니다." 임자체 정상에 오른 해밀산악회 회원들과 이건수씨. 임자체 원정은 KBS '영상앨범 산' 팀이 동행 촬영했었다. 한 번에 2주, 400km 이상 걸어 2020년 12월 9일, 코리아둘레길을 시작했다. 두루누비 앱을 통한 인증이 그때부터 가능했다. 시작은 남파랑이었다. 12월이라 남쪽 지방이 좀 따뜻할 것 같았다. PCT에 버금가는 좋은 길을 걷는다는 열정에 도취돼 2주 쉬고 2주 걷는 패턴을 강행했다. 한 번 나가면 400km 이상 걷고 들어오는 식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2주 동안 걸을 계획을 짠다. 하루에 어느 정도 운행할지 결정하고, 그 운행거리 속에서 이용 가능한 숙소와 식당 위치를 전부 체크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기 때문에 교통편도 알아둬야 했다. 이게 걷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2020년이기 때문이다. 즉, 코로나가 문제였다. "코로나 방역수칙을 스스로 엄수하는 것도 까다로웠지만 다중이용시설이라고 전부 틀어막았던 것 기억나시죠? 그래서 인터넷에는 쉼터가 있다고 해서 갔는데 문을 닫은 곳이 부지기수였어요. 식당도 인터넷엔 운영 중이라 나와 있지만 찾아가면 휴폐업이곤 했죠. 숙소도 마찬가지지요. 그런 순간들이 코리아둘레길을 걸으면서 가장 힘들었네요." 우여곡절도 많았다. 2022년 4월 서해랑길 부안 구간에선 체력이 급격히 소진돼 한 발짝도 더 걷지 못하고 주저앉아 쓰러진 적이 있었다. 다행히 지나가던 젊은이가 도움을 줬다. 한의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약 3시간 후 퇴원해 다시 걸어 나갈 수 있었다. 또 같은 해 5월에는 양말에 구멍이 뚫려 읍내에 사러 나갔지만 문을 연 가게가 없었다. 일단 택시를 타고 숙소로 들어가는데 사연을 들은 기사가 보관하고 있던 양말 3켤레를 선물로 줘서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다. 걸으면서 점점 욕심이 생겼다. 특히 가장 먼저 코리아둘레길을 완주한 사람으로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서해랑길 같은 경우 정식 개통 이전까지 최대한 완주를 끝내 놓고, 개통되는 날에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코스를 재빠르게 완주했다. 또 마지막으로 DMZ 평화의 길이 개통됐을 때는 같이 출발한 일행들의 걷는 속도가 하루 10~15km로 너무 느려 먼저 앞서 나왔다. 그렇게 출발한 지 12일 만인 10월 5일, 두루누비앱 인증 기준 코리아둘레길 첫 완주자가 됐다. "우리나라 동서남북을 다 돌아보니 무엇보다 분명하게 다른 정서의 차이가 흥미로웠습니다. 대표적으로 호남지역은 정감이 있고, 경상지역은 속이 넓었어요." 서울둘레길 지도 앞에 선 이건수씨. 그는 서울둘레길만 58회 완주했다. "수목원정원 스탬프투어는 과소평가 받고 있다" 4년 동안 코리아둘레길을 걸은 날은 113일, 1,100만 원 정도 썼다. 참고로 PCT는 예산이 5,000~7,000만 원 정도 드는 걸로 나왔었다고 한다. 코리아둘레길 완주 이후로는 그만큼 치열한 프로젝트는 진행하지 않고 그간 헌신해 준 가족들에게 감사를 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도전을 멈춘 것은 아니었다. "스탬프투어가 아주 재밌더라고요. 동기부여도 되고, 성취감도 있고, 특히 이 투어를 계기로 평소라면 갈 생각을 전혀 못 했을 곳들과 연결돼 기분이 좋았어요." 2023년 11월 시작한 전국 수목원정원 스탬프투어는 2026년 6월 4일 완주했다. 그는 "대부분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고, 걷기 좋은 곳들이었다"며 "세계적인 수준의 장소들이 많은데 사람들로부터 좀 과소평가 받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또 다른 건으로는 국가유산청에서 선정한 국가유산 76개소 스탬프투어,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30개소 스탬프투어가 있는데 이 또한 모두 완주했다. 유익하고 도움이 참 많이 됐다고 한다. 특히 유네스코 투어는 7월 부산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기념해 올해 한시적으로 11월까지 운영되는 거라 더 특별했다. 이씨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탬프투어들이 매우 많다"며 "성취감도 생기고 유익하고 재밌다"고 말한다. 2018년 임자체 원정 당시 맞춘 단체티. "저에게 걷기 외에 다른 취미가 있냐고 물으면 독서라 답합니다. 걷기, 달리기, 등산 모두 먼저 책부터 봤어요. 책에서 알고자 하는 걸 얻고, 그대로 실습해 보죠. 뭘 하더라도 제대로 기초를 알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등산도 국립공원등산학교를 수료하고 나서 제대로 입문했어요." 그는 "솔직히 말하면, 등산보다 독서를 더 중시한다"고 고백했다. 책에서 스스로를 정리 정돈할 수 있는 지혜를 많이 얻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집에 책이 2,000여 권 정도 있으며 매일매일 책상에 책을 올려두고 하루에 최소 몇 페이지라도 읽으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톨스토이의 <인생독본>이다. "독서와 등산이 거울 같다는 비슷한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산은 마음과 같아서 찝찝하게 가면 산도 찝찝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가면 산도 행복한 것 같죠. 또 새로운 의욕과 다짐들도 얻을 수 있고, 저를 점점 발전시켜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려 있고요." 그는 수많은 인증서들을 보여 줬다. 임자체나 후지산 같은 산은 물론 여러 지자체들의 둘레길 완주 인증서다. 서류철 가득한 인증서를 보니 혀가 절로 내둘러졌다. 그리고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했냐?"고 우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그렇게 물으면 저는 '도전과 모험이 없는 인생은 편할지는 모르지만, 성장과 발전은 없다'고 답합니다. 저는 작든 크든, 사소하든 중요하든 상관없이 스스로 어떤 목표를 정해 놓고 가면 젊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기하지 말고, 열정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는 거죠. 그런 걸음들을 쌓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인증서들은 그 발자국일 뿐이고요." 서울 양재 매헌시민의숲에서 노송을 올려다보는 이씨. 그는 "이젠 그간 헌신해 준 가족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할 시간"이라고 했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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